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남북 오가는 독수리떼…교류 물꼬 틀까?

입력 2021.11.20 (08:19) 수정 2021.11.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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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남 고성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독수리 월동지가 있다고 하는데요.

네.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몽골에서 수백 마리의 독수리들이 찾아왔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평양을 거쳐 온 독수리도 있다고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네. 직접 가서 보니까 드넓은 들판 여기저기에 독수리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독수리가 평양을 거쳐 왔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는 거죠?

독수리 몸통에 위치추적 장치인 GPS를 매달아 놨기 때문인데요.

몽골에서 출발한 독수리들이 평양 근처에서 사나흘 정도 머물다가 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합니다.

독수리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김덕성 대표가 벌써 24년째 독수리들의 끼니를 챙겨주고 있는데요.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드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는 경남 고성의 한 시골 마을.

이맘때가 되면 이 마을을 찾는 특별한 손님이 있습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지금 한 150마리 가까이 왔네요. 아침에 우리가 10시에 (먹이) 줄 때는 3, 4마리가 밖에 안 보였는데 불과 30분 사이에..."]

바로 몽골의 매서운 겨울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까지 날아온 천연기념물 제243호 독수리들입니다.

날개를 펼치면 3m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지만, 대부분 생후 4년 미만의 어린 개체들이 한반도로 날아온다고 합니다.

어린 독수리들은 까마귀 떼와 치열한 먹이 싸움을 벌이곤 하는데요.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저놈들이요 맛 들였다. 6마리네. (독수리 주려고 해놓은 밥을.) 네 까마귀가 먹고 온 동네잔치를 하는데?"]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저기 보면 독수리에 유독 한 친구한테 까마귀들이 7, 8마리가 계속 따라가거든요. 그것은 뭐냐면 그 친구가 먹이터에 앉지 못하도록. 왜냐면 우두머리가 앉게 되면 나머지 밑에 친구들은 다 같이 앉으니까. 먹이터에 근접하지 못하도록 방해 공작을 하는 거죠."]

독수리 떼가 매년 겨울 이곳을 찾는 건 김덕성 대표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수리의 끼니를 챙긴 지 벌써 24년째라고 하는데요.

[최효은/리포터 : "맛있게 먹어라."]

처음에는 야생동물을 챙긴다는 이유로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농약에 중독돼 (죽은) 오리를 먹고 2차 중독을 일으킨 독수리를 발견하고 나서부터 애들이 먹이가 없구나. 오로지 살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건데 눈물 흘리는 모습 보면서 되게 애잔한 생각이 들었죠."]

몽골에서 3,000km를 날아와 탈진한 독수리들을 구조하는 것도 김 대표의 역할.

식사 중인 독수리들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얘는 우리가 2월 말경에 못 먹어서 탈진된 애를 구조해서 69번 번호표를 달았어요. 69번 번호표를 단 친구가 정확하게 고성에 도착했네요."]

지난해 겨울에 구조한 독수리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고성을 찾아온 것인데요.

[박성호/고성군 생태지도사협회 회장 : "떠날 때는 서운했는데 오니까 반갑고 뭐랄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같이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제가 들고 있는 것은 실제 독수리의 깃털인데요.

독수리의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커다란 날개로 남과 북을 넘어서 몽골까지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독수리들에게 최근 특이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합니다.

올 2월 김덕성 대표는 몽골이와 고성이로 불리는 독수리 2마리한테 GPS를 부착해 날려 보냈는데요.

그런데 몽골이의 신호가 최근 고성에서 잡혔습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지금 우리가 위성추적 장치를 단 몽골이가 도착했는데 그 친구를 찾고 있습니다. 몽골에서 여기까지 잘 도착했는데..."]

아쉽게도 이날 몽골이를 만날 수는 없었는데요.

그때 김 대표가 보여줄 게 있다며 저희를 사무실로 데려갔습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빨간 점들이 머물러 갔던 자리거든요. 독수리들이 항상 이동할 때 쉰 자리는 대부분이 축사 가축을 키우는 곳이거든요. 이런 게 있는 거 보면 북한도 축산 농업 같은 경우도 많이 발달해 있는 거 같아요."]

