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어린이 ‘흉기로 엄마 위협’…응급입원은 불가

입력 2022.03.03 (21:39) 수정 2022.03.0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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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신질환을 앓는 10살 아이가 한밤 중에 엄마를 흉기로 위협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전에도 엄마에게 위협적 행동을 한 적이 있었다는데요.

경찰에 신고도 하고, 입원도 알아봤지만 엄마는 결국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윤현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달 24일 새벽 한 시쯤, 112에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10살 아들이 흉기를 들고 엄마를 위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이 아이는 전에도 위협적인 행동으로 신고된 적이 있었습니다.

현행법상 경찰은 자체 판단으로 정신질환자를 72시간 동안 강제입원하도록 병원에 의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관은 직접 강제입원을 의뢰하는 대신 엄마에게 아이를 강제입원시키도록 권하며 사설 구급차를 불러줬습니다.

결국 경찰은 빠지고 아이와 가족들이 구급차로 병원에 갔지만, 입원은 쉽지 않았습니다.

보호자가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려면 정신과 전문의 진단이 필수인데, 야간에 당직을 서는 담당 전문의는 없었습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전문의가) 24시간 응급실에 있는 건 아니니까. 필요한 경우에 전문의한테 전화를 하면 오는 구조여서..."]

게다가 아이 엄마는 병원 측이 진료기록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처음부터 강제입원은 어렵다고 말했다고 주장합니다.

또 사설 구급차를 부를 정도로 위급한 상황인데 경찰관이 동행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김영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 :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중증정신질환을 가진 분들에 대해서 더 이상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그런 불행한 사건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앞서 지난달 10일에도 통원치료를 받고 있던 30대 정신질환자가 부모와 형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김종우 김형준/영상편집:유지영

[앵커]

그럼 이 내용 취재한 윤현서 기자와 함께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윤 기자! 내용을 보니까 경찰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던 게 아닌가 싶은데요.

[기자]

취재진이 당시 출동한 경찰관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현장에 가 보니 아이가 흉기를 들고 있지 않았고 진정된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앵커]

아이 엄마도 경찰과 같은 생각이었나요?

[기자]

네, 아이 엄마도 그랬지만, 전문가들 의견도 좀 달랐습니다.

전문가들에게 이번 사례가 경찰 강제입원 요건에 해당하는지 물어봤는데요.

경찰은 타인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말로 위협했는지 위험한 물건을 소지했는지를 보고 위험성 여부를 판단합니다.

또 경찰이 나서지 않으면 강제 입원시키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급박성도 있다고 보는데요.

위험성과 급박성에 모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앵커]

그렇다고해서 정신질환자를 무조건 강제 입원시켜도 안 되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신질환자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강제 입원 법적 요건은 2017년부터 강화됐습니다.

다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일부 정신질환자 범죄 위험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2014년 연구 결과를 보면 부모를 살해한 사건 10건 중 4건은 원인이 정신질환이었고, 조현병이 대부분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적절한 치료를 받는 조현병 환자는 범죄 발생 비율이 일반인보다 오히려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정신질환자를 둔 가족들은 어떤 대책을 바라고 있습니까?

[기자]

취재진이 최근 5년간 강제입원 사례를 조사해 보니 경찰이나 지자체가 결정한 경우는 열 건 중 2건 꼴이었습니다.

나머지 80%는 가족들이 나서서 강제입원을 시킨 경우였습니다.

환자 가족들은 경찰이나 공무원이 좀더 적극적으로 강제 입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선 전문의 판단을 거쳐 강제입원을 결정한 경우 해당 경찰관에게 민형사 책임을 덜어주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또 경찰관이나 공무원이 현장에서 의사와 영상통화 등을 나누며 판단에 도움을 받게 해줄 필요성도 있습니다.

