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위헌’ 입법공백 1년…임신중지 여성 위험·혼란 계속

입력 2021.12.21 (21:34) 수정 2021.12.2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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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낙태를 처벌하는 법조항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올 초부터 효력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1년 다 되도록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신 중지 여성의 건강과 안전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여성은 임신 중단 방법을 찾다가 중국산 약을 구해 먹었습니다.

[임신중지 경험자/음성변조 : "선택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저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임신중단 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친구의 친구가 중국에서 만든 미프진 약물을 사 왔었어요."]

복용 뒤 한 달 동안이나 출혈이 이어졌습니다.

[임신중지 경험자/음성변조 : "복잡하고 약간 조잡한 루트를 통하지 않고 바로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다면 사실 훨씬 더 짧은 시일 내에 건강하게 마무리했겠죠."]

출처불명 임신중지약이 유통되는 것은 합법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임신중지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근거를 두지 않아 의료계 내부조차 임신중지약 시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임신중절 수술을 둘러싼 혼란도 그대로입니다.

형법 등 근거 법령을 개정하지 않아 수술 가능한 임신 기간 등을 놓고 판단이 제각각입니다.

[A 병원/음성변조 : "6주? 8주? 그 정도까지...만약에 해도. (수술비는) 최대가 55만 원~60만 원."]

[B 병원/음성변조 : "20주까지 가능해요. 정확하게는 진료를 보셔야겠지만, 임신 10주는 130만 원이에요."]

낙태를 하려면 배우자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 옛 법 조항도 그대로다보니 아직도 이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C 병원/음성변조 : "저희는 신분증까지 다 확인하고 해요. (남자친구는요?) 꼭 같이 오셔야 돼요."]

[정현미/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낙태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에게는 그런 안전이 담보되지도 않고, 의료계에도 굉장히 불안정한 상황이 초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안을 포함해 모두 7개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올해 안에 통과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고성준 윤대민 유성주/영상편집:황보현평

모두가 혼란…‘안전한 임신중지’ 언제 가능?

[앵커]

민정희 기자와 이 문제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낙태죄 조항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게 벌써 2년 전이잖아요.

그동안 후속 입법이 하나도 안 된 겁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옛 형법 낙태죄 처벌조항은 임신 여성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서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결정이었는데요.

새롭게 합법적인 낙태 허용 범위를 정할지, 기준을 뭐로 잡을지 등을 입법을 통해 정하라는 게 헌재 결정 취지였습니다.

입법 시한은 지난해 말까지였습니다.

국회는 형법, 모자보건법, 의료법 등 관련 근거법령을 아직 개정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봤듯 후속 입법이 안 되면 임신 중절 수술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임신 중절 수술을 할 수 있는 임신 기간 상한선을 법으로 제한할지 말지조차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료 현장에서는 중절 수술이 가능한 임신 기간을 제각각 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취재진이 알아보니 짧게는 임신 6주를 넘으면 안 된다는 곳도 있는 반면 길게는 20주까지도 가능하다는 병원도 있었습니다.

[앵커]

출처 불명의 ​임신 중지 약물 사용 상당히 위험해 보이던데 왜 아직 정식 도입이 안 됐죠?

[기자]

국내 제약사가 지난 7월, '미프지미소'라는 약을 허가해 달라고 식약처에 신청했습니다.

글로벌 임상시험을 거친 약이지만, 이걸 국내에서 팔려면 다시 한국에서 임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서, 아직도 논의 중입니다.

원래 심사 기한이 11월이었는데,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앵커]

후속 입법이 늦어지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국회의원들 간에 입장 차가 크고, 다른 안건에도 밀려서 그렇습니다.

제출된 정부안을 보면, 임신 14주까지는 특별한 사유 없어도 낙태를 허용하자고 돼 있습니다.

15주부터 24주까지는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만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예 기간에 따른 처벌 조항을 없애자고 주장합니다.

낙태와 관련 해선, 건강보험 적용 여부부터 정해야 할 게 정말 많습니다.

