[통일로 미래로] 남북 합작 꿈꿨던 ‘소리꾼’…북녘 풍경을 담다

입력 2021.09.04 (08:17) 수정 2021.09.0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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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남북 합작을 꿈꿨던 판소리 영화가 있습니다.

'심청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요.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반쪽짜리로 만들어졌다고요?

네, '광대: 소리꾼'이라는 판소리 영화인데요.

'귀향'이라는 영화로 유명한 조정래 감독이 제작했습니다.

최효은 리포터, 그런데 '광대: 소리꾼'이라는 영화가 원래는 남북합작 형태로 제작될 예정이었죠?

[답변]

그렇습니다.

북한의 명승지를 돌면서 촬영을 하기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앵커]

북한의 배우들도 이 영화에 보조출연자로 출연할 예정이었다고요?

[답변]

네, 그런데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계획이 수포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재일교포 촬영감독이 북한 답사용으로 찍은 영상들을 이 영화 안에 녹여냈다고 하는데요.

미완으로 남은 남북합작 영화, 그 안에 담긴 북녘 풍경은 어떤 모습인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조정래 감독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고양의 한 사무실에 찾아갔습니다.

영화 '광대: 소리꾼'의 편집 장소인데요.

영화 촬영 당시 사진들을 보며 감독과 배우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조정래/'광대: 소리꾼' 감독 : "이날이 그냥 추운 정도가 아니라 바람까지 엄청 많이 불었어요. 살짝 저체온증 비슷하게도 와서 고생했어요."]

조정래 감독은 2016년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 사연을 다룬 영화 '귀향'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제작한 영화에는 우리나라 대표 판소리인 '심청가'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감독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했다고 합니다.

[조정래/'광대: 소리꾼' 감독 : "심청가가 만들어지는 프리퀄(이전의 일들을 다룬 속편) 같은 얘기지만 실제로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춘향가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요. (판소리를 통해) 많은 백성이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그런 걸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이 영화는 조선 후기 인신매매 조직이 횡행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납치된 아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소리꾼 남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조정래 감독은 조선팔도를 돌아다니는 로드무비 광대를 촬영하기 위해서 약 1년간 한국의 방방곡곡을 다녔는데요.

특히나 한반도의 반쪽인 북한의 수려한 풍경을 담기 위해서 직접 북한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왔던 2018년.

조정래 감독은 남북합작영화 제작을 제안하기 위해 중국 선양을 거쳐 평양으로 향했는데요.

[조정래/'광대: 소리꾼' 감독 : "2018년 11월에 세계 상공인 대회 평양에서 대회가 있었는데 거기에 저도 같이 참여하게 됐어요. 저는 영화 시나리오를 품고 가서 이분들과 함께 소통해서 어떻게든 설득해야겠다 하고 갔죠."]

조 감독의 진심이 통했던 걸까요?

북한 측 관계자들은 심청가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남을 이어 가며 남북 합작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조정래/'광대: 소리꾼' 감독 : "제가 보조출연 얘기도 하기 전에 북한 관계자가 얘기한 게 옳소꾼(보조출연)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너무 그 말에 고무를 받았죠. 왜냐면 보조출연하시는 분들도 대사를 줄 수 있잖아요. 촬영 현장에선 가능하니까 굉장히 가슴 두근두근했죠."]

특히 악역을 맡은 배우 정무성 씨는 조정래 감독과 함께 북한을 다녀오기도 했는데요.

[정무성/배우 겸 프로듀서 : "여기는 빨갛게 불 켠 것처럼 초처럼 되는 거예요, 밤되면. 이건 제가 30년 전에 갔을 때도 여기까지 있었어."]

30년 만에 평양 땅을 밟았을 때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습니다.

[정무성/배우 겸 프로듀서 : "재일교포로서 일본에서 갔을 때는 많이 환영을 받고 북한에서 많이 잘해줬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에서 갔기 때문에 좀 경계심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갔는데 전혀 그런 거 없이 역시 같은 민족이구나 정말 느낄 수 있었어요."]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던 남북합작 영화는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히게 됩니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로 북한 측의 태도는 돌변했습니다.

