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대담] 김일성종합대학 입시 준비는 어떻게 했나?

입력 2021.11.20 (08:14) 수정 2021.11.2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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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까지 북한의 대학 입시 경쟁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봤는데요.

그럼 여기서 탈북 청년 한 분과 함께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금혁 씨 안녕하세요?

네, 김금혁 씨는 뭐 북한 최고 명문인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다가 탈북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각별했다고 들었는데, 입시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답변]

일단은 김일성종합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한 1년 정도의 과정이 필요한데요.

그 1년 정도를 학교에서 매주 시험을 봐서 그 시험에서 전교 몇 등까지 드느냐에 따라서 김일성종합대학 입학시험 자격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가 결정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1년 전부터는 거의 매일 수능을 보는 그런 심정으로 살았고요.

그런 어떤 과정을 위해서 어머니가 저희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전교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저희 반에 있었는데, 그 친구를 저희 집에 데리고 와서 저랑 경쟁 관계를 붙여놔서 이제 시험 점수가 이 친구가 더 높게 나올 때는 이 친구한테만 소고기 밥상을 차려주고 저는 그냥 김치에 깍두기만 주고...

저희 어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별적으로 대우하면서 저한테 있는 경쟁심, 이런 것들을 끌어내셨던 것 같아요.

결국은 어머니의 노력 덕분에 저도 한 6개월 만에 성적을 많이 따라잡아서 나중에 그 친구랑 호각을 다투는 이렇게 1위, 2위 이렇게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앵커]

네, 북한에는 김일성종합대학 말고도 또 다른 인기 대학들이 있을 텐데 우리나라처럼 한국의 의대처럼 특별히 북한 학생들이 선호하는 그런 전공도 있을까요?

[답변]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북한에선 의대가 그렇게 큰 선호도의 대상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국가기관 병원에 소속되다 보니까 월급도 정말 누구나 다 아는 그런 수준의 월급밖에 받지 못하거든요.

외부 진료도 나갈 수 없고.

사람들이 의대를 많이 선택하진 않고요.

대부분의 학생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학과, 예를 들어서 무역학과라든가 혹은 뭐 김일성종합대학에 한해서 말씀드린다면 외문학과라든가, 경제학과라든가 이런 어떤 이런 과목들을, 이런 학과들을 선택합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한국과 북한에서 다 학교에 다니시면서 양쪽 입시를 다 체험해 보신 거잖아요. 입시에 가장 차이점은 어떤 게 있던가요?

[답변]

어제가 아마 우리 수능 날이었죠?

수능 때면 우리 항공기도 이제 날아가는 걸 금지하고 정말 온 나라가 수능을 위해서 준비를 해주는 그런 느낌이잖아요.

많은 사람이 수능에 매달리고 있고 북한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수능에 매달리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대학 입학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 자체가 전체 학생 범위 내에서 10% 이내이기 때문에 나머지 90% 학생들은 대학 입시라는 과정이 자신의 인생에 그렇게 큰 중요한 과정이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입학시험을 보는지 안 보는지 모르는 친구들도 되게 많고요.

나머지 상위 10%의 학생들만 죽을 둥 살 둥 그렇게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금혁 씨 좀 전에 영상에서도 봤지만, 북한에는 지역별로 대학 추천권이라는 게 있다면서요?

그러면 그 추천권을 따기 위한 경쟁이 굉장히 치열할 텐데 물론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는 없나요?

[답변]

일단 두 가지 경우를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앞선 추천권에 대해서 말씀을 드린다면 정말 오로지 성적순으로 받다 보면 어차피 평양 시내에서 공부를 한 학생들이 다 상위권 대학을 가기 때문에 그런 쏠림 현상을 막고자 우리나라도 보면 농어촌 전형이 있고 각 전형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인재들이 올라올 수 있는 그런 장치를 마련해두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평양 학생들이 대다수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파이가 아주 적기 때문에 이 적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서 지방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어떤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 좀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 대학을 들어오려는 사람도 참 많거든요.

본인이 가진 빽을 사용하는 경우가 정말 많고요.

사실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끄러운 일이죠.

김일성종합대학이라고 하는 북한 최고의 명문대에서도 사실은 그런 방법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어림잡아서 한 20%는 넘는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그런 방법을 동원해서 대학교에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대학교 과정을 잘 견디지는 못합니다.

[앵커]

북한에도 어쨌든 명문대 쏠림 현상이 있다는 건데, 그러면 아까 말씀하신 대로 90% 정도의 학생들은 대학 입시가 자기와 상관없이 이렇게 지내고 있는데 그럼 혹시 그런 사이에 보이지 않는 차별 같은 것도 좀 있지 않을까요?

[답변]

보이지 않는 차별이라고 말씀드리기가 민망할 정도로 사실은 보이는 차별이거든요.

이게 어떻게 보면 북한 사이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 6~70년에 걸쳐서 사회가 그렇게 진화되어 왔기 때문에 사실 이제 어쩔 수 없는,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

부모님 혹은 어머니 아버지가 노동자, 농민인데 공부를 정말 특출나게 잘해서, 대학교에 가는 경우는 정말 드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권력의 대물림, 부의 대물림, 이런 것들이 사실은 비일비재하고.

그래서 그 10% 안에서 세대를 거쳐서 돌고 도는, 그런 상황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금혁 씨 말씀,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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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0 08:14:07
    • 수정2021-11-20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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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까지 북한의 대학 입시 경쟁이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알아봤는데요.

그럼 여기서 탈북 청년 한 분과 함께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금혁 씨 안녕하세요?

