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북한판 신문고 ‘신소 청원’…간부 감시가 목적?

입력 2021.11.06 (08:08) 수정 2021.11.0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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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청와대 국민청원과 같은 제도가 북한에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바로 신소 청원법인데요.

네, 신소는 쉽게 말해 민원을 뜻하는데요.

권리와 이익을 침해당한 북한 주민은 신소과를 통해 민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통으로 올라가는 1호 신소도 있다고 하는데요.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관장하고 있습니다.

제기된 신소에 대해서는 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공개하게 돼 있는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선 '북한판 신문고' 신소 청원에 대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치마저고리 바람으로 허겁지겁 산을 오르는 두 여성.

정상에 오르자 두 팔을 들어 흔든다.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아버님 원수님 타신 차야!) 응, 그래!"]

북한 최고 지도자가 탄 열차.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아버님 원수님! 안녕히 가십시오!"]

영화 속 주인공 춘심과 금란은 당과 수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인물로 그려진다.

자강도 지역 공산품 매장 직원인 두 주인공은 부족한 국가 배급을 채우기 위해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등 자력갱생을 몸소 실천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간부직에 오른 금란은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친구 춘심의 만류에도 평양 백화점 지배인 자리로 떠나는 금란.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춘심이, 나는 너처럼은 못 산다. 내 희망을 두엄 속에 묻어 놓고 내 앞길을 더는 망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거야."]

이후 출세 가도를 걷는듯 보였던 금란.

춘심의 남루한 옷차림을 보고 타박을 하는가 하면,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넌 언제 가면 그 산골 아낙네 티를 벗어내겠니?"]

여유로워진 생활을 자랑하기도 한다.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아, 찬 맥주가 있다. 냉동한 거야."]

그러나 그사이 금란을 향한 주민들의 원성은 커져만 간다.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어쨌든 난 밤이 열이래도 신소하고야 가겠어. (할 테면 하라요. 어디 상품이 있는데도 지배인이 안 내놔요?) 아니 그럼, 신발공장에선 주민들이 신고도 남을 신발을 생산하는데. 그게 다 어딜 가냔 말이요. 예?"]

금란이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국가 배급품을 돈과 권력을 가진 간부들에게 뇌물로 바쳐왔던 것이다.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조용한 때 사모님 보내세요. 네."]

결국 주민들의 신소 청원으로 금란의 모든 비리 행위는 만천하에 공개되고, 금란은 살던 집마저 잃고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된다.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동무는 백화점 지배인으로서 인민의 충복의 될 대신 국가상품을 가지고 제 출세와 공명의 터전을 닦았으니 인민들의 신소는 응당한 거예요."]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동무가 상부에 아첨하고 뇌물을 섬긴 덕에 설사 영웅 메달을 탔다고 합시다. 그걸 인민들이 인정하는가?"]

이 영화는 북한에서 신소 청원의 중요성을 선전하고 있다.

북한은 간부들의 부당한 행위로 주민의 권리가 침해받았을 경우 누구나 신소 청원을 할 수 있게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원은 지방 당과 행정기관에 설치된 신소과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신소 처리는 비공개적으로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가장 최근 북한에서 발생한 신소 청원 사례는 평양의대 비리 사건이다.

지난해 11월,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

굳은 표정의 김정은 위원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간부들을 질타하는 모습이 이례적으로 전파를 탔다.

이날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의대 신소 처리 문제를 직접 언급하고 나섰다.

[조선중앙TV/2020년 11월 : "신소 처리, 법적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지 않아 범죄를 비호, 묵인, 조장시킨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 사법검찰, 안전보위기관들의 무책임성과 극심한 직무 태만 행위에 대하여 신랄히 비판됐습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평양의대 간부가 입시 비리 등의 행위로 직위 해제됐다고 설명했다.

[하태경/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2020년 11월 : "평양의대 간부들의 직위 해제 같은 게 있었는데 이유는 입시 비리가 있었고, 또 평양의대 기숙사 신축하느라 주민들에게 강제 모금을 했다. 그리고 매관매직 있었다고 평양의대에..."]

