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단독] ‘제2 군함도’사도섬을 가다…강제징용 명부·숙소 터 확인

입력 2021.12.27 (21:27) 수정 2021.12.2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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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이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또 다른 현장,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 위해 최종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군함도처럼 강제동원 역사를 또 왜곡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KBS 취재진이 직접 사도섬에 들어가 강제동원 조선인들의 명부와 살았던 흔적들을 찾아냈습니다.

지종익 특파원의 단독 보돕니다.

[리포트]

일본 중서부 니가타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

1600년대 에도시대부터 금광으로 유명했던 사도섬이 나타납니다.

수작업으로 파 내려간 V자형 봉우리의 사도광산.

탐방코스로 만든 에도시대의 갱도에는 당시의 채굴 작업이 재현돼 있습니다.

1989년 폐광 전까지 채굴이 이뤄졌던 또 하나의 갱도.

조선인들이 강제동원돼 채굴 작업을 했던 곳입니다.

[나하타 쇼/사도광산 주임보 : “(조선인들이 이 갱도에서 일을 한 거죠?) 그렇죠. 근대시대 갱도라면 이 갱도가 맞습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하자 철과 구리 등 전쟁 물자 확보에 나선 일본은 사도섬에 조선인 최소 천2백 명을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본인들은 주로 외부 제련시설에서 일했지만 조선인들은 암석을 뚫는 착암부와 운반부 등 위험한 갱내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사도 박물관에 보관 중인 조선인 명부의 열람을 요청했습니다.

[이치다시 히데키/사도시 교육위원회 과장 : “(만져도 됩니까?) 종이가 꽤 오래됐기 때문에 조심해 주십시오.”]

미쓰비시 사도 광업소가 운영한 조선인 기숙사 3곳의 ‘담배 배급 명부’.

어색한 일본식 이름과 한국 이름, 생년월일 등이 빼곡히 적혀 있고, 도주 등을 이유로 배급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식 개명을 알리는 편지도 있습니다.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작성한 ‘조선총독부 지정연령자 연명부’에도 조선인 수백 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한국 본적지가 확인됩니다.

기숙사 터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제1 기숙사 자리에 들어선 구치소 건물은 문화재가 됐고, 가족 사택은 폐가로 남아 있습니다.

[하마노 히로시/향토사학자 : “가족까지 함께 데리고 있으면 (조선인들이) 도망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쓰비시 광업에서는) 가족도 불러들였고, 여기에 가족 기숙사를 만든 거죠.”]

다른 두 기숙사 터는 수풀이 무성하고 식당 자리는 폐허로 변했습니다.

[하마노 히로시/향토사학자 : “(조선인들이) 도시락을 여기서 받아갔습니다. 조기 출근조는 아침, 저녁 2개를 갖고 올라갔다고 합니다.”]

10년 넘게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 온 사도시와 니가타현은 이번 신청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로 좁혔습니다.

군함도에 이어 또 강제동원의 역사를 누락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윱니다.

사도섬에서 KBS뉴스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서삼현/그래픽:김현갑 김지혜/자료조사:권도인

세계유산 ‘단독 후보’ 추천 임박…강제징용 또 감추나

[앵커]

그럼 도쿄 연결해 더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지종익 특파원! 사도광산은 국내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세계유산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 잠정 후보 목록에 처음 오른 건 2010년입니다.

4차례나 후보 선정을 노렸고 경쟁 후보에 밀려 탈락했었지만, 이번엔 유력한 단독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장 취재를 서두른 건, 일본 정부가 내년 2월 1일까지 유네스코에 정식 추천서를 내는 데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숨길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현장에서 그런 꼼수랄까요, 확인했죠?

[기자]

네 먼저 화면을 좀 보시겠습니다.

이 거대한 시설들과 광장은 자원을 채굴한 뒤 후처리를 하는 곳들인데요.

일제강점기인 1940~50년경의 시설물들입니다.

그런데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사도광산의 이 시대의 시설들은 세계문화유산 대상으로 신청하지 않았고 대상 기간을 전통적 수공업에 의한 금 생산, 즉 에도시대로만 좁혔습니다.

따라서 군함도처럼 조선인 강제동원 언급을 피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군함도의 전례도 있는데,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기본적인 자료 수집조차도 안 돼 있다, 이런 우려가 연구자들 사이에선 나오고 있습니다.

2019년에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나온 보고서가 국내에선 유일한데요.

이후로는 이렇다 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가 추천서를 내면 유네스코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심사가 진행되는데 한국 정부가 내놓을 입장 정리가 전혀 안 돼 있다는 겁니다.

또 생존자나 증언자도 찾기가 어려운 만큼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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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단독] ‘제2 군함도’사도섬을 가다…강제징용 명부·숙소 터 확인
    • 입력 2021-12-27 21:27:40
    • 수정2021-12-27 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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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이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또 다른 현장, 사도 광산을 세계유산 단독 후보로 추천하기 위해 최종 검토에 들어갔습니다.

