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만 원 곰팡이기숙사, 비닐하우스 숙소도 여전

입력 2021.12.16 (21:37) 수정 2021.12.16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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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네, 이렇게 날씨가 다시 추워진다고 하는데요.

1년 전 이 무렵 영하 18도의 한파가 찾아온 날이었습니다.

난방장치가 고장 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랴부랴 정부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같은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면 새로 뽑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미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도 시설이 열악하다고 느꼈다면 일하는 곳을 바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고아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농장 사이 검은 천으로 덮인 비닐하우스.

주방 벽은 기름때와 곰팡이로 시커멓게 변했고, 남녀가 같이 쓰는 화장실엔 잠금 장치도 없습니다.

[태국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남자 방, 하우스 옆에 (화장실 있어요). (남자랑 같이 써요?) 네, 같이 하나 있어요. 사장님이 괜찮아, 그냥 (쓰라고 했어요)."]

두 사람이 쓰는 방은 몸을 눕히면 꽉 찰 정도로 좁습니다.

그래도 방값으로 한 달 25만 원 씩 냅니다.

[태국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우리 사장님 생각해요, 더 올려요. 30만 원. (30만 원 내라 그래요?) 네, 사장님 생각해요."]

비자 만료로 귀국했다 올 여름 고용 계약을 새로 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바뀐 규정상 가건물을 숙소로 제공해선 안되지만, 또 비닐하우스에서 삽니다.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이게 불편하겠네요.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네, 괜찮아요. 4년 했어요."]

외국인 등록증에는 비닐하우스대신 농장 근처 빌라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농장주의 집을 기숙사로 허위 신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농장으로 옮기고 싶지 않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농장은 다 똑같아요. 친구 방은 더 조그매요. (더 작다고요? 여기가 그나마 좋다고요?) 네네."]

[김달성/목사/포천이주노동자센터 : "고용노동부가 해외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모집해서 합법적으로 고용, 알선한 그런 사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보신 것과 같이 (숙소가) 정말 움막 같고."]

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숨진 지 1년.

법은 바뀌었지만 사는 곳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김지혜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고아름 기자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불법 체류도 아니고, 정식 허가를 받은 노동자들 숙소인데 상당히 열악하네요.

개선이 안되고 있는 거 같아요.

[기자]

변화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노동자 입국이 크게 줄면서, 요즘 농장마다 사람 구하기 전쟁인데요.

신규 인력을 받기 위해 기숙사용 주택을 직접 짓거나, 근처 원룸을 얻어주는 농장주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고 기자가 취재한 곳은 상당히 열악해 보이던데, 왜 이렇죠?

[기자]

네, 농장주들도 땅 소유 여부에 따라 상황이 갈렸습니다.

그나마 땅 주인이면 부담되더라도 주택을 짓겠다는 농장주가 상당수였습니다.

그런데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 대다수의 영세한 농민들은 마음대로 주택을 지을 수도 없고 사실상 방법이 없다는 호소입니다.

방을 얻으려고 해도 외국인노동자 숙소로 쓴다고 하면 임대를 안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앵커]

제도를 개선했는데도 현장은 바뀌지 않고 있는데, 대안은 없을까요?

[기자]

농촌 지역은 이미 외국인노동자 없이는 농사짓기 힘든 상황입니다.

먹거리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농장주에게만 부담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부와 자치단체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 올해 정부가 외국인노동자 주거 지원 예산을 대폭 늘리기는 했습니다.

500여 농가가 이 사업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부 자치단체가 관련 지침을 잘못 이해하면서 혼선이 빚어져 또 논란입니다.

이동식 주택, 다시 말해 주거 시설로 쓸 수 없는 가건물을 짓겠다는 농가의 신청까지 받으면서 뒤늦게 지원금을 주네, 마네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앞으로는 농가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시·군 단위의 광역형, 또는 마을 단위의 공동 기숙사를 짓는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앵커]

고아름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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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만 원 곰팡이기숙사, 비닐하우스 숙소도 여전
    • 입력 2021-12-16 21:37:38
    • 수정2021-12-16 22:05:43
    뉴스 9
[앵커]

네, 이렇게 날씨가 다시 추워진다고 하는데요.

