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 재건축에 빼앗긴 점자블록…사유지라서 안 된다?

입력 2022.02.03 (22:35) 수정 2022.02.03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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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원래 단지 안에 있던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 없어져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또 점자블록 설치 규정엔 문제가 없는지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흰 지팡이를 짚으며 불안한 걸음을 내딛는 시각장애인.

종종 방향 감각을 잃고, 수시로 사람과 자전거가 지나가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20년 동안 다니던 이 길이 요즘은 낯설기만 합니다.

2년 전 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보도 위 점자블록이 철거됐기 때문입니다.

[조영관/시각장애인/입주민 : "아파트가 새롭게 현대화되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도 같이 좋아질 줄로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정작 이동할 수 없으니까 오히려 더 집안에 갇히게 되는..."]

재건축되기 전 단지를 가로질러 500m 남짓 구간에 있던 점자블록이 지금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루에만 시각장애인 수십 명이 이용하는 복지관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인근 복지관까지 이 도로에 깔려 있던 점자블록을 따라가면 10분 정도 걸렸지만 지금은 30분 넘게 돌아가야 합니다.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 장애인 입주민들은 점자블록을 유지해달라고 재건축조합 측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공동주택에서 점자블록 의무 설치 장소는 승강기 앞과 주 출입구 등으로 제한돼 있고, 나머지는 권장 사항인 탓에 어떻게 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구청에 문의해도 현행법상 사유지에는 장애인편의시설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김철환/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공공시설에 국한하면 사실은 (장애인들은) 어렵거든요. 생활공간 자체가 접근이 되어야 되는데 이게 잘 안 되면 실질적인 장애인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가 없어요."]

이 때문에 아파트 등 공공주택의 경우 건축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송상엽/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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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2-03 22:35:45
    • 수정2022-02-03 22: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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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의 한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원래 단지 안에 있던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이 없어져 장애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또 점자블록 설치 규정엔 문제가 없는지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흰 지팡이를 짚으며 불안한 걸음을 내딛는 시각장애인.

종종 방향 감각을 잃고, 수시로 사람과 자전거가 지나가도 피하기 어렵습니다.

20년 동안 다니던 이 길이 요즘은 낯설기만 합니다.

2년 전 아파트가 재건축되면서, 보도 위 점자블록이 철거됐기 때문입니다.

[조영관/시각장애인/입주민 : "아파트가 새롭게 현대화되면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도 같이 좋아질 줄로 생각을 했지요. (그런데) 정작 이동할 수 없으니까 오히려 더 집안에 갇히게 되는..."]

재건축되기 전 단지를 가로질러 500m 남짓 구간에 있던 점자블록이 지금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하루에만 시각장애인 수십 명이 이용하는 복지관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인근 복지관까지 이 도로에 깔려 있던 점자블록을 따라가면 10분 정도 걸렸지만 지금은 30분 넘게 돌아가야 합니다.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 장애인 입주민들은 점자블록을 유지해달라고 재건축조합 측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공동주택에서 점자블록 의무 설치 장소는 승강기 앞과 주 출입구 등으로 제한돼 있고, 나머지는 권장 사항인 탓에 어떻게 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구청에 문의해도 현행법상 사유지에는 장애인편의시설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김철환/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공공시설에 국한하면 사실은 (장애인들은) 어렵거든요. 생활공간 자체가 접근이 되어야 되는데 이게 잘 안 되면 실질적인 장애인들의 삶의 질이 나아질 수가 없어요."]

이 때문에 아파트 등 공공주택의 경우 건축 설계 단계부터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되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송상엽/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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