당시 평양의대 비리 사건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보고된 1호 신소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부 기관에서의 신소 청원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서 직접 처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김인태/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주목할 부분은 발생된 현안에 대한 대처 과정입니다. 대처 과정을 문제시하는 것이죠. 의학대학 당위원회 해당 법 근로 단체 조직들에서 신소 청원 된 문제를 묵살하고, 방치하고, 그 부분을 은폐하려고 했다. 이걸 더욱이 문제시한 것이죠."]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서 북한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신소청원법.

생전의 김일성 주석은 국가 건설 초기부터 신소 제도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비리의 적발이나 처벌 보다는 주민들의 불만이나 의견 수렴의 기능이 강했다.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인민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당을 중심으로 잘 반영해서 국가를 건설하는가, 이게 굉장히 김일성에겐 중요하지 않았나. 북한의 체제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인민들을 받드는 방식의 실천 강령 같은 게 중요하게 느껴졌을 것이고, 때문에 김일성이 지속적해서 강조하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말, 김일성 유일지배체제가 본격화되면서 신소 제도의 성격에도 변화가 있었다.

북한 간부들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북한 최고 지도자에게 직접 제기되는 1호 신소는 간부들을 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사회주의 체제 자체가 부정부패 같은 것들이 일어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로 되어 있고. 그런 상황에서 관리들이 지나친 권력을 갖게 되거나 이권을 갖게 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인민들과 지도자의 직접적인 소통라인이 있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집권 이후 신소 청원을 줄곧 강조해 왔다.

지난 1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신소 청원 문제를 중앙당이 직접 관장하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조선중앙TV/1월 11일 : "당 중앙검사위원회가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특세, 전횡을 비롯한 일체 행위들을 감독 조사하고, 당 규율 문제를 심의하며, 신소 청원을 처리하고, 당의 재정관리 사업을 검사하도록 임무를 새롭게 규제한 데 대하여 밝히셨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말부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 척결에 나섰는데, 신소 청원 제도가 강력한 수단이 된 셈이다.

하지만 처리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해 정작 부당한 일이 발생해도 신소를 제기하는 주민은 많지 않다는 게 탈북민의 주장이다.

[나민희/2016년 탈북 : "개인이 신소과에 문제 제기를 해서 그 문제가 전반적으로 료해(파악) 사업이 진행되고 해결된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고요. (서류 접수) 중간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고, 접수가 된다고 해도 중앙당까지 올라가서 문제가 해결되는 데는 보통 몇 달이 걸리기도 하니까 대부분 이용을 하지 않는 편이긴 해요."]

비밀 보장이 원칙이지만 신소를 청원하려면 이름과 주소, 직장 등의 개인 정보를 모두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나민희/2016년 탈북 : "간부들은 간부들끼리 통하는 게 있으니까 나중에라도 내가 보복 당할 수가 있거든요. 신소했다가 더 압박을 느끼고 힘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 좀 참고 넘기는 경우가 있죠."]

최근 국정원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기되는 1호 신소를 최측근이자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관할한다고 밝혔다.

[김병기/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10월 28일 : "1호 신소, 즉 1호 신소라는 게 뭐냐면 김정은 앞으로 청원을 하는 서류입니다. 1호 신소를 직접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사실상 북한 권력의 2인자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국경봉쇄가 장기화하면서 북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간부 비리와 부정부패가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인태/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대북제재, 코로나, 자연재해라는 삼중고에 더해 민생여건이 극도로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증가하고 결국은 신소청원의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민심을 다독이는 방편이자 간부 기강을 다잡기 위한 북한의 신소 청원법.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강조하고 있지만, 부정부패를 잡는 데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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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북한판 신문고 ‘신소 청원’…간부 감시가 목적?
    • 입력 2021-11-06 08:08:13
    • 수정2021-11-06 08: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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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청와대 국민청원과 같은 제도가 북한에도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십니까?

바로 신소 청원법인데요.