이미 세계유산 목록에 오른 군함도처럼 강제동원 역사를 또 왜곡하는 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데 KBS 취재진이 직접 사도섬에 들어가 강제동원 조선인들의 명부와 살았던 흔적들을 찾아냈습니다.

지종익 특파원의 단독 보돕니다.

[리포트]

일본 중서부 니가타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

1600년대 에도시대부터 금광으로 유명했던 사도섬이 나타납니다.

수작업으로 파 내려간 V자형 봉우리의 사도광산.

탐방코스로 만든 에도시대의 갱도에는 당시의 채굴 작업이 재현돼 있습니다.

1989년 폐광 전까지 채굴이 이뤄졌던 또 하나의 갱도.

조선인들이 강제동원돼 채굴 작업을 했던 곳입니다.

[나하타 쇼/사도광산 주임보 : “(조선인들이 이 갱도에서 일을 한 거죠?) 그렇죠. 근대시대 갱도라면 이 갱도가 맞습니다.”]

1941년 태평양전쟁이 본격화하자 철과 구리 등 전쟁 물자 확보에 나선 일본은 사도섬에 조선인 최소 천2백 명을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일본인들은 주로 외부 제련시설에서 일했지만 조선인들은 암석을 뚫는 착암부와 운반부 등 위험한 갱내 작업에 투입됐습니다.

사도 박물관에 보관 중인 조선인 명부의 열람을 요청했습니다.

[이치다시 히데키/사도시 교육위원회 과장 : “(만져도 됩니까?) 종이가 꽤 오래됐기 때문에 조심해 주십시오.”]

미쓰비시 사도 광업소가 운영한 조선인 기숙사 3곳의 ‘담배 배급 명부’.

어색한 일본식 이름과 한국 이름, 생년월일 등이 빼곡히 적혀 있고, 도주 등을 이유로 배급 중단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식 개명을 알리는 편지도 있습니다.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작성한 ‘조선총독부 지정연령자 연명부’에도 조선인 수백 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한국 본적지가 확인됩니다.

기숙사 터를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제1 기숙사 자리에 들어선 구치소 건물은 문화재가 됐고, 가족 사택은 폐가로 남아 있습니다.

[하마노 히로시/향토사학자 : “가족까지 함께 데리고 있으면 (조선인들이) 도망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미쓰비시 광업에서는) 가족도 불러들였고, 여기에 가족 기숙사를 만든 거죠.”]

다른 두 기숙사 터는 수풀이 무성하고 식당 자리는 폐허로 변했습니다.

[하마노 히로시/향토사학자 : “(조선인들이) 도시락을 여기서 받아갔습니다. 조기 출근조는 아침, 저녁 2개를 갖고 올라갔다고 합니다.”]

10년 넘게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해 온 사도시와 니가타현은 이번 신청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로 좁혔습니다.

군함도에 이어 또 강제동원의 역사를 누락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윱니다.

사도섬에서 KBS뉴스 지종익입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서삼현/그래픽:김현갑 김지혜/자료조사:권도인

세계유산 ‘단독 후보’ 추천 임박…강제징용 또 감추나

[앵커]

그럼 도쿄 연결해 더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지종익 특파원! 사도광산은 국내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인데 세계유산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 잠정 후보 목록에 처음 오른 건 2010년입니다.

4차례나 후보 선정을 노렸고 경쟁 후보에 밀려 탈락했었지만, 이번엔 유력한 단독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장 취재를 서두른 건, 일본 정부가 내년 2월 1일까지 유네스코에 정식 추천서를 내는 데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숨길 가능성이 커 보이기 때문입니다.

[앵커]

현장에서 그런 꼼수랄까요, 확인했죠?

[기자]

네 먼저 화면을 좀 보시겠습니다.

이 거대한 시설들과 광장은 자원을 채굴한 뒤 후처리를 하는 곳들인데요.

일제강점기인 1940~50년경의 시설물들입니다.

그런데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사도광산의 이 시대의 시설들은 세계문화유산 대상으로 신청하지 않았고 대상 기간을 전통적 수공업에 의한 금 생산, 즉 에도시대로만 좁혔습니다.

따라서 군함도처럼 조선인 강제동원 언급을 피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군함도의 전례도 있는데,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기본적인 자료 수집조차도 안 돼 있다, 이런 우려가 연구자들 사이에선 나오고 있습니다.

2019년에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나온 보고서가 국내에선 유일한데요.

이후로는 이렇다 할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가 추천서를 내면 유네스코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의 심사가 진행되는데 한국 정부가 내놓을 입장 정리가 전혀 안 돼 있다는 겁니다.

또 생존자나 증언자도 찾기가 어려운 만큼 지금이라도 서둘러야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안병욱/영상편집:이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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