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분도 먹었다” 과외선생님 노예 10년 고백

입력 2021.10.05 (19:36) 수정 2021.10.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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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람의 심리를 완전히 지배해 조종하는 행위를 가스라이팅이라고 합니다.

경남에서도 과외를 받던 여학생을 10년 넘게 가스라이팅하면서 학대와 착취를 일삼은 과외교습소 원장이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 여학생은 자신처럼 당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KBS에 어렵사리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예방법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윤경재, 최진석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34살 이모 씨가 과외교습소 원장 A씨를 만난 건 2003년, 중학교 3학년 때부터입니다.

3년 동안 원장 집에서 과외를 받으면서 인생 상담도 받고, A 씨 조언에 따라 대학교와 학과까지 결정했습니다.

[이○○/가스라이팅 피해자 : "(저 스스로) 제 성격이 마음에 안 들고 저도 고치고 싶고 달라지고 싶다고 이야기하니까 그러면 내가 도와주겠으니까 앞으로 잘 따라올 수 있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알겠다고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대학 4년 동안 원장의 교습소에서 과외교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원장 집에서 생활하며 과외교사로 일했습니다.

A 씨의 집요한 가스라이팅이 시작된 건 이때부텁니다.

이 씨는 A 씨를 사이비 교주와 같았다고 묘사합니다.

[이○○/가스라이팅 피해자 : "발음이 이상하다든지 걷는 게 이상하다든지 저 탓을 하면서 고쳐야겠다면서 잔소리를 몇 분 하는 게 아니고 몇 시간, 밤새도록…. 뭐든지 말하면 항상 설득력 있게 들렸고 되게 말을 잘하거든요."]

이 씨는 과외교사이자 식모가 됐습니다.

하루 10시간 가까이 일하면서 A 씨 가족의 빨래와 청소 같은 집안일을 감당했습니다.

돈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학비 수천만 원도 뺏겼습니다.

폭행과 성 학대도 이어졌습니다.

입지 말라는 속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알몸으로 베란다에서 8시간 동안 벌을 서야 했고, 살려달라는 애원에도 자신의 인분을 종이컵에 담아 먹이기도 했습니다.

[이○○/가스라이팅 피해자 :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 휴지 이런 것을 다 싸서 입에 쑤셔 넣고, 발버둥 치면서 싫다고 했는데도 이런 것까지 먹어야 정신을 차리고 네가 달라지고 깨우친다면서 인분까지 먹어야 정신을 차리겠냐면서…."]

도망갔다 잡혀 와 다시 폭행당하기를 수차례, 삶을 포기하기 직전 마지막 탈출에 성공하면서 이 씨의 노예 10년은 끝을 맺었습니다.

[이○○/가스라이팅 피해자 : "저를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고 막 대한 것 같아요. 지금 사람들이 그래요. 왜 빨리 빠져나오지 못 했냐고. 그런데 그때 도망가면 죽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창원지법은 1심 판결문에서 A 씨가 피해자 부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신뢰를 얻는 방법으로 쉽게 심리를 지배했다,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진 폭행과 가혹 행위의 정도가 중하다.

범행이 비인륜적이고 죄질이 극히 좋지 못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회유 협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상습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명백한 가스라이팅 범죄라고 판시하며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서다은/그래픽:김신아

▼ “당해도 모르는” 가스라이팅…왜?

과외교습소 원장 A씨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한 피해자는 또 있습니다.

A씨의 사실혼 관계 남성의 딸인 21살 조모 씨입니다.

조 씨는 2018년 5월부터 2년 반 동안 아버지와 함께 A씨 집에 살면서 이혼한 친엄마로부터 버림받았으니, 자신만 믿으라고 A씨에게 세뇌당했습니다.

몸에 침을 뱉고 쇠막대기로 마구 때리는 폭행도 감내해야 했습니다.

[조○○/가스라이팅 피해자/음성변조 : "모든 폭행과 모든 일은 집 안에서 일어났고 그 집안이 (세상의) 다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렸고 그래서 당했던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가스라이팅 가해자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 특성과 공감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적 기질, 주·종 관계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우월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은희/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지속적으로 교묘하게 상황을 조작해서 자신의 의도대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조종하고 통제해서 자신에게 의존시키는 일종의 세뇌 과정입니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미성년자나 가정의 울타리가 약한 이들이 가스라이팅에 취약한 이유입니다.

[박미혜/가스라이팅 사건 담당 변호사 : "청소년기부터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면 모든 게 잘됐고 부모와의 관계도 소원해지면서 부모로부터 적절한 훈육을 못 받은 것도 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이 든다면 다수의 사람에게 상황을 공개해 범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서다은/그래픽:김신아·박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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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분도 먹었다” 과외선생님 노예 10년 고백
    • 입력 2021-10-05 19:36:31
    • 수정2021-10-05 20:00:47
    뉴스7(창원)
[앵커]

사람의 심리를 완전히 지배해 조종하는 행위를 가스라이팅이라고 합니다.