네, 김금혁 씨는 뭐 북한 최고 명문인 김일성종합대학을 다니다가 탈북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부모님의 뒷바라지가 각별했다고 들었는데, 입시 어떻게 준비하셨어요?

[답변]

일단은 김일성종합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한 1년 정도의 과정이 필요한데요.

그 1년 정도를 학교에서 매주 시험을 봐서 그 시험에서 전교 몇 등까지 드느냐에 따라서 김일성종합대학 입학시험 자격을 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여부가 결정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1년 전부터는 거의 매일 수능을 보는 그런 심정으로 살았고요.

그런 어떤 과정을 위해서 어머니가 저희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전교에서 공부를 제일 잘하는 사람이 저희 반에 있었는데, 그 친구를 저희 집에 데리고 와서 저랑 경쟁 관계를 붙여놔서 이제 시험 점수가 이 친구가 더 높게 나올 때는 이 친구한테만 소고기 밥상을 차려주고 저는 그냥 김치에 깍두기만 주고...

저희 어머니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별적으로 대우하면서 저한테 있는 경쟁심, 이런 것들을 끌어내셨던 것 같아요.

결국은 어머니의 노력 덕분에 저도 한 6개월 만에 성적을 많이 따라잡아서 나중에 그 친구랑 호각을 다투는 이렇게 1위, 2위 이렇게 올라왔던 것 같습니다.

[앵커]

네, 북한에는 김일성종합대학 말고도 또 다른 인기 대학들이 있을 텐데 우리나라처럼 한국의 의대처럼 특별히 북한 학생들이 선호하는 그런 전공도 있을까요?

[답변]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북한에선 의대가 그렇게 큰 선호도의 대상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국가기관 병원에 소속되다 보니까 월급도 정말 누구나 다 아는 그런 수준의 월급밖에 받지 못하거든요.

외부 진료도 나갈 수 없고.

사람들이 의대를 많이 선택하진 않고요.

대부분의 학생이 해외로 나갈 수 있는 학과, 예를 들어서 무역학과라든가 혹은 뭐 김일성종합대학에 한해서 말씀드린다면 외문학과라든가, 경제학과라든가 이런 어떤 이런 과목들을, 이런 학과들을 선택합니다.

[앵커]

어떻게 보면 한국과 북한에서 다 학교에 다니시면서 양쪽 입시를 다 체험해 보신 거잖아요. 입시에 가장 차이점은 어떤 게 있던가요?

[답변]

어제가 아마 우리 수능 날이었죠?

수능 때면 우리 항공기도 이제 날아가는 걸 금지하고 정말 온 나라가 수능을 위해서 준비를 해주는 그런 느낌이잖아요.

많은 사람이 수능에 매달리고 있고 북한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수능에 매달리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대학 입학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 자체가 전체 학생 범위 내에서 10% 이내이기 때문에 나머지 90% 학생들은 대학 입시라는 과정이 자신의 인생에 그렇게 큰 중요한 과정이 아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입학시험을 보는지 안 보는지 모르는 친구들도 되게 많고요.

나머지 상위 10%의 학생들만 죽을 둥 살 둥 그렇게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분위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금혁 씨 좀 전에 영상에서도 봤지만, 북한에는 지역별로 대학 추천권이라는 게 있다면서요?

그러면 그 추천권을 따기 위한 경쟁이 굉장히 치열할 텐데 물론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는 없나요?

[답변]

일단 두 가지 경우를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은데, 앞선 추천권에 대해서 말씀을 드린다면 정말 오로지 성적순으로 받다 보면 어차피 평양 시내에서 공부를 한 학생들이 다 상위권 대학을 가기 때문에 그런 쏠림 현상을 막고자 우리나라도 보면 농어촌 전형이 있고 각 전형이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지방에서도 인재들이 올라올 수 있는 그런 장치를 마련해두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평양 학생들이 대다수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파이가 아주 적기 때문에 이 적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해서 지방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피 터지는 싸움을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어떤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 좀 부정한 방법을 통해서 대학을 들어오려는 사람도 참 많거든요.

본인이 가진 빽을 사용하는 경우가 정말 많고요.

사실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부끄러운 일이죠.

김일성종합대학이라고 하는 북한 최고의 명문대에서도 사실은 그런 방법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어림잡아서 한 20%는 넘는다고 볼 수 있거든요.

그런 친구들이 그런 방법을 동원해서 대학교에 들어왔다고 하더라도 대학교 과정을 잘 견디지는 못합니다.

[앵커]

북한에도 어쨌든 명문대 쏠림 현상이 있다는 건데, 그러면 아까 말씀하신 대로 90% 정도의 학생들은 대학 입시가 자기와 상관없이 이렇게 지내고 있는데 그럼 혹시 그런 사이에 보이지 않는 차별 같은 것도 좀 있지 않을까요?

[답변]

보이지 않는 차별이라고 말씀드리기가 민망할 정도로 사실은 보이는 차별이거든요.

이게 어떻게 보면 북한 사이에서 하루 이틀 사이에 발생하는 일이 아니라 6~70년에 걸쳐서 사회가 그렇게 진화되어 왔기 때문에 사실 이제 어쩔 수 없는, 바꿀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

부모님 혹은 어머니 아버지가 노동자, 농민인데 공부를 정말 특출나게 잘해서, 대학교에 가는 경우는 정말 드물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어떤 권력의 대물림, 부의 대물림, 이런 것들이 사실은 비일비재하고.

그래서 그 10% 안에서 세대를 거쳐서 돌고 도는, 그런 상황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김금혁 씨 말씀,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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