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월세와의 전쟁’ 베를린, “24만채 수용해서 공유”

입력 2021.10.07 (18:03) 수정 2021.10.07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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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달 26일 독일에선 총선이 치러졌는데요.

수도 베를린에선 총선에 더해 주민투표가 함께 실시됐습니다.

거대 부동산 회사가 보유한 주택 24만여 채를 수용해 공유화하자는 내용인데요.

이 주민투표가 가결됐습니다.

베를린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귀수 특파원! 먼저 베를린에서 치러진 주민투표 내용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간단히 말하면 거대 부동산 회사들이 베를린에 보유한 주택을 수용해 공유하자는 내용입니다.

대상은 베를린에 3천 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부동산 회사들이고요.

모두 10개 회사의 24만여 채가 대상입니다.

무상 몰수는 아니고 돈을 주고 수용하자는 건데, 투표지에 보면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매입한 주택은 공공기관에서 관리해 시민들에게 싼 월세에 공급하자는 거죠.

이를 국유화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기업의 재산을 유상 몰수해 시가 소유권을 갖고 임대시장을 안정시키자는 겁니다.

이런 내용의 주민투표가 찬성 56.4%, 반대 39%로 가결됐습니다.

[앵커]

이 주민투표가 실시됐다는 것만 봐도 베를린의 주택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걸 알겠네요.

구체적으로 어떻습니까?

[기자]

베를린의 인구는 약 360만 명입니다.

이 중 80%가 임대주택, 즉 월세로 삽니다.

베를린은 저렴한 월세와 훌륭한 치안으로, 한 때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한 곳으로 꼽혔습니다.

그런데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2012년 베를린의 1㎡당 평균 월세는 6.65 유로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1분기엔 10.49유로로 조사됐습니다.

최근 10년간 거의 두 배가 오른 겁니다.

사정이 이러니 시민들은 손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고, 월세 문제는 베를린 시정의 최대 현안이 됐습니다.

지난달 시위에 참여한 베를린 시민의 말 들어보시죠.

[아네트 로어/베를린 시민 : "정상적인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베를린에서 적당한 가격의 주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주거는 교육, 건강과 마찬가지로 기본권입니다."]

[앵커]

주민투표가 가결됐는데, 그럼 이제 유상 몰수가 시행되는 건가요?

[기자]

상황을 봐야 합니다.

이번 주민투표는 일종의 결의안 성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월세 문제가 심각하니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주민들의 제안인 거죠.

하지만 법안에 대한 투표가 아니기 때문에 베를린시가 반드시 이 주민투표 결과를 이행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시민들의 의사가 확인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놔야 할 텐데요.

이에 대해 몰수 대상이 된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베를린시에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5년 동안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제한하고, 베를린에 아파트 1만 3,000채를 짓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앵커]

그럼 향후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지난달 26일 베를린에선 총선과 함께 지방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곧 꾸려질 새 정부와 새 의회에서 이 사안을 논의하게 됩니다.

그런데 베를린의 주요 정당 중 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곳은 없습니다.

새 베를린 시장이 유력한 프란치스카 기파이 전 연방 정부 여성가족부장관은 선거전에서 반대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다만 선거에 승리한 뒤 투표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카 기파이/베를린시 차기 시장 : "우리는 월세 폭등이라는 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규모로 새 주택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 협동 조합 간의 강력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앵커]

현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주민투표 결과대로 법안이 만들어져 기업의 부동산을 몰수하는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나요?

[기자]

의견이 분분합니다.

주민투표를 발의한 시민단체는 당장 법안 마련에 착수해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요.

부동산 회사 등 경제단체는 법이 만들어지면 위헌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베를린 시정부가 위험성이 있는 법안을 바로 만들어 시행하기 보다는 주민투표를 지렛대 삼아 거대 부동산 회사들과 월세 동결 내지는 인하 협상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전망합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영상편집: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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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7 18:03:47
    • 수정2021-10-07 18:27:22
    통합뉴스룸ET
[앵커]

지난달 26일 독일에선 총선이 치러졌는데요.