[임성철/활인거사 역 겸 총괄 프로듀서 : "너무 답답하고 그런 상황이었죠. 근데 그래도 혹시나 남북 관계가 개선이 되고 관계가 좋아지면 언제라도 들어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겠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어요."]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남북 합작영화 제작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남북 문화 교류가 확대되길 바라는 맘에서 남북 합작 영화를 추진했던 조정래 감독.

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이 모든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는데요.

하지만 조감독은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명산으로 꼽히는 묘향산, 굽이치는 산등성이가 인상적인 금강명승지,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강원도 울림폭포.

이렇게 다양한 북한의 자연경관들은 남북관계가 얼어붙기 전 재일교포인 박영이 촬영감독이 북한에 답사차 들어가 촬영했습니다.

3주간의 촬영 기간 동안 생생한 북한 화면을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박영이/재일교포 촬영 감독 :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촬영하거나 계속 카메라 들고 몇 시간 동안 촬영하거나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감정, 풍경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을 관객분들한테 전할 수 있게끔 제 나름대로 노력을 했죠."]

어렵게 촬영한 답사용 북한 영상들을 묵혀 놓을 수 없었던 조정래 감독.

북녘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독판 영화에 담아 올 하반기 개봉할 예정입니다.

[조정래/'광대: 소리꾼' 감독 : "영화나 드라마나 이런 장르를 통해서 함께하면 사람들이 그거 보면 거기에 좌나 우가 뭐가 있고, 진보 보수가 어디 있습니까? 그냥 아름다운 풍경이고, 연기 보는 거잖아요. 남과 북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걸 찾는다면 문화가 이젠 전면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정래 감독은 남북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다음 작품으로 구상하고 있는데요.

그의 바람처럼 언젠가는 평양에서도 남북 합작영화가 상영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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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북 합작 꿈꿨던 ‘소리꾼’…북녘 풍경을 담다
    • 입력 2021-09-04 08:17:42
    • 수정2021-09-04 08:3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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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남북 합작을 꿈꿨던 판소리 영화가 있습니다.

'심청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인데요.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반쪽짜리로 만들어졌다고요?

네, '광대: 소리꾼'이라는 판소리 영화인데요.

'귀향'이라는 영화로 유명한 조정래 감독이 제작했습니다.

최효은 리포터, 그런데 '광대: 소리꾼'이라는 영화가 원래는 남북합작 형태로 제작될 예정이었죠?

[답변]

그렇습니다.

북한의 명승지를 돌면서 촬영을 하기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앵커]

북한의 배우들도 이 영화에 보조출연자로 출연할 예정이었다고요?

[답변]

네, 그런데 남북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계획이 수포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재일교포 촬영감독이 북한 답사용으로 찍은 영상들을 이 영화 안에 녹여냈다고 하는데요.

미완으로 남은 남북합작 영화, 그 안에 담긴 북녘 풍경은 어떤 모습인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조정래 감독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고양의 한 사무실에 찾아갔습니다.

영화 '광대: 소리꾼'의 편집 장소인데요.

영화 촬영 당시 사진들을 보며 감독과 배우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조정래/'광대: 소리꾼' 감독 : "이날이 그냥 추운 정도가 아니라 바람까지 엄청 많이 불었어요. 살짝 저체온증 비슷하게도 와서 고생했어요."]

조정래 감독은 2016년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자 사연을 다룬 영화 '귀향'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번에 제작한 영화에는 우리나라 대표 판소리인 '심청가'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감독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했다고 합니다.

[조정래/'광대: 소리꾼' 감독 : "심청가가 만들어지는 프리퀄(이전의 일들을 다룬 속편) 같은 얘기지만 실제로 배경이 되는 이야기는 춘향가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요. (판소리를 통해) 많은 백성이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그런 걸 담아내려고 노력했던 거 같아요."]

이 영화는 조선 후기 인신매매 조직이 횡행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요.

