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은] 코로나로 멈춘 ‘집단체조’…조용한 50주년 외

입력 2021.11.20 (08:01) 수정 2021.11.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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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중요 기념일마다 빠지지 않던 집단체조 공연 아마 기억하실 겁니다.

수만 명이 한꺼번에 행위 예술을 펼치는 이 공연은 코로나 19 발생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대표 관광상품이었는데요.

북한의 집단체조 창작단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조용한 기념식을 열었다고 합니다.

이 내용 함께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한꺼번에 수만 명이 동원되는 북한의 집단체조.

갖가지 무용과 묘기가 일사불란하게 펼쳐지고 여기에 성대한 음악까지 어우러진 집단체조 공연은 북한 체제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었습니다.

2002년에 첫선을 보인 <아리랑>은 북한 주민 10만여 명이 출연해,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랐습니다.

[‘아리랑’ 관람객 : "공연이 너무 특이하고 좋았습니다. 이런 공연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전 세계를 여행했어도 말입니다."]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빛나는 조국>이라는 제목의 집단체조 공연을 직접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북한이 내세우는 집단 체조는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람코스였습니다.

북한 당국 입장에선 알짜배기 외화벌이 수단이었던 셈이죠.

[오혜성/집단체조창작단 부장 : "주체 조선 특유의 불가항력적인 힘인 일심단결, 바로 이것을 시대의 명작으로 펼쳐놓은 긍지 높은 나날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기념일과 올 1월 8차 노동당 대회를 즈음해 두 차례 열린 것을 제외하면, 북한의 집단체조 공연은 코로나 이후 사실상 종적을 감췄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평양에선 북한 집단체조창작단 창립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는데요.

별도의 공연 없이 마스크를 낀 수십 명의 참석자가 군데군데 자리를 띄어 앉는 등 썰렁한 모습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 : "집단체조창작단 창작 일꾼들과 종업원들에게 보내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축하문을 리일환 동지가 전달했습니다."]

북한 집단체조창작단의 조용한 기념식은 코로나 특급 방역으로 지쳐가는 북한 내부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北 TV, 세계 명작동화 방영…체제 유지 도움 되나?

[앵커]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인어공주, 알라딘과 같은 세계 명작동화 한두 권씩 책장에 꽂혀있을 텐데요.

북한의 어린이들도 TV에서 이런 동화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외부 문화 유입을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이 세계 명작동화를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지금 함께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조선중앙TV가 방영하는 세계 명작동화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동화입니다.

[北 TV 방송원 : "이 동화를 창작한 안데르센은 일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허영심을 어린이들의 순결한 마음으로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답니다."]

이 동화는 허영심 많은 임금이 벌거벗은 채로 거리를 활보하면서 백성들의 웃음거리가 된다는 내용인데요.

북한이 제작한 거로 보이는 이 동화는 인물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그림책을 넘기는 형식입니다.

북한 공훈 배우가 직접 동화의 줄거리를 들려주기도 하는데요.

[‘벌거벗은 왕’ : "주위 사람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일제히 소리쳤습니다. “왕이 벌거벗었다!”라고 말입니다."]

전체 60권인 세계 명작동화는 지난해부터 편성이 늘어나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도 하루에 한 편씩 18차례 방송됐습니다.

개미와 베짱이, 신데렐라 등 방영되는 동화 대부분이 평범한 서민의 삶을 다루면서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고 있는데요.

[‘개미와 베짱이’ : "우리가 여름날 무더위에도 비 오는 날에도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바보라고 놀리던 게 생각나시는지요?"]

외국 문화를 접하기 힘든 북한에선 어린이뿐만 아니라 부모들까지 세계 명작동화를 즐겨본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소재라면, 가리지 않고 주민들 도덕 교양에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요즘 북한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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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북한은] 코로나로 멈춘 ‘집단체조’…조용한 50주년 외
    • 입력 2021-11-20 08:01:03
    • 수정2021-11-20 09:4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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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중요 기념일마다 빠지지 않던 집단체조 공연 아마 기억하실 겁니다.

