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보조금 지정학’이 K전기차·배터리 숨통 죄어온다

입력 2021.11.01 (18:03) 수정 2021.11.0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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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래 성장 동력인 전기차를 놓고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 보조금'에 자국 기업 우대, 혹은 보호를 위한 규제를 집어넣는 일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이 글로벌 규제 경쟁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아무래도 보조금이 없으면 안 팔리는 게 전기차이다 보니,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겠죠?

[기자]

네, 우리 전기차 시장에서 이 보조금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게 테슬라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판매량 1위입니다.

9월까지 만 6천여 대, 전체 판매량의 33.4%입니다.

우리 정부 전체 보조금의 40%를 가져간 거로 추정됩니다.

[앵커]

테슬라가 우리 기업들보다 보조금을 더 챙겼다는 건가요?

[기자]

보조금 구조 살펴보면, 정부는 최대 8백만 원 한도에서 지급하고, 여기에 자치단체들이 추가 지급합니다.

다만 차량 가격이 6천만 원 넘으면 보조금이 줄어듭니다.

보조금 없이 보급형 모델 경쟁이 어렵다 보니, 테슬라는 이 6천만 원 기준에 맞춰서 차값을 내리기도 했고, 그래서 승용차 부문에선 2년 연속 1위입니다.

또 우리가 잘 모르지만, 전기버스, 상용차 시장도 급팽창 중인데, 이 부문은 중국이 강세입니다.

[앵커]

테슬라 말고 중국 회사들까지 우리나라에서 강세를 보인다고요?

[기자]

이번에 살펴보다 깜짝 놀랐는데요.

버스는 크다 보니, 보조금도 8천만 원, 1억 원씩 수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산 전기버스는 3~4억 하는 국산보다 1억 원 안팎 쌉니다.

보조금 받으면 내 돈 한 푼도 안들이고, 오히려 보조금으로 돈 벌면서 산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문제가 되자 이후 자부담금이 최소 1억 원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은 생겼지만, 워낙 싸다 보니 올해 9월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 36%입니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박리다매식으로 대량 생산하는 데다 성능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미국, 중국 양쪽으로 치인단 건데, 그렇다고 보조금을 차별해서 줄 수 있나요?

안 되는 거잖아요?

[기자]

네, WTO 규정상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힘 있는 나라들, 실제로는 교묘하게 외산 차별합니다.

중국은 워낙 유명하죠.

몇 년 전까지 자국산 배터리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주다가, 지금은 그건 폐지했지만 여러 조건 고려한 권장 목록 제도를 만들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고요.

최근에 통과된 데이터 안보법에 따라서 중국 운행 차량 기록은 주행 기록, 카메라 영상 등을 다 중국에 보관해야 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도 하원에서, 추가 세금 공제를, 미국산 배터리 장착하면 5백 달러, 노조가 있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면 4천5백 달러 주는 법안 발의했습니다.

핑계는 노조지만, 미국 회사 우대가 본 목적입니다.

[바이든/미국 대통령/8월 5일 : "이는 미국의 리더십을 높이고 친환경 차를 강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입니다.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팔리는 차량의 40~50%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입니다."]

[앵커]

유럽은 어떻습니까?

[기자]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게 유럽인데, 테슬라 점유율은 가파르게 줄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렇냐, 보면, 일정 가격 넘으면 보조금 안 주는 정책으로 고가 테슬라 차량을 보조금 테두리 밖으로 밀어냅니다.

그러다 보니 인기 모델은 주행 거리가 길고 가격을 낮춘, 유럽 회사가 만든 '경형' 전기차입니다.

실구매가 2천만 원대, 폭스바겐과 피아트, 두 유럽 회사 점유율이 60%가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고요.

전기차의 핵심 부품, 배터리 환경 규제를 강화합니다.

명목은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 재활용 소재 활용률을 높이자는 겁니다만, 탄소 배출량 수치 보면, 유럽이 제일 낮아서 유리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기술은 한·중·일에 뒤떨어져서 따라잡기 어려우니, 다른 방식으로 앞서 있는 한·중·일을 밀어내려는 전략이란 건데요.

'노스볼트'라는 스웨덴 회사가 특히 이 재활용 전지 부문에 앞서있는데, 독일 자동차 회사들과 거대 배터리 공장 만드는 등 역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대놓고 외국산 차별은 못 하는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단 거군요?

[기자]

네, 힘 있는 나라가 자유 무역 부르짖던 시대, 지나버렸습니다.

안보, 자국 이익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다들 전략을 수립합니다.

