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① ‘경찰과 골프’…고위직에 예약 특혜

입력 2022.03.02 (12:39) 수정 2022.03.0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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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기도 용인과 충남 아산에는 경찰이 운영하는 골프장이 있습니다.

나랏돈으로 만들어진 이 골프장은 이용료가 1인당 2만 원으로 민간 골프장의 10분의 1 정도로 저렴합니다.

지역 주민들과 경찰 내 골프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주말 예약경쟁률이 8대 1을 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부 경찰 고위직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골프장 이용 특혜를 누린 사실이 KBS 탐사보도부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유호윤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40만 제곱미터 규모로 탁 트인 필드 경찰이 운영하는 골프장입니다.

지난해 12월, 주말을 맞아 한 경찰 고위직이 클럽하우스에 도착합니다.

당시 경찰 인재개발원장이던 이명교 치안감입니다.

골프 접대를 받아 지난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한 이 치안감.

힘찬 샷을 날리며 골프를 시작했지만, 사실 이 치안감은 이날 골프를 칠 수 없었습니다.

10일 전 경쟁 추첨 방식으로 확정된 예약자리에 이 치안감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과 6일 전 추첨도 없이 이 치안감의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A씨/경찰골프장 직원/음성변조 : "(예약) 프로그램 회사에도 한번 문의를 해봤더니 이거는 추첨 이후에 만들어진 티라고 하더라고요."]

또 다른 주말에도 외부인 3명과 골프를 쳤는데 이번엔 미리 빼놓은 자리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 씨/경찰골프장 직원/음성변조 : "주말에 현직 경찰들 경쟁이 치열해서 외부인들이 3명 같이하면 공정한 추첨을 통해서는 거의 당첨되기 어렵다고 봐야죠."]

경쟁을 거치지 않고 골프를 칠 수 있었던 건 직원들의 예약시스템 조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경찰 골프장의 예약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예약시스템이 무시된 채 이 치안감이 골프장을 이용한 횟수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모두 11번입니다.

다른 경찰 고위직도 있습니다.

현 인재개발원장인 이명호 치안감입니다.

지난 연말 평일 오전에 조퇴를 내고 골프를 쳤는데 라운딩 동반자는 이 치안감의 부인이었습니다.

역시 추첨이 끝난 뒤 별도로 만들어진 자리를 이용했습니다.

[이영기/호루라기 재단 이사장/변호사 : "이러한 (예약)청탁을 들어줌으로써 어떠한 이익을 얻었는지,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적극적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이명교, 이명호 치안감은 담당 직원에게 예약을 부탁했을 뿐이고 예약이 취소된 시간에 이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체력단련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진 경찰 골프장은 운영 적자로 한 해 10억 안팎의 세금이 투입되지만 민간 골프장에 비해 이용료는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합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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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① ‘경찰과 골프’…고위직에 예약 특혜
    • 입력 2022-03-02 12:39:51
    • 수정2022-03-02 13:07:50
    뉴스 12
[앵커]

경기도 용인과 충남 아산에는 경찰이 운영하는 골프장이 있습니다.

나랏돈으로 만들어진 이 골프장은 이용료가 1인당 2만 원으로 민간 골프장의 10분의 1 정도로 저렴합니다.

지역 주민들과 경찰 내 골프애호가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주말 예약경쟁률이 8대 1을 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일부 경찰 고위직들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골프장 이용 특혜를 누린 사실이 KBS 탐사보도부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유호윤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40만 제곱미터 규모로 탁 트인 필드 경찰이 운영하는 골프장입니다.

지난해 12월, 주말을 맞아 한 경찰 고위직이 클럽하우스에 도착합니다.

당시 경찰 인재개발원장이던 이명교 치안감입니다.

골프 접대를 받아 지난해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기도 한 이 치안감.

힘찬 샷을 날리며 골프를 시작했지만, 사실 이 치안감은 이날 골프를 칠 수 없었습니다.

10일 전 경쟁 추첨 방식으로 확정된 예약자리에 이 치안감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불과 6일 전 추첨도 없이 이 치안감의 자리가 만들어졌습니다.

[A씨/경찰골프장 직원/음성변조 : "(예약) 프로그램 회사에도 한번 문의를 해봤더니 이거는 추첨 이후에 만들어진 티라고 하더라고요."]

또 다른 주말에도 외부인 3명과 골프를 쳤는데 이번엔 미리 빼놓은 자리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A 씨/경찰골프장 직원/음성변조 : "주말에 현직 경찰들 경쟁이 치열해서 외부인들이 3명 같이하면 공정한 추첨을 통해서는 거의 당첨되기 어렵다고 봐야죠."]

경쟁을 거치지 않고 골프를 칠 수 있었던 건 직원들의 예약시스템 조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경찰 골프장의 예약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예약시스템이 무시된 채 이 치안감이 골프장을 이용한 횟수는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모두 11번입니다.

다른 경찰 고위직도 있습니다.

현 인재개발원장인 이명호 치안감입니다.

지난 연말 평일 오전에 조퇴를 내고 골프를 쳤는데 라운딩 동반자는 이 치안감의 부인이었습니다.

역시 추첨이 끝난 뒤 별도로 만들어진 자리를 이용했습니다.

[이영기/호루라기 재단 이사장/변호사 : "이러한 (예약)청탁을 들어줌으로써 어떠한 이익을 얻었는지,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적극적으로 수사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이명교, 이명호 치안감은 담당 직원에게 예약을 부탁했을 뿐이고 예약이 취소된 시간에 이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체력단련을 주목적으로 만들어진 경찰 골프장은 운영 적자로 한 해 10억 안팎의 세금이 투입되지만 민간 골프장에 비해 이용료는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합니다.

KBS 뉴스 유호윤입니다.

촬영기자:박상욱/그래픽:노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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