1년 전 이 무렵 영하 18도의 한파가 찾아온 날이었습니다.

난방장치가 고장 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부랴부랴 정부는 비닐하우스나 컨테이너 같은 가설 건축물을 숙소로 제공하면 새로 뽑는 외국인 노동자의 고용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미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도 시설이 열악하다고 느꼈다면 일하는 곳을 바꿀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현장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고아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농장 사이 검은 천으로 덮인 비닐하우스.

주방 벽은 기름때와 곰팡이로 시커멓게 변했고, 남녀가 같이 쓰는 화장실엔 잠금 장치도 없습니다.

[태국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남자 방, 하우스 옆에 (화장실 있어요). (남자랑 같이 써요?) 네, 같이 하나 있어요. 사장님이 괜찮아, 그냥 (쓰라고 했어요)."]

두 사람이 쓰는 방은 몸을 눕히면 꽉 찰 정도로 좁습니다.

그래도 방값으로 한 달 25만 원 씩 냅니다.

[태국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우리 사장님 생각해요, 더 올려요. 30만 원. (30만 원 내라 그래요?) 네, 사장님 생각해요."]

비자 만료로 귀국했다 올 여름 고용 계약을 새로 한 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바뀐 규정상 가건물을 숙소로 제공해선 안되지만, 또 비닐하우스에서 삽니다.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이게 불편하겠네요.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네, 괜찮아요. 4년 했어요."]

외국인 등록증에는 비닐하우스대신 농장 근처 빌라 주소가 적혀있습니다.

농장주의 집을 기숙사로 허위 신고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농장으로 옮기고 싶지 않냐고 묻자,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캄보디아 출신 외국인노동자/음성변조 : "농장은 다 똑같아요. 친구 방은 더 조그매요. (더 작다고요? 여기가 그나마 좋다고요?) 네네."]

[김달성/목사/포천이주노동자센터 : "고용노동부가 해외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모집해서 합법적으로 고용, 알선한 그런 사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보신 것과 같이 (숙소가) 정말 움막 같고."]

한파 속 비닐하우스에서 외국인노동자가 숨진 지 1년.

법은 바뀌었지만 사는 곳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고아름입니다.

촬영기자:김성현/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김지혜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고아름 기자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불법 체류도 아니고, 정식 허가를 받은 노동자들 숙소인데 상당히 열악하네요.

개선이 안되고 있는 거 같아요.

[기자]

변화가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외국인노동자 입국이 크게 줄면서, 요즘 농장마다 사람 구하기 전쟁인데요.

신규 인력을 받기 위해 기숙사용 주택을 직접 짓거나, 근처 원룸을 얻어주는 농장주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고 기자가 취재한 곳은 상당히 열악해 보이던데, 왜 이렇죠?

[기자]

네, 농장주들도 땅 소유 여부에 따라 상황이 갈렸습니다.

그나마 땅 주인이면 부담되더라도 주택을 짓겠다는 농장주가 상당수였습니다.

그런데 땅을 빌려서 농사를 짓는, 대다수의 영세한 농민들은 마음대로 주택을 지을 수도 없고 사실상 방법이 없다는 호소입니다.

방을 얻으려고 해도 외국인노동자 숙소로 쓴다고 하면 임대를 안 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앵커]

제도를 개선했는데도 현장은 바뀌지 않고 있는데, 대안은 없을까요?

[기자]

농촌 지역은 이미 외국인노동자 없이는 농사짓기 힘든 상황입니다.

먹거리와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농장주에게만 부담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부와 자치단체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 올해 정부가 외국인노동자 주거 지원 예산을 대폭 늘리기는 했습니다.

500여 농가가 이 사업을 신청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일부 자치단체가 관련 지침을 잘못 이해하면서 혼선이 빚어져 또 논란입니다.

이동식 주택, 다시 말해 주거 시설로 쓸 수 없는 가건물을 짓겠다는 농가의 신청까지 받으면서 뒤늦게 지원금을 주네, 마네 사업이 지체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앞으로는 농가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시·군 단위의 광역형, 또는 마을 단위의 공동 기숙사를 짓는 사업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앵커]

고아름 기자,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영상편집:박주연/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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