최소한 우리 시장에서 해외 기업이 우대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우리 기업들, 고민이 많겠는데, 듣고 보니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고민을 더 해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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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1 18:03:11
    • 수정2021-11-01 18:2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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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 동력인 전기차를 놓고 시장을 뺏기지 않으려는 글로벌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러다 보니 '전기차 보조금'에 자국 기업 우대, 혹은 보호를 위한 규제를 집어넣는 일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글로벌 ET> 서영민 기자와 이 글로벌 규제 경쟁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아무래도 보조금이 없으면 안 팔리는 게 전기차이다 보니, 이런 얘기가 나오는 거겠죠?

[기자]

네, 우리 전기차 시장에서 이 보조금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게 테슬라입니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판매량 1위입니다.

9월까지 만 6천여 대, 전체 판매량의 33.4%입니다.

우리 정부 전체 보조금의 40%를 가져간 거로 추정됩니다.

[앵커]

테슬라가 우리 기업들보다 보조금을 더 챙겼다는 건가요?

[기자]

보조금 구조 살펴보면, 정부는 최대 8백만 원 한도에서 지급하고, 여기에 자치단체들이 추가 지급합니다.

다만 차량 가격이 6천만 원 넘으면 보조금이 줄어듭니다.

보조금 없이 보급형 모델 경쟁이 어렵다 보니, 테슬라는 이 6천만 원 기준에 맞춰서 차값을 내리기도 했고, 그래서 승용차 부문에선 2년 연속 1위입니다.

또 우리가 잘 모르지만, 전기버스, 상용차 시장도 급팽창 중인데, 이 부문은 중국이 강세입니다.

[앵커]

테슬라 말고 중국 회사들까지 우리나라에서 강세를 보인다고요?

[기자]

이번에 살펴보다 깜짝 놀랐는데요.

버스는 크다 보니, 보조금도 8천만 원, 1억 원씩 수령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산 전기버스는 3~4억 하는 국산보다 1억 원 안팎 쌉니다.

보조금 받으면 내 돈 한 푼도 안들이고, 오히려 보조금으로 돈 벌면서 산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문제가 되자 이후 자부담금이 최소 1억 원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은 생겼지만, 워낙 싸다 보니 올해 9월까지 국내 시장 점유율 36%입니다.

거대한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박리다매식으로 대량 생산하는 데다 성능도 뒤지지 않기 때문에, 시간이 가면 갈수록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미국, 중국 양쪽으로 치인단 건데, 그렇다고 보조금을 차별해서 줄 수 있나요?

안 되는 거잖아요?

[기자]

네, WTO 규정상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힘 있는 나라들, 실제로는 교묘하게 외산 차별합니다.

중국은 워낙 유명하죠.

몇 년 전까지 자국산 배터리 탑재한 전기차에만 보조금 주다가, 지금은 그건 폐지했지만 여러 조건 고려한 권장 목록 제도를 만들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고요.

최근에 통과된 데이터 안보법에 따라서 중국 운행 차량 기록은 주행 기록, 카메라 영상 등을 다 중국에 보관해야 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도 하원에서, 추가 세금 공제를, 미국산 배터리 장착하면 5백 달러, 노조가 있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하면 4천5백 달러 주는 법안 발의했습니다.

핑계는 노조지만, 미국 회사 우대가 본 목적입니다.

[바이든/미국 대통령/8월 5일 : "이는 미국의 리더십을 높이고 친환경 차를 강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입니다.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팔리는 차량의 40~50%를 전기차로 바꿀 계획입니다."]

[앵커]

유럽은 어떻습니까?

[기자]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게 유럽인데, 테슬라 점유율은 가파르게 줄고 있습니다.

어째서 그렇냐, 보면, 일정 가격 넘으면 보조금 안 주는 정책으로 고가 테슬라 차량을 보조금 테두리 밖으로 밀어냅니다.

그러다 보니 인기 모델은 주행 거리가 길고 가격을 낮춘, 유럽 회사가 만든 '경형' 전기차입니다.

실구매가 2천만 원대, 폭스바겐과 피아트, 두 유럽 회사 점유율이 60%가 넘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고요.

전기차의 핵심 부품, 배터리 환경 규제를 강화합니다.

명목은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한다, 재활용 소재 활용률을 높이자는 겁니다만, 탄소 배출량 수치 보면, 유럽이 제일 낮아서 유리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기술은 한·중·일에 뒤떨어져서 따라잡기 어려우니, 다른 방식으로 앞서 있는 한·중·일을 밀어내려는 전략이란 건데요.

'노스볼트'라는 스웨덴 회사가 특히 이 재활용 전지 부문에 앞서있는데, 독일 자동차 회사들과 거대 배터리 공장 만드는 등 역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대놓고 외국산 차별은 못 하는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낸단 거군요?

[기자]

네, 힘 있는 나라가 자유 무역 부르짖던 시대, 지나버렸습니다.

안보, 자국 이익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다들 전략을 수립합니다.

최소한 우리 시장에서 해외 기업이 우대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들 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우리 기업들, 고민이 많겠는데, 듣고 보니 기업뿐 아니라 정부도 고민을 더 해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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