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영어 배우는 탈북민들…“북한 실상 알린다”

입력 2021.11.06 (08:18) 수정 2021.11.0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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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거리 곳곳의 영어 간판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네, 그래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온 비영리 민간단체가 있다고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답변]

네, FSI라는 단체의 케이시 라티그 대표와 이은구 대표를 만나고 왔는데요.

벌써 9년째 탈북민 영어 강의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탈북민들이 영어를 배워서 강연까지 하고 있다고요?

[답변]

네, 북한의 인권 실태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건데요.

탈북민들은 영어 강연뿐만 아니라 출판 활동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영어를 배워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탈북민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탈북민 지원단체.

탈북민들의 멘토라고 불리는 케이시 라티그 대표의 영어 강의가 한창입니다.

[케이시 라티그/FSI 공동대표 :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대표님, 지우개랑 칠판용 펜이 필요해요."]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케이시 대표.

북한학을 전공한 이은구 대표와 함께 9년째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영어 강의를 했는데요.

NGO 단체에서 일할 때 우연히 만난 탈북민의 요청으로 영어를 가르치게 됐다고 합니다.

[케이시 라티그/FSI 공동대표 : "탈북 주민들보다 더 교육의 자유가 절실히 필요한 이들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 세계에 할 기회, 그들이 어떤 미래로 나아가는지 생각하기 위해서 말이죠."]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는 한송미 씨.

2011년 탈북해 한국에 왔을 때 알파벳도 제대로 몰랐다고 하는데요.

케이시 대표의 도움을 받으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영어의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한송미/탈북민 : "저 같은 경우엔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었어요. 북한에선 전 학교를 못 다녔어요. 아예. 초등학교도 못 다녔었거든요. 여기서 영어 배우고 나니까 자신감이 올라가서 좋은 거 같아요."]

송미 씨는 이제 자신의 과거를 영어로 발표할 만큼 실력을 갖췄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삼촌은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했어요. 하지만 저는 삼촌이랑 놀고 싶었어요."]

송미 씨처럼 그동안 케이시 대표와 이은구 대표로부터 영어 강의를 들은 탈북민은 무려 470여 명.

2014년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된 북한 인권운동가 박연미 씨도 이곳에서 영어를 배웠는데요.

[박연미/탈북민/2014년 美 국무부 북한 인권토론회 : "당시 13살이었습니다. (브로커는)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보호하기 위해 대신 당했습니다."]

모든 강의가 무료로 진행되다 보니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케이시 라티그/FSI 공동대표 : "많은 분들이 내가 머리에 이상이 생겨서 갑자기 탈북자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전문적으로 해 온 일은 교육의 자유,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은 탈북민들을 위해서 지금까지 큰 노력과 고민을 기울였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지원을 받기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제 탈북민들의 안정된 정착을 위해서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두 대표는 그동안 탈북민들과 함께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이들의 이야기를 알리기로 했습니다.

[이은구/FSI 공동대표 : "영어로 자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런 이야기들이 국제사회에 더 알려지면 북한에 대해서, 탈북민들의 생활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어로 스피치나 출판의 일을 돕고 있어요."]

영어를 배운 탈북민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강연회를 열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양강도 혜산 출신인 엄영남 씨가 북한에서 경험한 고난의 행군 시기를 이야기합니다.

[엄영남/탈북민 : "기아가 전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고,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서 범죄자들의 꼬임에 빠져 인신매매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엄영남/탈북민 : "부모님들이 먹고살기 힘드니까 생계형 범죄라고 하죠. 정부 전화선이 있는데, 구리로 된 선을 잘라서 그걸 팔아서 돈을, 음식을 사 먹은 거예요."]

처음 듣는 북한의 참혹한 실상.

강연을 들은 청소년들은 무척 놀란 표정입니다.

[송형민/고등학생 : "한반도가 좀 더 평화로웠으면 좋겠어요. 북한이라고 안 좋게 보거나 남한이라고 안 좋게 보거나가 아니라, 북한도 있고 남한도 있고 다 잘 살아 보자 그런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두 대표가 어디론가 향합니다.

아버지가 작성한 탈북 수기를 영어로 출판하기로 한 한봉희 씨를 만나러 온 건데요.

[한봉희/탈북민 : "표지를 잘 만드신 거 같아요. 일단은 분단을 상징하잖아요. 분계선. 세계 유일하게 분단국가고, 이렇게 같은 민족인데 갈라져 있고..."]

한봉희 씨의 책 안에는 중국으로 탈북을 했다가 북송된 아버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국제사회에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한봉희/탈북민 : "외국 사람들이 북한에 관해 관심이 있더라도 정확하게 정말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모르잖아요. 전 세계 사람들이 알게 해서 북한이 빨리 변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런 생각을 계속하셨어요."]

한봉희 씨 아버지의 탈북 수기는 영어로 번역돼 다음 달 해외에서 먼저 발간될 예정인데요.

묵묵히 탈북민 영어 강의를 이어 온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두 대표는 요즘 뿌듯하기만 합니다.

[케이시 라티그/FSI 공동대표 : "하고 싶은 일을 이루는 탈북민들을 보면 그런 성과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마음에 품은 목표를 이루어 가는 것을 볼 때면 행복합니다."]

낯선 땅에 와서 배운 영어로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시작한 탈북민들.

북한을 바꾸려는 그들의 정성을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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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영어 배우는 탈북민들…“북한 실상 알린다”
    • 입력 2021-11-06 08:18:40
    • 수정2021-11-06 08: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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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거리 곳곳의 영어 간판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네, 그래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온 비영리 민간단체가 있다고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답변]

네, FSI라는 단체의 케이시 라티그 대표와 이은구 대표를 만나고 왔는데요.