납치된 아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떠도는 소리꾼 남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조정래 감독은 조선팔도를 돌아다니는 로드무비 광대를 촬영하기 위해서 약 1년간 한국의 방방곡곡을 다녔는데요.

특히나 한반도의 반쪽인 북한의 수려한 풍경을 담기 위해서 직접 북한의 문을 두드리기도 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한반도에 훈풍이 불어왔던 2018년.

조정래 감독은 남북합작영화 제작을 제안하기 위해 중국 선양을 거쳐 평양으로 향했는데요.

[조정래/'광대: 소리꾼' 감독 : "2018년 11월에 세계 상공인 대회 평양에서 대회가 있었는데 거기에 저도 같이 참여하게 됐어요. 저는 영화 시나리오를 품고 가서 이분들과 함께 소통해서 어떻게든 설득해야겠다 하고 갔죠."]

조 감독의 진심이 통했던 걸까요?

북한 측 관계자들은 심청가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남을 이어 가며 남북 합작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섰습니다.

[조정래/'광대: 소리꾼' 감독 : "제가 보조출연 얘기도 하기 전에 북한 관계자가 얘기한 게 옳소꾼(보조출연)에 대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너무 그 말에 고무를 받았죠. 왜냐면 보조출연하시는 분들도 대사를 줄 수 있잖아요. 촬영 현장에선 가능하니까 굉장히 가슴 두근두근했죠."]

특히 악역을 맡은 배우 정무성 씨는 조정래 감독과 함께 북한을 다녀오기도 했는데요.

[정무성/배우 겸 프로듀서 : "여기는 빨갛게 불 켠 것처럼 초처럼 되는 거예요, 밤되면. 이건 제가 30년 전에 갔을 때도 여기까지 있었어."]

30년 만에 평양 땅을 밟았을 때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습니다.

[정무성/배우 겸 프로듀서 : "재일교포로서 일본에서 갔을 때는 많이 환영을 받고 북한에서 많이 잘해줬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에서 갔기 때문에 좀 경계심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갔는데 전혀 그런 거 없이 역시 같은 민족이구나 정말 느낄 수 있었어요."]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던 남북합작 영화는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히게 됩니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로 북한 측의 태도는 돌변했습니다.

[임성철/활인거사 역 겸 총괄 프로듀서 : "너무 답답하고 그런 상황이었죠. 근데 그래도 혹시나 남북 관계가 개선이 되고 관계가 좋아지면 언제라도 들어갈 수 있는 준비를 해야겠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어요."]

이후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면서 남북 합작영화 제작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남북 문화 교류가 확대되길 바라는 맘에서 남북 합작 영화를 추진했던 조정래 감독.

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이 모든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는데요.

하지만 조감독은 아직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의 명산으로 꼽히는 묘향산, 굽이치는 산등성이가 인상적인 금강명승지, 시원한 물줄기가 떨어지는 강원도 울림폭포.

이렇게 다양한 북한의 자연경관들은 남북관계가 얼어붙기 전 재일교포인 박영이 촬영감독이 북한에 답사차 들어가 촬영했습니다.

3주간의 촬영 기간 동안 생생한 북한 화면을 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박영이/재일교포 촬영 감독 :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촬영하거나 계속 카메라 들고 몇 시간 동안 촬영하거나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감정, 풍경 봤을 때 느끼는 감정을 관객분들한테 전할 수 있게끔 제 나름대로 노력을 했죠."]

어렵게 촬영한 답사용 북한 영상들을 묵혀 놓을 수 없었던 조정래 감독.

북녘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독판 영화에 담아 올 하반기 개봉할 예정입니다.

[조정래/'광대: 소리꾼' 감독 : "영화나 드라마나 이런 장르를 통해서 함께하면 사람들이 그거 보면 거기에 좌나 우가 뭐가 있고, 진보 보수가 어디 있습니까? 그냥 아름다운 풍경이고, 연기 보는 거잖아요. 남과 북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걸 찾는다면 문화가 이젠 전면적으로 나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조정래 감독은 남북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다음 작품으로 구상하고 있는데요.

그의 바람처럼 언젠가는 평양에서도 남북 합작영화가 상영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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