네, 신소는 쉽게 말해 민원을 뜻하는데요.

권리와 이익을 침해당한 북한 주민은 신소과를 통해 민원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통으로 올라가는 1호 신소도 있다고 하는데요.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관장하고 있습니다.

제기된 신소에 대해서는 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공개하게 돼 있는데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선 '북한판 신문고' 신소 청원에 대해 분석해 보겠습니다.

[리포트]

치마저고리 바람으로 허겁지겁 산을 오르는 두 여성.

정상에 오르자 두 팔을 들어 흔든다.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아버님 원수님 타신 차야!) 응, 그래!"]

북한 최고 지도자가 탄 열차.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아버님 원수님! 안녕히 가십시오!"]

영화 속 주인공 춘심과 금란은 당과 수령에게 충성을 맹세한 인물로 그려진다.

자강도 지역 공산품 매장 직원인 두 주인공은 부족한 국가 배급을 채우기 위해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는 등 자력갱생을 몸소 실천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간부직에 오른 금란은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친구 춘심의 만류에도 평양 백화점 지배인 자리로 떠나는 금란.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춘심이, 나는 너처럼은 못 산다. 내 희망을 두엄 속에 묻어 놓고 내 앞길을 더는 망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거야."]

이후 출세 가도를 걷는듯 보였던 금란.

춘심의 남루한 옷차림을 보고 타박을 하는가 하면,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넌 언제 가면 그 산골 아낙네 티를 벗어내겠니?"]

여유로워진 생활을 자랑하기도 한다.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아, 찬 맥주가 있다. 냉동한 거야."]

그러나 그사이 금란을 향한 주민들의 원성은 커져만 간다.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어쨌든 난 밤이 열이래도 신소하고야 가겠어. (할 테면 하라요. 어디 상품이 있는데도 지배인이 안 내놔요?) 아니 그럼, 신발공장에선 주민들이 신고도 남을 신발을 생산하는데. 그게 다 어딜 가냔 말이요. 예?"]

금란이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국가 배급품을 돈과 권력을 가진 간부들에게 뇌물로 바쳐왔던 것이다.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조용한 때 사모님 보내세요. 네."]

결국 주민들의 신소 청원으로 금란의 모든 비리 행위는 만천하에 공개되고, 금란은 살던 집마저 잃고 정처 없이 떠도는 신세가 된다.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동무는 백화점 지배인으로서 인민의 충복의 될 대신 국가상품을 가지고 제 출세와 공명의 터전을 닦았으니 인민들의 신소는 응당한 거예요."]

[北 예술 영화 '효녀'/1991년 作 : "동무가 상부에 아첨하고 뇌물을 섬긴 덕에 설사 영웅 메달을 탔다고 합시다. 그걸 인민들이 인정하는가?"]

이 영화는 북한에서 신소 청원의 중요성을 선전하고 있다.

북한은 간부들의 부당한 행위로 주민의 권리가 침해받았을 경우 누구나 신소 청원을 할 수 있게 헌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청원은 지방 당과 행정기관에 설치된 신소과를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신소 처리는 비공개적으로 원칙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가장 최근 북한에서 발생한 신소 청원 사례는 평양의대 비리 사건이다.

지난해 11월, 김정은 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정치국 회의.

굳은 표정의 김정은 위원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간부들을 질타하는 모습이 이례적으로 전파를 탔다.

이날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의대 신소 처리 문제를 직접 언급하고 나섰다.

[조선중앙TV/2020년 11월 : "신소 처리, 법적 감시와 통제를 강화하지 않아 범죄를 비호, 묵인, 조장시킨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 사법검찰, 안전보위기관들의 무책임성과 극심한 직무 태만 행위에 대하여 신랄히 비판됐습니다."]

당시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평양의대 간부가 입시 비리 등의 행위로 직위 해제됐다고 설명했다.

[하태경/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2020년 11월 : "평양의대 간부들의 직위 해제 같은 게 있었는데 이유는 입시 비리가 있었고, 또 평양의대 기숙사 신축하느라 주민들에게 강제 모금을 했다. 그리고 매관매직 있었다고 평양의대에..."]