[앵커]

윤현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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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질환 어린이 ‘흉기로 엄마 위협’…응급입원은 불가
    • 입력 2022-03-03 21:39:03
    • 수정2022-03-03 22: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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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신질환을 앓는 10살 아이가 한밤 중에 엄마를 흉기로 위협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전에도 엄마에게 위협적 행동을 한 적이 있었다는데요.

경찰에 신고도 하고, 입원도 알아봤지만 엄마는 결국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윤현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달 24일 새벽 한 시쯤, 112에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10살 아들이 흉기를 들고 엄마를 위협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정신질환을 앓는 이 아이는 전에도 위협적인 행동으로 신고된 적이 있었습니다.

현행법상 경찰은 자체 판단으로 정신질환자를 72시간 동안 강제입원하도록 병원에 의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동한 경찰관은 직접 강제입원을 의뢰하는 대신 엄마에게 아이를 강제입원시키도록 권하며 사설 구급차를 불러줬습니다.

결국 경찰은 빠지고 아이와 가족들이 구급차로 병원에 갔지만, 입원은 쉽지 않았습니다.

보호자가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키려면 정신과 전문의 진단이 필수인데, 야간에 당직을 서는 담당 전문의는 없었습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전문의가) 24시간 응급실에 있는 건 아니니까. 필요한 경우에 전문의한테 전화를 하면 오는 구조여서..."]

게다가 아이 엄마는 병원 측이 진료기록이 없다는 이유 등을 들어 처음부터 강제입원은 어렵다고 말했다고 주장합니다.

또 사설 구급차를 부를 정도로 위급한 상황인데 경찰관이 동행하지 않은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김영희/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정책위원장 : "자해나 타해의 위험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중증정신질환을 가진 분들에 대해서 더 이상 가족에게만 맡겨서는 그런 불행한 사건을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앞서 지난달 10일에도 통원치료를 받고 있던 30대 정신질환자가 부모와 형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김종우 김형준/영상편집:유지영

[앵커]

그럼 이 내용 취재한 윤현서 기자와 함께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윤 기자! 내용을 보니까 경찰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던 게 아닌가 싶은데요.

[기자]

취재진이 당시 출동한 경찰관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현장에 가 보니 아이가 흉기를 들고 있지 않았고 진정된 상태였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앵커]

아이 엄마도 경찰과 같은 생각이었나요?

[기자]

네, 아이 엄마도 그랬지만, 전문가들 의견도 좀 달랐습니다.

전문가들에게 이번 사례가 경찰 강제입원 요건에 해당하는지 물어봤는데요.

경찰은 타인 신체에 위해를 가하거나 말로 위협했는지 위험한 물건을 소지했는지를 보고 위험성 여부를 판단합니다.

또 경찰이 나서지 않으면 강제 입원시키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급박성도 있다고 보는데요.

위험성과 급박성에 모두 해당한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앵커]

그렇다고해서 정신질환자를 무조건 강제 입원시켜도 안 되는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신질환자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강제 입원 법적 요건은 2017년부터 강화됐습니다.

다만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할 경우 일부 정신질환자 범죄 위험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2014년 연구 결과를 보면 부모를 살해한 사건 10건 중 4건은 원인이 정신질환이었고, 조현병이 대부분으로 집계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적절한 치료를 받는 조현병 환자는 범죄 발생 비율이 일반인보다 오히려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앵커]

정신질환자를 둔 가족들은 어떤 대책을 바라고 있습니까?

[기자]

취재진이 최근 5년간 강제입원 사례를 조사해 보니 경찰이나 지자체가 결정한 경우는 열 건 중 2건 꼴이었습니다.

나머지 80%는 가족들이 나서서 강제입원을 시킨 경우였습니다.

환자 가족들은 경찰이나 공무원이 좀더 적극적으로 강제 입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선 전문의 판단을 거쳐 강제입원을 결정한 경우 해당 경찰관에게 민형사 책임을 덜어주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또 경찰관이나 공무원이 현장에서 의사와 영상통화 등을 나누며 판단에 도움을 받게 해줄 필요성도 있습니다.

[앵커]

윤현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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