수도 베를린에선 총선에 더해 주민투표가 함께 실시됐습니다.

거대 부동산 회사가 보유한 주택 24만여 채를 수용해 공유화하자는 내용인데요.

이 주민투표가 가결됐습니다.

베를린 연결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귀수 특파원! 먼저 베를린에서 치러진 주민투표 내용부터 설명해주시죠.

[기자]

간단히 말하면 거대 부동산 회사들이 베를린에 보유한 주택을 수용해 공유하자는 내용입니다.

대상은 베를린에 3천 채 이상 주택을 보유한 부동산 회사들이고요.

모두 10개 회사의 24만여 채가 대상입니다.

무상 몰수는 아니고 돈을 주고 수용하자는 건데, 투표지에 보면 시장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매입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매입한 주택은 공공기관에서 관리해 시민들에게 싼 월세에 공급하자는 거죠.

이를 국유화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기업의 재산을 유상 몰수해 시가 소유권을 갖고 임대시장을 안정시키자는 겁니다.

이런 내용의 주민투표가 찬성 56.4%, 반대 39%로 가결됐습니다.

[앵커]

이 주민투표가 실시됐다는 것만 봐도 베를린의 주택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다는 걸 알겠네요.

구체적으로 어떻습니까?

[기자]

베를린의 인구는 약 360만 명입니다.

이 중 80%가 임대주택, 즉 월세로 삽니다.

베를린은 저렴한 월세와 훌륭한 치안으로, 한 때 유럽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한 곳으로 꼽혔습니다.

그런데 이젠 옛말이 됐습니다.

2012년 베를린의 1㎡당 평균 월세는 6.65 유로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1분기엔 10.49유로로 조사됐습니다.

최근 10년간 거의 두 배가 오른 겁니다.

사정이 이러니 시민들은 손팻말을 들고 거리에 나섰고, 월세 문제는 베를린 시정의 최대 현안이 됐습니다.

지난달 시위에 참여한 베를린 시민의 말 들어보시죠.

[아네트 로어/베를린 시민 : "정상적인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베를린에서 적당한 가격의 주택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주거는 교육, 건강과 마찬가지로 기본권입니다."]

[앵커]

주민투표가 가결됐는데, 그럼 이제 유상 몰수가 시행되는 건가요?

[기자]

상황을 봐야 합니다.

이번 주민투표는 일종의 결의안 성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월세 문제가 심각하니 이런 방법으로 해결하자는 주민들의 제안인 거죠.

하지만 법안에 대한 투표가 아니기 때문에 베를린시가 반드시 이 주민투표 결과를 이행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시민들의 의사가 확인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내놔야 할 텐데요.

이에 대해 몰수 대상이 된 기업들은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베를린시에 대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서 향후 5년 동안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제한하고, 베를린에 아파트 1만 3,000채를 짓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앵커]

그럼 향후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지난달 26일 베를린에선 총선과 함께 지방선거가 치러졌습니다.

곧 꾸려질 새 정부와 새 의회에서 이 사안을 논의하게 됩니다.

그런데 베를린의 주요 정당 중 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곳은 없습니다.

새 베를린 시장이 유력한 프란치스카 기파이 전 연방 정부 여성가족부장관은 선거전에서 반대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다만 선거에 승리한 뒤 투표 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프란치스카 기파이/베를린시 차기 시장 : "우리는 월세 폭등이라는 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대규모로 새 주택을 짓는 것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기업, 협동 조합 간의 강력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앵커]

현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주민투표 결과대로 법안이 만들어져 기업의 부동산을 몰수하는 정책이 시행될 것으로 전망하나요?

[기자]

의견이 분분합니다.

주민투표를 발의한 시민단체는 당장 법안 마련에 착수해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고요.

부동산 회사 등 경제단체는 법이 만들어지면 위헌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전문가들은 베를린 시정부가 위험성이 있는 법안을 바로 만들어 시행하기 보다는 주민투표를 지렛대 삼아 거대 부동산 회사들과 월세 동결 내지는 인하 협상에 나서지 않겠느냐고 전망합니다.

지금까지 베를린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영상편집: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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