벌써 9년째 탈북민 영어 강의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탈북민들이 영어를 배워서 강연까지 하고 있다고요?

[답변]

네, 북한의 인권 실태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건데요.

탈북민들은 영어 강연뿐만 아니라 출판 활동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영어를 배워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탈북민들의 이야기.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 탈북민 지원단체.

탈북민들의 멘토라고 불리는 케이시 라티그 대표의 영어 강의가 한창입니다.

[케이시 라티그/FSI 공동대표 :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대표님, 지우개랑 칠판용 펜이 필요해요."]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케이시 대표.

북한학을 전공한 이은구 대표와 함께 9년째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영어 강의를 했는데요.

NGO 단체에서 일할 때 우연히 만난 탈북민의 요청으로 영어를 가르치게 됐다고 합니다.

[케이시 라티그/FSI 공동대표 : "탈북 주민들보다 더 교육의 자유가 절실히 필요한 이들이 어디에 또 있을까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 세계에 할 기회, 그들이 어떤 미래로 나아가는지 생각하기 위해서 말이죠."]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는 한송미 씨.

2011년 탈북해 한국에 왔을 때 알파벳도 제대로 몰랐다고 하는데요.

케이시 대표의 도움을 받으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영어의 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한송미/탈북민 : "저 같은 경우엔 처음에는 자신감이 없었어요. 북한에선 전 학교를 못 다녔어요. 아예. 초등학교도 못 다녔었거든요. 여기서 영어 배우고 나니까 자신감이 올라가서 좋은 거 같아요."]

송미 씨는 이제 자신의 과거를 영어로 발표할 만큼 실력을 갖췄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 삼촌은 책을 보거나 신문을 보거나 했어요. 하지만 저는 삼촌이랑 놀고 싶었어요."]

송미 씨처럼 그동안 케이시 대표와 이은구 대표로부터 영어 강의를 들은 탈북민은 무려 470여 명.

2014년 BBC '올해의 여성 100인'에 선정된 북한 인권운동가 박연미 씨도 이곳에서 영어를 배웠는데요.

[박연미/탈북민/2014년 美 국무부 북한 인권토론회 : "당시 13살이었습니다. (브로커는)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했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보호하기 위해 대신 당했습니다."]

모든 강의가 무료로 진행되다 보니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케이시 라티그/FSI 공동대표 : "많은 분들이 내가 머리에 이상이 생겨서 갑자기 탈북자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전문적으로 해 온 일은 교육의 자유,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는 것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은 탈북민들을 위해서 지금까지 큰 노력과 고민을 기울였는데요.

하지만 이렇게 지원을 받기까지는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이제 탈북민들의 안정된 정착을 위해서 또 다른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두 대표는 그동안 탈북민들과 함께하면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이들의 이야기를 알리기로 했습니다.

[이은구/FSI 공동대표 : "영어로 자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런 이야기들이 국제사회에 더 알려지면 북한에 대해서, 탈북민들의 생활에 대해서 우리가 좀 더 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영어로 스피치나 출판의 일을 돕고 있어요."]

영어를 배운 탈북민들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강연회를 열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양강도 혜산 출신인 엄영남 씨가 북한에서 경험한 고난의 행군 시기를 이야기합니다.

[엄영남/탈북민 : "기아가 전 지역에 널리 퍼져 있었고, 아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중국에서 범죄자들의 꼬임에 빠져 인신매매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엄영남/탈북민 : "부모님들이 먹고살기 힘드니까 생계형 범죄라고 하죠. 정부 전화선이 있는데, 구리로 된 선을 잘라서 그걸 팔아서 돈을, 음식을 사 먹은 거예요."]

처음 듣는 북한의 참혹한 실상.

강연을 들은 청소년들은 무척 놀란 표정입니다.

[송형민/고등학생 : "한반도가 좀 더 평화로웠으면 좋겠어요. 북한이라고 안 좋게 보거나 남한이라고 안 좋게 보거나가 아니라, 북한도 있고 남한도 있고 다 잘 살아 보자 그런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땅거미가 내려앉고, 두 대표가 어디론가 향합니다.

아버지가 작성한 탈북 수기를 영어로 출판하기로 한 한봉희 씨를 만나러 온 건데요.

[한봉희/탈북민 : "표지를 잘 만드신 거 같아요. 일단은 분단을 상징하잖아요. 분계선. 세계 유일하게 분단국가고, 이렇게 같은 민족인데 갈라져 있고..."]

한봉희 씨의 책 안에는 중국으로 탈북을 했다가 북송된 아버지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국제사회에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싶었다고 합니다.

[한봉희/탈북민 : "외국 사람들이 북한에 관해 관심이 있더라도 정확하게 정말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모르잖아요. 전 세계 사람들이 알게 해서 북한이 빨리 변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이런 생각을 계속하셨어요."]

한봉희 씨 아버지의 탈북 수기는 영어로 번역돼 다음 달 해외에서 먼저 발간될 예정인데요.

묵묵히 탈북민 영어 강의를 이어 온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두 대표는 요즘 뿌듯하기만 합니다.

[케이시 라티그/FSI 공동대표 : "하고 싶은 일을 이루는 탈북민들을 보면 그런 성과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마음에 품은 목표를 이루어 가는 것을 볼 때면 행복합니다."]

낯선 땅에 와서 배운 영어로 북한의 실상을 알리기 시작한 탈북민들.

북한을 바꾸려는 그들의 정성을 많은 이들이 공감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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