신속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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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낙태죄 위헌’ 입법공백 1년…임신중지 여성 위험·혼란 계속
    • 입력 2021-12-21 21:34:40
    • 수정2021-12-21 21:58:46
    뉴스 9
[앵커]

낙태를 처벌하는 법조항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올 초부터 효력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1년 다 되도록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임신 중지 여성의 건강과 안전이 여전히 위협받고 있습니다.

민정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이 여성은 임신 중단 방법을 찾다가 중국산 약을 구해 먹었습니다.

[임신중지 경험자/음성변조 : "선택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저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임신중단 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친구의 친구가 중국에서 만든 미프진 약물을 사 왔었어요."]

복용 뒤 한 달 동안이나 출혈이 이어졌습니다.

[임신중지 경험자/음성변조 : "복잡하고 약간 조잡한 루트를 통하지 않고 바로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다면 사실 훨씬 더 짧은 시일 내에 건강하게 마무리했겠죠."]

출처불명 임신중지약이 유통되는 것은 합법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임신중지 관련 법령에 명확한 근거를 두지 않아 의료계 내부조차 임신중지약 시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임신중절 수술을 둘러싼 혼란도 그대로입니다.

형법 등 근거 법령을 개정하지 않아 수술 가능한 임신 기간 등을 놓고 판단이 제각각입니다.

[A 병원/음성변조 : "6주? 8주? 그 정도까지...만약에 해도. (수술비는) 최대가 55만 원~60만 원."]

[B 병원/음성변조 : "20주까지 가능해요. 정확하게는 진료를 보셔야겠지만, 임신 10주는 130만 원이에요."]

낙태를 하려면 배우자 등의 동의를 받도록 한 옛 법 조항도 그대로다보니 아직도 이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C 병원/음성변조 : "저희는 신분증까지 다 확인하고 해요. (남자친구는요?) 꼭 같이 오셔야 돼요."]

[정현미/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낙태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여성에게는 그런 안전이 담보되지도 않고, 의료계에도 굉장히 불안정한 상황이 초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정부안을 포함해 모두 7개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올해 안에 통과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KBS 뉴스 민정희입니다.

촬영기자:고성준 윤대민 유성주/영상편집:황보현평

모두가 혼란…‘안전한 임신중지’ 언제 가능?

[앵커]

민정희 기자와 이 문제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낙태죄 조항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받은 게 벌써 2년 전이잖아요.

그동안 후속 입법이 하나도 안 된 겁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옛 형법 낙태죄 처벌조항은 임신 여성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서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결정이었는데요.

새롭게 합법적인 낙태 허용 범위를 정할지, 기준을 뭐로 잡을지 등을 입법을 통해 정하라는 게 헌재 결정 취지였습니다.

입법 시한은 지난해 말까지였습니다.

국회는 형법, 모자보건법, 의료법 등 관련 근거법령을 아직 개정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앞서 리포트에서 봤듯 후속 입법이 안 되면 임신 중절 수술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임신 중절 수술을 할 수 있는 임신 기간 상한선을 법으로 제한할지 말지조차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료 현장에서는 중절 수술이 가능한 임신 기간을 제각각 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취재진이 알아보니 짧게는 임신 6주를 넘으면 안 된다는 곳도 있는 반면 길게는 20주까지도 가능하다는 병원도 있었습니다.

[앵커]

출처 불명의 ​임신 중지 약물 사용 상당히 위험해 보이던데 왜 아직 정식 도입이 안 됐죠?

[기자]

국내 제약사가 지난 7월, '미프지미소'라는 약을 허가해 달라고 식약처에 신청했습니다.

글로벌 임상시험을 거친 약이지만, 이걸 국내에서 팔려면 다시 한국에서 임상을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서, 아직도 논의 중입니다.

원래 심사 기한이 11월이었는데,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앵커]

후속 입법이 늦어지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국회의원들 간에 입장 차가 크고, 다른 안건에도 밀려서 그렇습니다.

제출된 정부안을 보면, 임신 14주까지는 특별한 사유 없어도 낙태를 허용하자고 돼 있습니다.

15주부터 24주까지는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는 경우만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예 기간에 따른 처벌 조항을 없애자고 주장합니다.

낙태와 관련 해선, 건강보험 적용 여부부터 정해야 할 게 정말 많습니다.

신속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영상편집:고응용/그래픽: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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