당시 평양의대 비리 사건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직접 보고된 1호 신소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부 기관에서의 신소 청원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서 직접 처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김인태/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주목할 부분은 발생된 현안에 대한 대처 과정입니다. 대처 과정을 문제시하는 것이죠. 의학대학 당위원회 해당 법 근로 단체 조직들에서 신소 청원 된 문제를 묵살하고, 방치하고, 그 부분을 은폐하려고 했다. 이걸 더욱이 문제시한 것이죠."]

최고 지도자까지 나서서 북한 주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신소청원법.

생전의 김일성 주석은 국가 건설 초기부터 신소 제도를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비리의 적발이나 처벌 보다는 주민들의 불만이나 의견 수렴의 기능이 강했다.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인민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당을 중심으로 잘 반영해서 국가를 건설하는가, 이게 굉장히 김일성에겐 중요하지 않았나. 북한의 체제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인민들을 받드는 방식의 실천 강령 같은 게 중요하게 느껴졌을 것이고, 때문에 김일성이 지속적해서 강조하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1960년대 말, 김일성 유일지배체제가 본격화되면서 신소 제도의 성격에도 변화가 있었다.

북한 간부들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도구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북한 최고 지도자에게 직접 제기되는 1호 신소는 간부들을 통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었다.

[김성경/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사회주의 체제 자체가 부정부패 같은 것들이 일어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로 되어 있고. 그런 상황에서 관리들이 지나친 권력을 갖게 되거나 이권을 갖게 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인민들과 지도자의 직접적인 소통라인이 있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집권 이후 신소 청원을 줄곧 강조해 왔다.

지난 1월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는 신소 청원 문제를 중앙당이 직접 관장하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조선중앙TV/1월 11일 : "당 중앙검사위원회가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특세, 전횡을 비롯한 일체 행위들을 감독 조사하고, 당 규율 문제를 심의하며, 신소 청원을 처리하고, 당의 재정관리 사업을 검사하도록 임무를 새롭게 규제한 데 대하여 밝히셨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말부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간부들의 부정부패 행위 척결에 나섰는데, 신소 청원 제도가 강력한 수단이 된 셈이다.

하지만 처리 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해 정작 부당한 일이 발생해도 신소를 제기하는 주민은 많지 않다는 게 탈북민의 주장이다.

[나민희/2016년 탈북 : "개인이 신소과에 문제 제기를 해서 그 문제가 전반적으로 료해(파악) 사업이 진행되고 해결된 경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고요. (서류 접수) 중간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있고, 접수가 된다고 해도 중앙당까지 올라가서 문제가 해결되는 데는 보통 몇 달이 걸리기도 하니까 대부분 이용을 하지 않는 편이긴 해요."]

비밀 보장이 원칙이지만 신소를 청원하려면 이름과 주소, 직장 등의 개인 정보를 모두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한다.

[나민희/2016년 탈북 : "간부들은 간부들끼리 통하는 게 있으니까 나중에라도 내가 보복 당할 수가 있거든요. 신소했다가 더 압박을 느끼고 힘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대부분 좀 참고 넘기는 경우가 있죠."]

최근 국정원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제기되는 1호 신소를 최측근이자 여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관할한다고 밝혔다.

[김병기/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10월 28일 : "1호 신소, 즉 1호 신소라는 게 뭐냐면 김정은 앞으로 청원을 하는 서류입니다. 1호 신소를 직접 관장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이 사실상 북한 권력의 2인자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국경봉쇄가 장기화하면서 북한 경제 상황이 어려워진 만큼 간부 비리와 부정부패가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인태/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대북제재, 코로나, 자연재해라는 삼중고에 더해 민생여건이 극도로 어려워지면서 주민들의 민원이 증가하고 결국은 신소청원의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민심을 다독이는 방편이자 간부 기강을 다잡기 위한 북한의 신소 청원법.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강조하고 있지만, 부정부패를 잡는 데 얼마나 큰 효과가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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