몽골에서 날아오면서 사나흘 동안 평양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건데요.

[최효은/리포터 : "철원을 출발해서 원산을 갔다가 마지막에 압록강까지."]

과거에는 독수리들이 북한에 머물지 않고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날아왔다고 합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얼마나 자유스러워요. 날갯짓하면 북한 갔다가 오고 싶으면 남한에 오고 근데 우리 인간은 안 되잖아요. 지금 몇 년이에요. 70년인데. 그런 부분에선 새들이 부럽기도 하죠."]

멸종 위기종인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생태조사가 시급한데요.

고성군에선 몽골뿐만이 아니라 독수리의 이동 경로 중 한 곳인 북한과의 교류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김덕성 대표와 고성군은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 우선 몽골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독수리의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우리가 어릴 때 보호하지 않으면 크게 자라기 힘든 종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한 종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동 경로에 있는 국가들도 서로 협력이 돼야 하죠. 독수리 경우는 북한을 거쳐 가고 또 북한을 거쳐 오기 때문에 당사국끼리의 교류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고성군에서는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백두현/경남 고성군수 : "북한의 경유지에 독수리의 먹이를 제공하는 것도 작년에 저희가 제안을 했었고 북한과 교류를 하기 위해서 북한의 시군과 자매결연을 하기 위해서 경문협이란 단체와 협약식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이 계속되면서 아직은 반쪽짜리 연구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응답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독수리를 매개로) 민간교류부터 시작이 된다면 점차 나아가서 국가 간의 교류도 되지 않을까 그다음에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이런 것이 단계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독수리의 습성을 고려하면 최소 수십 마리가 평양을 거쳐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독수리처럼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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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남북 오가는 독수리떼…교류 물꼬 틀까?
    • 입력 2021-11-20 08:19:25
    • 수정2021-11-20 09: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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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남 고성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독수리 월동지가 있다고 하는데요.

네.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몽골에서 수백 마리의 독수리들이 찾아왔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평양을 거쳐 온 독수리도 있다고 합니다.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네. 직접 가서 보니까 드넓은 들판 여기저기에 독수리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런데 독수리가 평양을 거쳐 왔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는 거죠?

독수리 몸통에 위치추적 장치인 GPS를 매달아 놨기 때문인데요.

몽골에서 출발한 독수리들이 평양 근처에서 사나흘 정도 머물다가 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합니다.

독수리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김덕성 대표가 벌써 24년째 독수리들의 끼니를 챙겨주고 있는데요.

지금부터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드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는 경남 고성의 한 시골 마을.

이맘때가 되면 이 마을을 찾는 특별한 손님이 있습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지금 한 150마리 가까이 왔네요. 아침에 우리가 10시에 (먹이) 줄 때는 3, 4마리가 밖에 안 보였는데 불과 30분 사이에..."]

바로 몽골의 매서운 겨울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까지 날아온 천연기념물 제243호 독수리들입니다.

날개를 펼치면 3m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하지만, 대부분 생후 4년 미만의 어린 개체들이 한반도로 날아온다고 합니다.

어린 독수리들은 까마귀 떼와 치열한 먹이 싸움을 벌이곤 하는데요.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저놈들이요 맛 들였다. 6마리네. (독수리 주려고 해놓은 밥을.) 네 까마귀가 먹고 온 동네잔치를 하는데?"]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저기 보면 독수리에 유독 한 친구한테 까마귀들이 7, 8마리가 계속 따라가거든요. 그것은 뭐냐면 그 친구가 먹이터에 앉지 못하도록. 왜냐면 우두머리가 앉게 되면 나머지 밑에 친구들은 다 같이 앉으니까. 먹이터에 근접하지 못하도록 방해 공작을 하는 거죠."]

독수리 떼가 매년 겨울 이곳을 찾는 건 김덕성 대표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독수리의 끼니를 챙긴 지 벌써 24년째라고 하는데요.