경남에서도 과외를 받던 여학생을 10년 넘게 가스라이팅하면서 학대와 착취를 일삼은 과외교습소 원장이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피해 여학생은 자신처럼 당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KBS에 어렵사리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예방법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윤경재, 최진석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리포트]

34살 이모 씨가 과외교습소 원장 A씨를 만난 건 2003년, 중학교 3학년 때부터입니다.

3년 동안 원장 집에서 과외를 받으면서 인생 상담도 받고, A 씨 조언에 따라 대학교와 학과까지 결정했습니다.

[이○○/가스라이팅 피해자 : "(저 스스로) 제 성격이 마음에 안 들고 저도 고치고 싶고 달라지고 싶다고 이야기하니까 그러면 내가 도와주겠으니까 앞으로 잘 따라올 수 있겠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알겠다고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거든요."]

대학 4년 동안 원장의 교습소에서 과외교사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원장 집에서 생활하며 과외교사로 일했습니다.

A 씨의 집요한 가스라이팅이 시작된 건 이때부텁니다.

이 씨는 A 씨를 사이비 교주와 같았다고 묘사합니다.

[이○○/가스라이팅 피해자 : "발음이 이상하다든지 걷는 게 이상하다든지 저 탓을 하면서 고쳐야겠다면서 잔소리를 몇 분 하는 게 아니고 몇 시간, 밤새도록…. 뭐든지 말하면 항상 설득력 있게 들렸고 되게 말을 잘하거든요."]

이 씨는 과외교사이자 식모가 됐습니다.

하루 10시간 가까이 일하면서 A 씨 가족의 빨래와 청소 같은 집안일을 감당했습니다.

돈을 받지도 못했습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학비 수천만 원도 뺏겼습니다.

폭행과 성 학대도 이어졌습니다.

입지 말라는 속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알몸으로 베란다에서 8시간 동안 벌을 서야 했고, 살려달라는 애원에도 자신의 인분을 종이컵에 담아 먹이기도 했습니다.

[이○○/가스라이팅 피해자 : "바닥에 있는 머리카락, 휴지 이런 것을 다 싸서 입에 쑤셔 넣고, 발버둥 치면서 싫다고 했는데도 이런 것까지 먹어야 정신을 차리고 네가 달라지고 깨우친다면서 인분까지 먹어야 정신을 차리겠냐면서…."]

도망갔다 잡혀 와 다시 폭행당하기를 수차례, 삶을 포기하기 직전 마지막 탈출에 성공하면서 이 씨의 노예 10년은 끝을 맺었습니다.

[이○○/가스라이팅 피해자 : "저를 자기 소유물로 생각하고 막 대한 것 같아요. 지금 사람들이 그래요. 왜 빨리 빠져나오지 못 했냐고. 그런데 그때 도망가면 죽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

창원지법은 1심 판결문에서 A 씨가 피해자 부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신뢰를 얻는 방법으로 쉽게 심리를 지배했다,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이뤄진 폭행과 가혹 행위의 정도가 중하다.

범행이 비인륜적이고 죄질이 극히 좋지 못하다.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피해자를 회유 협박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상습특수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명백한 가스라이팅 범죄라고 판시하며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KBS 뉴스 윤경재입니다.

촬영기자:서다은/그래픽:김신아

▼ “당해도 모르는” 가스라이팅…왜?

과외교습소 원장 A씨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한 피해자는 또 있습니다.

A씨의 사실혼 관계 남성의 딸인 21살 조모 씨입니다.

조 씨는 2018년 5월부터 2년 반 동안 아버지와 함께 A씨 집에 살면서 이혼한 친엄마로부터 버림받았으니, 자신만 믿으라고 A씨에게 세뇌당했습니다.

몸에 침을 뱉고 쇠막대기로 마구 때리는 폭행도 감내해야 했습니다.

[조○○/가스라이팅 피해자/음성변조 : "모든 폭행과 모든 일은 집 안에서 일어났고 그 집안이 (세상의) 다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렸고 그래서 당했던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가스라이팅 가해자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 특성과 공감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적 기질, 주·종 관계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우월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은희/경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지속적으로 교묘하게 상황을 조작해서 자신의 의도대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조종하고 통제해서 자신에게 의존시키는 일종의 세뇌 과정입니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인정을 받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미성년자나 가정의 울타리가 약한 이들이 가스라이팅에 취약한 이유입니다.

[박미혜/가스라이팅 사건 담당 변호사 : "청소년기부터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하면 모든 게 잘됐고 부모와의 관계도 소원해지면서 부모로부터 적절한 훈육을 못 받은 것도 저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불안하고 우울한 감정이 든다면 다수의 사람에게 상황을 공개해 범죄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KBS 뉴스 최진석입니다.

촬영기자:서다은/그래픽:김신아·박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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