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두른 ‘뜨개옷’…“해충 제거 효과 없어”

입력 2022.01.03 (06:38) 수정 2022.01.0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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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겨울철 추위와 해충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고 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털실로 만든 뜨개옷을 두른 나무를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정작 산림청은 나무에 도움이 안 된다며 뜨개옷을 설치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규명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알록달록 색동옷을 입은 가로수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에 털실로 만든 뜨개옷을 두르자 온기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뜨개실로 나무를 꾸미는 일종의 거리 예술로 '그래피티 니팅'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색적인 볼거리에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춥니다.

[오권일/충북 제천시 청전동 :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고요. 보기에도 괜찮은 거 같아요. 각자가 만든 다양한 색깔을 입혀서."]

가로수에 두른 짚이나 뜨개옷의 정식 명칭은 '잠복소'.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을 찾는 해충을 잠복소로 유인해 봄이 오면 소각하는 일종의 '해충 덫'입니다.

겨울철 추위와 해충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잠복소가 정작 나무의 생육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산림청이 잠복소의 해충방제 효과를 조사해봤더니 해충보다 천적인 거미류 등을 더 많이 제거하게 돼 오히려 피해를 키운 겁니다.

[남영우/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 "천적이 (잠복소에) 들어가 제거되면 밀도가 다시 올라가는 데 있어서 천적보다 해충이 훨씬 더 빨리 올라가게 되거든요. 자연적으로 (해충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거죠."]

산림청은 봄철 잠복소를 폐기하며 부주의로 인한 산불도 발생할 수 있다며 잠복소를 설치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KBS 뉴스 이규명입니다.

촬영기자:윤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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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에 두른 ‘뜨개옷’…“해충 제거 효과 없어”
    • 입력 2022-01-03 06:38:15
    • 수정2022-01-03 07: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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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겨울철 추위와 해충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고 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털실로 만든 뜨개옷을 두른 나무를 흔히 볼 수 있는데요.

정작 산림청은 나무에 도움이 안 된다며 뜨개옷을 설치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규명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알록달록 색동옷을 입은 가로수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에 털실로 만든 뜨개옷을 두르자 온기가 느껴지는 듯 합니다.

뜨개실로 나무를 꾸미는 일종의 거리 예술로 '그래피티 니팅'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색적인 볼거리에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춥니다.

[오권일/충북 제천시 청전동 : "(병해충을) 방제하기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고요. 보기에도 괜찮은 거 같아요. 각자가 만든 다양한 색깔을 입혀서."]

가로수에 두른 짚이나 뜨개옷의 정식 명칭은 '잠복소'.

추위를 피해 따뜻한 곳을 찾는 해충을 잠복소로 유인해 봄이 오면 소각하는 일종의 '해충 덫'입니다.

겨울철 추위와 해충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잠복소가 정작 나무의 생육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산림청이 잠복소의 해충방제 효과를 조사해봤더니 해충보다 천적인 거미류 등을 더 많이 제거하게 돼 오히려 피해를 키운 겁니다.

[남영우/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 "천적이 (잠복소에) 들어가 제거되면 밀도가 다시 올라가는 데 있어서 천적보다 해충이 훨씬 더 빨리 올라가게 되거든요. 자연적으로 (해충을)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드는 거죠."]

산림청은 봄철 잠복소를 폐기하며 부주의로 인한 산불도 발생할 수 있다며 잠복소를 설치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KBS 뉴스 이규명입니다.

촬영기자:윤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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