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의 복직 “숨진 동료 그리워”…“노사 재도약”

입력 2022.02.23 (21:37) 수정 2022.02.23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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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저씨들 등짝에 허연 소금꽃이 피어 있고, 서 있는 그들은 소금꽃나무 같았습니다.

옛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 노동자 김진숙 씨가 쓴 글입니다.

동료 작업복에 밴 하얀 땀자국을 소금꽃이라 표현한거죠.

하지만 1986년 해고된 뒤 김 씨는 더 이상 소금꽃 피는 일터의 풍경을 볼 수 없었습니다.

노동 운동도 그렇게 끝내 꽃피우지 못하나 싶었는데, 36년 만에 명예복직이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회사 주인이 세 차례 바뀌고 나서야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미 김 씨는 정년을 넘긴 나이가 됐습니다.

김영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1년 35미터 높이의 조선소 크레인에서 한진중공업 구조조정에 맞서 309일 동안 농성을 벌인 해고 노동자 김진숙 씨,

[김진숙/해고노동자/2011년 : "봉쇄되고 고립된 크레인에 식사와 모든 물품을 애끓이면서, 진짜 밥 안 올라갈 때는 하루 종일 울어가면서..."]

김 씨는 1981년 현 HJ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최초의 여성 용접사로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입사 5년 뒤, 노조 활동 등으로 고초를 겪다 해고됐습니다.

이후 부당 해고임을 주장하며 복직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가 두 차례 복직을 권고했지만, 사측은 해고가 정당하다는 사법부 판결을 근거로 김 씨의 복직을 거부했습니다.

노사간의 갈등은 마침내 36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습니다.

노사가 김 씨의 명예 복직과 함께 퇴직에 합의한 겁니다.

사측은 사명까지 바꾸고 새 출발하는 만큼 해묵은 갈등을 털고 재도약에 나서자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정철상/HJ중공업 상무 : "과거 같이 근무하였던 동료이자 근로자가 시대적 아픔을 겪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명예로운 복직과 퇴직의 길을 열어주기로…."]

회사 주인은 3차례나 바뀌었고, 김 씨는 2년 전 정년 60살이 지나 복직시한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건강은 크게 나빠져 4년 전부터 암투병을 하고 있습니다.

[김진숙/해고노동자 : "아직은 실감도 안 나고 그냥 어안이 벙벙하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를 잘 모르겠어요. (숨진 동료)노동자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김 씨의 명예복직과 퇴직 행사는 오는 25일, 해고 전 일했던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열립니다.

KBS 뉴스 김영록입니다.

촬영기자:류석민/영상편집: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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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6년 만의 복직 “숨진 동료 그리워”…“노사 재도약”
    • 입력 2022-02-23 21:37:29
    • 수정2022-02-23 22:26:14
    뉴스 9
[앵커]

아저씨들 등짝에 허연 소금꽃이 피어 있고, 서 있는 그들은 소금꽃나무 같았습니다.

옛 한진중공업 마지막 해고 노동자 김진숙 씨가 쓴 글입니다.

동료 작업복에 밴 하얀 땀자국을 소금꽃이라 표현한거죠.

하지만 1986년 해고된 뒤 김 씨는 더 이상 소금꽃 피는 일터의 풍경을 볼 수 없었습니다.

노동 운동도 그렇게 끝내 꽃피우지 못하나 싶었는데, 36년 만에 명예복직이라는 결실을 맺었습니다.

회사 주인이 세 차례 바뀌고 나서야 돌아갈 수 있었는데 이미 김 씨는 정년을 넘긴 나이가 됐습니다.

김영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2011년 35미터 높이의 조선소 크레인에서 한진중공업 구조조정에 맞서 309일 동안 농성을 벌인 해고 노동자 김진숙 씨,

[김진숙/해고노동자/2011년 : "봉쇄되고 고립된 크레인에 식사와 모든 물품을 애끓이면서, 진짜 밥 안 올라갈 때는 하루 종일 울어가면서..."]

김 씨는 1981년 현 HJ중공업의 전신인 대한조선공사에 최초의 여성 용접사로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입사 5년 뒤, 노조 활동 등으로 고초를 겪다 해고됐습니다.

이후 부당 해고임을 주장하며 복직 투쟁을 이어갔습니다.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가 두 차례 복직을 권고했지만, 사측은 해고가 정당하다는 사법부 판결을 근거로 김 씨의 복직을 거부했습니다.

노사간의 갈등은 마침내 36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습니다.

노사가 김 씨의 명예 복직과 함께 퇴직에 합의한 겁니다.

사측은 사명까지 바꾸고 새 출발하는 만큼 해묵은 갈등을 털고 재도약에 나서자는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정철상/HJ중공업 상무 : "과거 같이 근무하였던 동료이자 근로자가 시대적 아픔을 겪었던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인도적 차원에서 명예로운 복직과 퇴직의 길을 열어주기로…."]

회사 주인은 3차례나 바뀌었고, 김 씨는 2년 전 정년 60살이 지나 복직시한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건강은 크게 나빠져 4년 전부터 암투병을 하고 있습니다.

[김진숙/해고노동자 : "아직은 실감도 안 나고 그냥 어안이 벙벙하고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를 잘 모르겠어요. (숨진 동료)노동자들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김 씨의 명예복직과 퇴직 행사는 오는 25일, 해고 전 일했던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열립니다.

KBS 뉴스 김영록입니다.

촬영기자:류석민/영상편집: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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