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법 30년]③ 지속가능한 섬은 ‘표류’

입력 2021.09.08 (19:17) 수정 2021.09.0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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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30주년을 맞아 제주특별법을 돌아보는 기획뉴스, 오늘은 제주사회의 오랜 갈등 현안이죠.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제주사회의 변화를 되돌아보겠습니다.

김익태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영삼 당시 대통령/1995년 : "우리는 개발을 하되 자연을 최대한 훼손을 안 하고 환경을 보존해가면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대 대통령들이 제주개발을 거론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언급하던 환경 보존의 중요성.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대규모 사업 때마다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치열했고 한 청년은 목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김택진/양용찬열사 추모사업회 전 공동대표 : "양 열사는 제주도를 아마 지금 있는 사람들의 몇 배 제주도를 고민하고, 파헤치는 곡괭이질하는 삽자루질하는 것까지도 상당히 안타까워하셨던 글들이 많이 나옵니다."]

개발만 촉진하는 법이라는 우려와 달리 91년 특별법 제정 이후 개발은 지지부진했고, 오히려 제주는 투자 사기의 장소로 전락했습니다.

[2000년 3월 3일 KBS9시뉴스 : "지금 제주에서는 외국자본을 유치해 송악산 분화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난개발 우려는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을 전후한 2000년대에 들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제주섬의 허파라는 곶자왈의 가치를 알지도 못한 사이에 중산간 개발을 본격화한 겁니다.

[김승석/변호사/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법제기초소위 위원장 : "특히 난개발된 것은 3개 단지 20개 관광지구를 제2차 종합개발계획을 세우면서 이 제도를 폐지 시켜 버렸습니다. 개별허가방식으로 바꿔버렸습니다. 그러면 제주도의 어느 지역이라도 개발허가만 받으면 전부 다 관광개발을 할 수 있거든요."]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2010년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시행 이후 밀려드는 중국 자본에 힘입어 제주 개발은 화려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관광객 천만 명 시대의 개막을 알렸고, 3년 뒤, 1,580만 명을 찍으며 절정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제주 환경은 견디지 못했습니다.

2007년 태풍 나리는 제주 개발에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2016년 하수 대란 사태, 2019년 쓰레기 불법 수출 사건은 제주 환경이 포용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음을 보여줬습니다.

[이서현/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제주에는 그간 굉장히 많은 구호가 있었는데요. 지속 가능한 섬에서의 제주발전을 견인했던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좋게 보인다고 할 수 있는 의제들을 만들어 내다보니까, 정책의제와 그것들을 받아써 준 미디어 의제에 국한됐다."]

제주개발의 상징과도 같은 탑동매립 개발사업자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말합니다.

[백형수/당시 탑동매립 면허권자 : "자연은 건들면, 그것이요 몇 배의 피해가 옵니다. 제가 개발행위를 하면서 느낀 거예요. 사람이요 개발행위를 하면 자연이 언젠가는 저걸 가만히 두지를 않습니다. 그걸 알았으면 개발행위를 안 했죠."]

KBS 뉴스 김익태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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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특별법 30년]③ 지속가능한 섬은 ‘표류’
    • 입력 2021-09-08 19:17:01
    • 수정2021-09-08 20:04:51
    뉴스7(제주)
[앵커]

제주도개발특별법 제정 30주년을 맞아 제주특별법을 돌아보는 기획뉴스, 오늘은 제주사회의 오랜 갈등 현안이죠.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제주사회의 변화를 되돌아보겠습니다.

김익태 기자입니다.

[리포트]

[김영삼 당시 대통령/1995년 : "우리는 개발을 하되 자연을 최대한 훼손을 안 하고 환경을 보존해가면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역대 대통령들이 제주개발을 거론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언급하던 환경 보존의 중요성.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대규모 사업 때마다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치열했고 한 청년은 목숨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김택진/양용찬열사 추모사업회 전 공동대표 : "양 열사는 제주도를 아마 지금 있는 사람들의 몇 배 제주도를 고민하고, 파헤치는 곡괭이질하는 삽자루질하는 것까지도 상당히 안타까워하셨던 글들이 많이 나옵니다."]

개발만 촉진하는 법이라는 우려와 달리 91년 특별법 제정 이후 개발은 지지부진했고, 오히려 제주는 투자 사기의 장소로 전락했습니다.

[2000년 3월 3일 KBS9시뉴스 : "지금 제주에서는 외국자본을 유치해 송악산 분화구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이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난개발 우려는 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정을 전후한 2000년대에 들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제주섬의 허파라는 곶자왈의 가치를 알지도 못한 사이에 중산간 개발을 본격화한 겁니다.

[김승석/변호사/1991년 제주도개발특별법 법제기초소위 위원장 : "특히 난개발된 것은 3개 단지 20개 관광지구를 제2차 종합개발계획을 세우면서 이 제도를 폐지 시켜 버렸습니다. 개별허가방식으로 바꿔버렸습니다. 그러면 제주도의 어느 지역이라도 개발허가만 받으면 전부 다 관광개발을 할 수 있거든요."]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과 2010년 부동산 투자이민제도 시행 이후 밀려드는 중국 자본에 힘입어 제주 개발은 화려한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관광객 천만 명 시대의 개막을 알렸고, 3년 뒤, 1,580만 명을 찍으며 절정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제주 환경은 견디지 못했습니다.

2007년 태풍 나리는 제주 개발에 경고장을 날렸습니다.

2016년 하수 대란 사태, 2019년 쓰레기 불법 수출 사건은 제주 환경이 포용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넘어섰음을 보여줬습니다.

[이서현/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 "제주에는 그간 굉장히 많은 구호가 있었는데요. 지속 가능한 섬에서의 제주발전을 견인했던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좋게 보인다고 할 수 있는 의제들을 만들어 내다보니까, 정책의제와 그것들을 받아써 준 미디어 의제에 국한됐다."]

제주개발의 상징과도 같은 탑동매립 개발사업자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 이렇게 말합니다.

[백형수/당시 탑동매립 면허권자 : "자연은 건들면, 그것이요 몇 배의 피해가 옵니다. 제가 개발행위를 하면서 느낀 거예요. 사람이요 개발행위를 하면 자연이 언젠가는 저걸 가만히 두지를 않습니다. 그걸 알았으면 개발행위를 안 했죠."]

KBS 뉴스 김익태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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