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소설] 한(恨)으로 응어리진 ‘분단의 비극’…윤흥길 ‘장마’

입력 2022.01.03 (06:42) 수정 2022.01.03 (06: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우리 시대를 빛낸 소설 50편을 차례로 만나보는 시간.

오늘 소개할 작품은 윤흥길 작가의 소설 <장마>입니다.

학교 교과서에 실리며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 작품은 6·25전쟁 당시 이념으로 엇갈린 한 집안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분단 문학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윤흥길 작가를 김석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주인공 소년에겐 삼촌이 두 명입니다.

먼저, 국군 소위로 입대해 소대장이 된 외삼촌.

반대로, 붉은 완장을 차고 빨치산이 된 친삼촌.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 좌우로, 남과 북으로 갈려버린 시대의 비극.

6·25전쟁이 낳은 이 잔인한 현실은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윤흥길/소설가 : "장교로 참전해가지고 김화지구에서 전사한 외삼촌이 어린 시절에 제 영웅이었어요. 외할머니가 뒤늦게 소식을 듣고 기절하는 모습, 이런 거를 제가 직접 목격을 했어요."]

두 삼촌의 엇갈린 운명은 불행의 씨앗이 되어 끝내 파국을 부릅니다.

[영화 속 대사 : "이런 집에선 더 있으래도 안 있을란다. 이런 뿔갱이 집..."]

반공주의가 온 나라를 지배하다시피 하면서 글 쓰는 일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던 시절.

궁리 끝에 작가는 소설의 화자를 10살 어린이로 설정합니다.

[윤흥길/소설가 : "좌우익 이념을 모르는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순수하게 들어오는 대로, 느끼는 대로 그거를 서술해 놓는다면 뭔가 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집 나간 아들이 언제 돌아올까, 급기야 점쟁이를 찾아간 어머니.

아들이 집에 올 거라던 날, 대신 나타난 구렁이 한 마리.

이 구렁이를 달래서 보내는 무속적 행위를 통해 두 집안의 갈등은 극적으로 해소됩니다.

[윤흥길/소설가 : "우리가 이민족이 아니고 한민족이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거, 이것이 문학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통일에 대한 기여라고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언제 그칠지 모르는 장마처럼 암담하기만 한 시대 현실을 예리하게 통찰한 소설 <장마>.

1973년에 발표된 이후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명실상부 분단 문학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강진호/문학평론가·성신여대 교수 : "동질성의 회복을 통해서 외래적인 이데올로기를 물리치고 갈등을 봉합하는 그런 의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남북간의 이질화가 심화되고 있고 또 적대관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오늘날도 여전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6·25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장편을 쓰고 있는 윤흥길 작가.

건강이 나빠져 집필이 많이 늦어졌지만, 다섯 권으로 완성될 이 소설이야말로 필생의 작품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윤흥길/소설가 : "어떻게 보면 불운하고 어떻게 보면 시련이 많고 그래서 이 작품이 완간돼서 나온다면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보상이 아닐까..."]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 조현관/영상편집:이재연/삽화제작:김현수/문자그래픽:정지인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우리 시대의 소설] 한(恨)으로 응어리진 ‘분단의 비극’…윤흥길 ‘장마’
    • 입력 2022-01-03 06:42:52
    • 수정2022-01-03 06:49:41
    뉴스광장 1부
[앵커]

우리 시대를 빛낸 소설 50편을 차례로 만나보는 시간.

오늘 소개할 작품은 윤흥길 작가의 소설 <장마>입니다.

학교 교과서에 실리며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 작품은 6·25전쟁 당시 이념으로 엇갈린 한 집안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분단 문학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윤흥길 작가를 김석 기자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밭에서 완두를 거두어들이고 난 바로 그 이튿날부터 시작된 비가 며칠이고 계속해서 내렸다."]

주인공 소년에겐 삼촌이 두 명입니다.

먼저, 국군 소위로 입대해 소대장이 된 외삼촌.

반대로, 붉은 완장을 차고 빨치산이 된 친삼촌.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 좌우로, 남과 북으로 갈려버린 시대의 비극.

6·25전쟁이 낳은 이 잔인한 현실은 작가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윤흥길/소설가 : "장교로 참전해가지고 김화지구에서 전사한 외삼촌이 어린 시절에 제 영웅이었어요. 외할머니가 뒤늦게 소식을 듣고 기절하는 모습, 이런 거를 제가 직접 목격을 했어요."]

두 삼촌의 엇갈린 운명은 불행의 씨앗이 되어 끝내 파국을 부릅니다.

[영화 속 대사 : "이런 집에선 더 있으래도 안 있을란다. 이런 뿔갱이 집..."]

반공주의가 온 나라를 지배하다시피 하면서 글 쓰는 일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던 시절.

궁리 끝에 작가는 소설의 화자를 10살 어린이로 설정합니다.

[윤흥길/소설가 : "좌우익 이념을 모르는 어린아이의 시각에서 순수하게 들어오는 대로, 느끼는 대로 그거를 서술해 놓는다면 뭔가 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집 나간 아들이 언제 돌아올까, 급기야 점쟁이를 찾아간 어머니.

아들이 집에 올 거라던 날, 대신 나타난 구렁이 한 마리.

이 구렁이를 달래서 보내는 무속적 행위를 통해 두 집안의 갈등은 극적으로 해소됩니다.

[윤흥길/소설가 : "우리가 이민족이 아니고 한민족이었다는 것을 끊임없이 일깨워주는 거, 이것이 문학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통일에 대한 기여라고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언제 그칠지 모르는 장마처럼 암담하기만 한 시대 현실을 예리하게 통찰한 소설 <장마>.

1973년에 발표된 이후 영화로, 드라마로 만들어지고 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명실상부 분단 문학의 걸작으로 꼽힙니다.

[강진호/문학평론가·성신여대 교수 : "동질성의 회복을 통해서 외래적인 이데올로기를 물리치고 갈등을 봉합하는 그런 의도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남북간의 이질화가 심화되고 있고 또 적대관계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오늘날도 여전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6·25에서 더 거슬러 올라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장편을 쓰고 있는 윤흥길 작가.

건강이 나빠져 집필이 많이 늦어졌지만, 다섯 권으로 완성될 이 소설이야말로 필생의 작품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윤흥길/소설가 : "어떻게 보면 불운하고 어떻게 보면 시련이 많고 그래서 이 작품이 완간돼서 나온다면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보상이 아닐까..."]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 조현관/영상편집:이재연/삽화제작:김현수/문자그래픽:정지인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