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돋보기] ‘위기의 영웅’ 소방관들의 고통…대선 후보들 해법은?

입력 2022.02.18 (21:22) 수정 2022.02.1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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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선 후보들 공약을 하나씩 뜯어보는 '공약 돋보기' 순서입니다.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니다!"

소방관들이거리로 나왔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지만, 자신들도 소중한 생명이란 걸 잊지 말아 달라는 호소입니다.

실제로 지난 달에만, 불을 끄던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 10년 동안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만 47명, 한 해 4명 정도였습니다.

건강 이상 판정을 받은 비율도 높아서 전체 공무원 평균의 두 배를 넘습니다.

정신 건강 조사에서도 전체 소방공무원의 40% 가까이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파도 자기 돈으로 치료받거나, 그나마도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이번 대선 후보들도 소방관들에게 약속을 쏟아냈는데, 어떤 해법들이 담겼는지 박영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28년 차 소방관 김미숙 씨는 15년 넘게 교대근무를 하다, 3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무상 재해로 승인 받지 못했습니다.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성이 인정되려면, 교대 근무 기간이 적어도 20년은 돼야 하는데, 이에 못 미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김미숙/경기 여주소방서 소방위 : "야간 근무한 시간, 그 15년 7개월을 딱 잘라 가지고, 그 기간(20년)에 부족하니까 '너는 불승인되어야 한다'라고 했을 때는 정말 납득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더 큰 어려움은 공무상 재해로 다시 인정받기 위해선 업무와의 인과성 입증을 모두 김 씨 본인이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김미숙/경기 여주소방서 소방위 : "서류를 준비해서 다시금 요청을 해야 하는데, 정말 체력적으로 치료를 받느라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그것을 견디고 이겨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이 입증 책임을 소방관 개인이 아닌 국가가 지도록 하는 '공상 추정법'을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20대 국회 때 추진됐지만, 기한을 넘겨 폐기됐고, 이번 국회 들어서도 지난해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 '공상 추정법'의 도입을 약속했습니다.

또, 이 후보는 3조 2교대 근무를 4조 2교대로 개선하겠다고 했고, 심 후보는 재정 지원을 통해 출동수당을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더 이상 죽기 싫다 이 말을 언제까지 외쳐야 합니까!"]

육체적인 질병뿐만이 아닙니다.

매일 생사의 현장에서 극한의 위험과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소방관들의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는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매년 11명 정도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고 있습니다.

[정은애/소방공무원노조 위원장 : "지난 10년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 나섰다가 순직하거나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소방관이 무려 100명이 넘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 문제를 1순위 해결 과제로 꼽았습니다.

이를 위해 '소방심신수련원'을 건설하고, 마음 건강 강화 프로그램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공상과 순직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지난달 평택에서 소방관 3명이 순직한 사고와 관련해, 가장 위험한 재난 현장 맨 앞에 서는 이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하며, 이들의 보호 대책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 황종원/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김지혜 김지훈/화면제공:F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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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약 돋보기] ‘위기의 영웅’ 소방관들의 고통…대선 후보들 해법은?
    • 입력 2022-02-18 21:22:02
    • 수정2022-02-18 2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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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선 후보들 공약을 하나씩 뜯어보는 '공약 돋보기' 순서입니다.

"우리는 불 끄는 기계가 아니다!"

소방관들이거리로 나왔습니다.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지만, 자신들도 소중한 생명이란 걸 잊지 말아 달라는 호소입니다.

실제로 지난 달에만, 불을 끄던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 10년 동안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만 47명, 한 해 4명 정도였습니다.

건강 이상 판정을 받은 비율도 높아서 전체 공무원 평균의 두 배를 넘습니다.

정신 건강 조사에서도 전체 소방공무원의 40% 가까이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파도 자기 돈으로 치료받거나, 그나마도 못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겁니다.

이번 대선 후보들도 소방관들에게 약속을 쏟아냈는데, 어떤 해법들이 담겼는지 박영민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28년 차 소방관 김미숙 씨는 15년 넘게 교대근무를 하다, 3년 전 유방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공무상 재해로 승인 받지 못했습니다.

업무와 질병 간의 인과성이 인정되려면, 교대 근무 기간이 적어도 20년은 돼야 하는데, 이에 못 미친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김미숙/경기 여주소방서 소방위 : "야간 근무한 시간, 그 15년 7개월을 딱 잘라 가지고, 그 기간(20년)에 부족하니까 '너는 불승인되어야 한다'라고 했을 때는 정말 납득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더 큰 어려움은 공무상 재해로 다시 인정받기 위해선 업무와의 인과성 입증을 모두 김 씨 본인이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김미숙/경기 여주소방서 소방위 : "서류를 준비해서 다시금 요청을 해야 하는데, 정말 체력적으로 치료를 받느라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그것을 견디고 이겨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이 입증 책임을 소방관 개인이 아닌 국가가 지도록 하는 '공상 추정법'을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도 20대 국회 때 추진됐지만, 기한을 넘겨 폐기됐고, 이번 국회 들어서도 지난해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 '공상 추정법'의 도입을 약속했습니다.

또, 이 후보는 3조 2교대 근무를 4조 2교대로 개선하겠다고 했고, 심 후보는 재정 지원을 통해 출동수당을 현실화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더 이상 죽기 싫다 이 말을 언제까지 외쳐야 합니까!"]

육체적인 질병뿐만이 아닙니다.

매일 생사의 현장에서 극한의 위험과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소방관들의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는 5년 새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매년 11명 정도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고 있습니다.

[정은애/소방공무원노조 위원장 : "지난 10년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 나섰다가 순직하거나 트라우마로 인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소방관이 무려 100명이 넘습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이 문제를 1순위 해결 과제로 꼽았습니다.

이를 위해 '소방심신수련원'을 건설하고, 마음 건강 강화 프로그램 예산을 확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공상과 순직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지난달 평택에서 소방관 3명이 순직한 사고와 관련해, 가장 위험한 재난 현장 맨 앞에 서는 이 소방관들이 안전하게 공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져야 하며, 이들의 보호 대책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박장빈 황종원/영상편집:김용태/그래픽:김지혜 김지훈/화면제공:F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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