[최효은/리포터 : "맛있게 먹어라."]

처음에는 야생동물을 챙긴다는 이유로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습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농약에 중독돼 (죽은) 오리를 먹고 2차 중독을 일으킨 독수리를 발견하고 나서부터 애들이 먹이가 없구나. 오로지 살기 위해서 여기까지 온 건데 눈물 흘리는 모습 보면서 되게 애잔한 생각이 들었죠."]

몽골에서 3,000km를 날아와 탈진한 독수리들을 구조하는 것도 김 대표의 역할.

식사 중인 독수리들을 유심히 관찰합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얘는 우리가 2월 말경에 못 먹어서 탈진된 애를 구조해서 69번 번호표를 달았어요. 69번 번호표를 단 친구가 정확하게 고성에 도착했네요."]

지난해 겨울에 구조한 독수리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고성을 찾아온 것인데요.

[박성호/고성군 생태지도사협회 회장 : "떠날 때는 서운했는데 오니까 반갑고 뭐랄까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같이 그렇게 생각이 듭니다."]

제가 들고 있는 것은 실제 독수리의 깃털인데요.

독수리의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커다란 날개로 남과 북을 넘어서 몽골까지 자유롭게 날아다니던 독수리들에게 최근 특이한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합니다.

올 2월 김덕성 대표는 몽골이와 고성이로 불리는 독수리 2마리한테 GPS를 부착해 날려 보냈는데요.

그런데 몽골이의 신호가 최근 고성에서 잡혔습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지금 우리가 위성추적 장치를 단 몽골이가 도착했는데 그 친구를 찾고 있습니다. 몽골에서 여기까지 잘 도착했는데..."]

아쉽게도 이날 몽골이를 만날 수는 없었는데요.

그때 김 대표가 보여줄 게 있다며 저희를 사무실로 데려갔습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빨간 점들이 머물러 갔던 자리거든요. 독수리들이 항상 이동할 때 쉰 자리는 대부분이 축사 가축을 키우는 곳이거든요. 이런 게 있는 거 보면 북한도 축산 농업 같은 경우도 많이 발달해 있는 거 같아요."]

몽골에서 날아오면서 사나흘 동안 평양 주변을 왔다 갔다 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건데요.

[최효은/리포터 : "철원을 출발해서 원산을 갔다가 마지막에 압록강까지."]

과거에는 독수리들이 북한에 머물지 않고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날아왔다고 합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얼마나 자유스러워요. 날갯짓하면 북한 갔다가 오고 싶으면 남한에 오고 근데 우리 인간은 안 되잖아요. 지금 몇 년이에요. 70년인데. 그런 부분에선 새들이 부럽기도 하죠."]

멸종 위기종인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생태조사가 시급한데요.

고성군에선 몽골뿐만이 아니라 독수리의 이동 경로 중 한 곳인 북한과의 교류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김덕성 대표와 고성군은 독수리를 보호하기 위해 우선 몽골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는데요.

독수리의 이동 경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우리가 어릴 때 보호하지 않으면 크게 자라기 힘든 종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한 종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동 경로에 있는 국가들도 서로 협력이 돼야 하죠. 독수리 경우는 북한을 거쳐 가고 또 북한을 거쳐 오기 때문에 당사국끼리의 교류는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고성군에서는 북한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백두현/경남 고성군수 : "북한의 경유지에 독수리의 먹이를 제공하는 것도 작년에 저희가 제안을 했었고 북한과 교류를 하기 위해서 북한의 시군과 자매결연을 하기 위해서 경문협이란 단체와 협약식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이 계속되면서 아직은 반쪽짜리 연구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응답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김덕성/독수리 식당 대표 : "(독수리를 매개로) 민간교류부터 시작이 된다면 점차 나아가서 국가 간의 교류도 되지 않을까 그다음에 정치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이런 것이 단계가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독수리의 습성을 고려하면 최소 수십 마리가 평양을 거쳐 온 것으로 추정됩니다.

독수리처럼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하는 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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