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 하려면 병원 인테리어비 내라”…“브로커 없이 새 약국 개설 불가능”

입력 2021.09.28 (07:25) 수정 2021.09.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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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재 약국 수익의 90% 이상은 의사의 처방전에 따른 '약 조제료'가 차지합니다.

즉, 병원에서 처방전을 많이 줘야 약국도 돈을 버는 거죠.

이렇다 보니 약국을 개설하려면 병원에 각종 지원금을 내라는 이른바 '리베이트' 요구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김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약사 김 모 씨는 경기도 파주의 한 신축 건물에 약국을 열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건물을 소개해 준 브로커가 해당 건물에 함께 입주하는 병원 인테리어비 명목으로 3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아동 전문병원이라 약 처방을 많이 한다며 수익을 보장한다고 말합니다.

[브로커/음성변조 : "겨울에 진짜 3백 장, 4백 장씩 처방전이 하루에 나오는 게 쉽지 않아요. 약국이 가치가 최소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뛸 거예요."]

김 씨가 결국 파주를 포기하고 하남시에서 약국을 열려 하자 이번엔 다른 브로커로부터 2억 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병원 측에서 하루 처방전 2백 장을 약속할 테니 리베이트를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김○○/약사/음성변조 : "그 돈을 아무리 생각해도 만들 수가 없는 거예요. 20군데를 가면 19군데에서는 다 돈을 요구를 해요. 인테리어비를.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대한약사회 조사 결과 약사 1,9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약국 개설 때 돈을 요구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병원 인테리어비가 가장 많았고, 건물 임대료, 처방전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환자 보호를 위한 의약분업의 본래 목적이 불법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권혜영/목원대학교 의생명바이오공학부 교수 : "의약품 복용에서 안전성을 담보해 내는 것이 의약분업의 원래 취지라고 본다면 (지금은) 약에 대한 관심보다는 처방전 개수가 훨씬 더 중요해지는 상황이 돼버린 거죠."]

하지만 적발은 쉽지 않습니다.

돈을 주고 받은 양측이 다 처벌받아 신고를 꺼리는 데다, 개원 전인 병원이나 브로커는 처벌 대상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병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더불어민주당 : "과잉 처방을 하고 더 불필요한 약들을 팔아서 국민 건강을 악화시키는 데 나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행으로 자리 잡은 병원과 약국 간 불법리베이트가 근절되도록 신고자의 처벌 수위를 낮추는 관련 법 개정안은 최근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촬영기자:김진환 김제원 조정석/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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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국 하려면 병원 인테리어비 내라”…“브로커 없이 새 약국 개설 불가능”
    • 입력 2021-09-28 07:25:12
    • 수정2021-09-28 07: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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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재 약국 수익의 90% 이상은 의사의 처방전에 따른 '약 조제료'가 차지합니다.

즉, 병원에서 처방전을 많이 줘야 약국도 돈을 버는 거죠.

이렇다 보니 약국을 개설하려면 병원에 각종 지원금을 내라는 이른바 '리베이트' 요구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김도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약사 김 모 씨는 경기도 파주의 한 신축 건물에 약국을 열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건물을 소개해 준 브로커가 해당 건물에 함께 입주하는 병원 인테리어비 명목으로 3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아동 전문병원이라 약 처방을 많이 한다며 수익을 보장한다고 말합니다.

[브로커/음성변조 : "겨울에 진짜 3백 장, 4백 장씩 처방전이 하루에 나오는 게 쉽지 않아요. 약국이 가치가 최소 1.5배에서 많게는 2배까지 뛸 거예요."]

김 씨가 결국 파주를 포기하고 하남시에서 약국을 열려 하자 이번엔 다른 브로커로부터 2억 원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병원 측에서 하루 처방전 2백 장을 약속할 테니 리베이트를 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김○○/약사/음성변조 : "그 돈을 아무리 생각해도 만들 수가 없는 거예요. 20군데를 가면 19군데에서는 다 돈을 요구를 해요. 인테리어비를. 아주 당연하게 생각하고."]

대한약사회 조사 결과 약사 1,90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약국 개설 때 돈을 요구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병원 인테리어비가 가장 많았고, 건물 임대료, 처방전 수수료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환자 보호를 위한 의약분업의 본래 목적이 불법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권혜영/목원대학교 의생명바이오공학부 교수 : "의약품 복용에서 안전성을 담보해 내는 것이 의약분업의 원래 취지라고 본다면 (지금은) 약에 대한 관심보다는 처방전 개수가 훨씬 더 중요해지는 상황이 돼버린 거죠."]

하지만 적발은 쉽지 않습니다.

돈을 주고 받은 양측이 다 처벌받아 신고를 꺼리는 데다, 개원 전인 병원이나 브로커는 처벌 대상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강병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더불어민주당 : "과잉 처방을 하고 더 불필요한 약들을 팔아서 국민 건강을 악화시키는 데 나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행으로 자리 잡은 병원과 약국 간 불법리베이트가 근절되도록 신고자의 처벌 수위를 낮추는 관련 법 개정안은 최근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촬영기자:김진환 김제원 조정석/영상편집:김대범/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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