수만 명이 한꺼번에 행위 예술을 펼치는 이 공연은 코로나 19 발생 전까지만 해도 북한의 대표 관광상품이었는데요.

북한의 집단체조 창작단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조용한 기념식을 열었다고 합니다.

이 내용 함께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한꺼번에 수만 명이 동원되는 북한의 집단체조.

갖가지 무용과 묘기가 일사불란하게 펼쳐지고 여기에 성대한 음악까지 어우러진 집단체조 공연은 북한 체제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었습니다.

2002년에 첫선을 보인 <아리랑>은 북한 주민 10만여 명이 출연해,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으로 기네스북에까지 올랐습니다.

[‘아리랑’ 관람객 : "공연이 너무 특이하고 좋았습니다. 이런 공연을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전 세계를 여행했어도 말입니다."]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빛나는 조국>이라는 제목의 집단체조 공연을 직접 관람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북한이 내세우는 집단 체조는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람코스였습니다.

북한 당국 입장에선 알짜배기 외화벌이 수단이었던 셈이죠.

[오혜성/집단체조창작단 부장 : "주체 조선 특유의 불가항력적인 힘인 일심단결, 바로 이것을 시대의 명작으로 펼쳐놓은 긍지 높은 나날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당 창건기념일과 올 1월 8차 노동당 대회를 즈음해 두 차례 열린 것을 제외하면, 북한의 집단체조 공연은 코로나 이후 사실상 종적을 감췄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일 평양에선 북한 집단체조창작단 창립 5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는데요.

별도의 공연 없이 마스크를 낀 수십 명의 참석자가 군데군데 자리를 띄어 앉는 등 썰렁한 모습이었습니다.

[조선중앙TV : "집단체조창작단 창작 일꾼들과 종업원들에게 보내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축하문을 리일환 동지가 전달했습니다."]

북한 집단체조창작단의 조용한 기념식은 코로나 특급 방역으로 지쳐가는 북한 내부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北 TV, 세계 명작동화 방영…체제 유지 도움 되나?

[앵커]

어린이가 있는 집이라면 인어공주, 알라딘과 같은 세계 명작동화 한두 권씩 책장에 꽂혀있을 텐데요.

북한의 어린이들도 TV에서 이런 동화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외부 문화 유입을 극도로 경계하는 북한이 세계 명작동화를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 지금 함께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조선중앙TV가 방영하는 세계 명작동화 프로그램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동화입니다.

[北 TV 방송원 : "이 동화를 창작한 안데르센은 일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런 허영심을 어린이들의 순결한 마음으로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답니다."]

이 동화는 허영심 많은 임금이 벌거벗은 채로 거리를 활보하면서 백성들의 웃음거리가 된다는 내용인데요.

북한이 제작한 거로 보이는 이 동화는 인물이 움직이는 애니메이션이 아닌 그림책을 넘기는 형식입니다.

북한 공훈 배우가 직접 동화의 줄거리를 들려주기도 하는데요.

[‘벌거벗은 왕’ : "주위 사람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일제히 소리쳤습니다. “왕이 벌거벗었다!”라고 말입니다."]

전체 60권인 세계 명작동화는 지난해부터 편성이 늘어나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도 하루에 한 편씩 18차례 방송됐습니다.

개미와 베짱이, 신데렐라 등 방영되는 동화 대부분이 평범한 서민의 삶을 다루면서 권선징악의 교훈을 담고 있는데요.

[‘개미와 베짱이’ : "우리가 여름날 무더위에도 비 오는 날에도 일을 하는 것을 보고 바보라고 놀리던 게 생각나시는지요?"]

외국 문화를 접하기 힘든 북한에선 어린이뿐만 아니라 부모들까지 세계 명작동화를 즐겨본다고 하는데요.

북한은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는 소재라면, 가리지 않고 주민들 도덕 교양에 활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요즘 북한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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