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전봇대 철거 않고 철거비 지급? 수상한 재개발구역 철거계약

입력 2021.12.20 (19:22) 수정 2021.12.20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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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6월 일어난 광주 학동 붕괴참사는 재개발 사업에 얽힌 각종 계약 비리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는데요.

KBS는 광주의 또 다른 재개발구역에서 수상한 철거계약 정황을 확인하고 이를 점검하는 연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철거업체가 실제로 하지도 않은 공정을 명목으로 공사비를 받은 정황을 확인해봤습니다.

양창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축구장 10개 정도의 규모인 광주 북구의 한 재개발구역.

낡은 주택가였던 곳에 2천4백여 세대의 아파트를 짓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재개발구역에 아파트를 세우려면 원래 있던 주택들과 함께 전봇대와 상수도 등 '지상 장애물', 지장물을 먼저 철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재개발조합은 2016년, 서울의 A 건설사와 14억 원에 지장물 철거 계약을 맺습니다.

이 가운데 '전기선 전봇대 철거' 비용으로만 2억 4천여만 원이 책정됐습니다.

그런데 전기선을 잇는 전봇대는 한국전력공사 소유인 데다 고압 전선이 연결돼 있어서 아무나 철거할 수 없고, 한전이 입찰 등을 통해 따로 선정한 업체가 철거를 맡도록 돼 있습니다.

실제로 A 건설사는 전봇대를 철거하지 않았습니다.

[A 건설사 관계자/음성변조 : "(이거를 ○○○에서 직접 공사를 하신 게 맞나요?) 직접적으로 이 부분은 저희가 철거를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잖아요."]

해당 조합은 2년 뒤 한국전력 측에 전봇대 60여 개 등의 철거를 다시 요청했습니다.

입찰을 거쳐 실제 철거를 맡은 곳은 광주에 있는 B 전기업체.

B 업체가 청구한 공사비는 조합이 A 건설사와 계약한 전봇대 철거비의 3분의 1인 8천여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전봇대 철거 명목으로 A 건설사에 2억 4천여만 원을 준 조합은 이 공사비 또한 이중으로 부담했습니다.

[한국전력 관계자/음성변조 : "(전주 철거) 계약을 저희가 공시를 하고, 투찰 결과 이 업체(B 전기업체)가 되어서 시공을 받은 거죠. 업무 범위 자체가 아예 다른데, 그 사람들이(A 건설사) 저희 전기 쪽 철거 작업을 할 수가 없어서…."]

조합과 A 건설사의 계약에는 통신선을 잇는 전봇대 철거 비용도 1억 천여만 원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통신선 전봇대 철거 역시 A 건설사가 아닌, KT와 SKT 등 통신사가 또 다른 업체에 의뢰해 진행했습니다.

A 건설사가 하지도 않은 공사들이 계약 범위에 포함돼 계약이 부풀려지며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합원/음성변조 : "한전에서도 그것에 대해서 비용 지출이 되고 또 건설사에서도 지출이 된 걸로 아는데 그렇게 보면 우리 조합, 조합원들의 돈이 이중으로 지출되지 않았을까…."]

재개발조합은 계약서 내용이 불명확한 부분은 있지만 A 건설사가 통신선 철거 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역할을 했다며 정당하게 대가를 지출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재개발조합 관계자/음성변조 : "용역업체하고 한전과 수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서 서로 각자의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했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확인을 한 번 하도록 하겠습니다."]

A 건설사 역시 전봇대 철거를 직접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한전이 하지 않은 세대별 전선 철거와 업무 대행 등을 맡았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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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전봇대 철거 않고 철거비 지급? 수상한 재개발구역 철거계약
    • 입력 2021-12-20 19:22:08
    • 수정2021-12-20 19:47:31
    뉴스7(광주)
[앵커]

지난 6월 일어난 광주 학동 붕괴참사는 재개발 사업에 얽힌 각종 계약 비리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는데요.

KBS는 광주의 또 다른 재개발구역에서 수상한 철거계약 정황을 확인하고 이를 점검하는 연속보도를 준비했습니다.

먼저 철거업체가 실제로 하지도 않은 공정을 명목으로 공사비를 받은 정황을 확인해봤습니다.

양창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축구장 10개 정도의 규모인 광주 북구의 한 재개발구역.

낡은 주택가였던 곳에 2천4백여 세대의 아파트를 짓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재개발구역에 아파트를 세우려면 원래 있던 주택들과 함께 전봇대와 상수도 등 '지상 장애물', 지장물을 먼저 철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재개발조합은 2016년, 서울의 A 건설사와 14억 원에 지장물 철거 계약을 맺습니다.

이 가운데 '전기선 전봇대 철거' 비용으로만 2억 4천여만 원이 책정됐습니다.

그런데 전기선을 잇는 전봇대는 한국전력공사 소유인 데다 고압 전선이 연결돼 있어서 아무나 철거할 수 없고, 한전이 입찰 등을 통해 따로 선정한 업체가 철거를 맡도록 돼 있습니다.

실제로 A 건설사는 전봇대를 철거하지 않았습니다.

[A 건설사 관계자/음성변조 : "(이거를 ○○○에서 직접 공사를 하신 게 맞나요?) 직접적으로 이 부분은 저희가 철거를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잖아요."]

해당 조합은 2년 뒤 한국전력 측에 전봇대 60여 개 등의 철거를 다시 요청했습니다.

입찰을 거쳐 실제 철거를 맡은 곳은 광주에 있는 B 전기업체.

B 업체가 청구한 공사비는 조합이 A 건설사와 계약한 전봇대 철거비의 3분의 1인 8천여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전봇대 철거 명목으로 A 건설사에 2억 4천여만 원을 준 조합은 이 공사비 또한 이중으로 부담했습니다.

[한국전력 관계자/음성변조 : "(전주 철거) 계약을 저희가 공시를 하고, 투찰 결과 이 업체(B 전기업체)가 되어서 시공을 받은 거죠. 업무 범위 자체가 아예 다른데, 그 사람들이(A 건설사) 저희 전기 쪽 철거 작업을 할 수가 없어서…."]

조합과 A 건설사의 계약에는 통신선을 잇는 전봇대 철거 비용도 1억 천여만 원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통신선 전봇대 철거 역시 A 건설사가 아닌, KT와 SKT 등 통신사가 또 다른 업체에 의뢰해 진행했습니다.

A 건설사가 하지도 않은 공사들이 계약 범위에 포함돼 계약이 부풀려지며 조합에 손해를 끼쳤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조합원/음성변조 : "한전에서도 그것에 대해서 비용 지출이 되고 또 건설사에서도 지출이 된 걸로 아는데 그렇게 보면 우리 조합, 조합원들의 돈이 이중으로 지출되지 않았을까…."]

재개발조합은 계약서 내용이 불명확한 부분은 있지만 A 건설사가 통신선 철거 비용을 절감하는 등의 역할을 했다며 정당하게 대가를 지출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재개발조합 관계자/음성변조 : "용역업체하고 한전과 수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서 서로 각자의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했다고 보고를 받았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확인을 한 번 하도록 하겠습니다."]

A 건설사 역시 전봇대 철거를 직접 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한전이 하지 않은 세대별 전선 철거와 업무 대행 등을 맡았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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