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새 학기 ‘대안학교’…“같이 어울리며 배워요!”

입력 2022.03.12 (08:33) 수정 2022.03.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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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급증한 가운데 일선 학교에서 새 학기가 시작됐는데요.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지만, 혼란은 계속되고 있는 거 같아요.

네. 안타깝게도 새 학기의 설레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면 탈북 청소년들이 다니는 학교는 어떤 상황일까요?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다음학교’라는 곳에 다녀왔는데요.

탈북 학생은 물론 중국에서 태어난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도 함께 생활하는 학교였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가 다른 탈북민 학교와 다른 점이 있다던데요?

네. 남한 출신 학생들도 같이 섞여서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는데요.

나이와 출생지에 상관없이 수준별 눈높이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이 모여 작은 통일을 만들어 가는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서울 서초구의 한 공원.

청소년들이 모여 열심히 몸을 풀고 있습니다.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반대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왼손 앞으로 뻗고 당겨주세요."]

탈북민 대안학교인 다음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인데요.

운동장이 없어서 인근 공원에서 체육 수업을 하는 겁니다.

[고동영/다음학교 체육 교사 : "학생들하고 같이 경기에 임하면서 친근하게 빨리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커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2011년 개교한 이 학교의 전교생은 모두 40여 명.

탈북 청소년뿐 아니라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낳은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도 다니는 학교인데요.

[정광성/탈북민 학생 : "저는 북한에서 밖에 (공부를) 안 해봐가지고 북한에서 진짜 영어 공부를 안 했기 때문에 여기 와서 ABC부터 시작했고 영어를 많이 배웠던 거 같아요. 같이 놀거나 활동할 때 재밌는 거 같습니다."]

이 학교에선 다른 탈북민 대안학교와 달리 남한 출신 학생들도 같이 어울려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우주/남한 출신 학생 : "다른 출신들이라서 많이 다를까 봐 걱정했는데 한국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좋은 거 같은 그런 느낌 많이 받았어요. 북한에서 온 친구들은 사투리만 좀 섞여 있고 말은 똑같으니까 소통하는 부분은 괜찮았던 거 같아요."]

다양한 출신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다음학교.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요.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함께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수학 교사인 김화평 씨.

오랜만에 시작되는 대면 수업을 앞두고 수업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김화평/다음학교 수학 교사 :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수업 때만 만나게 되잖아요. 같이 생활하다 보면 학생들 표정도 볼 수 있고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전혀 모르니까 학생 관리하는 데 힘든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수업이 시작되자 학생들이 점점 강의에 집중하는데요.

어려운 내용이지만 막힘 없이 질문에 답변합니다.

[김화평/다음학교 수학 교사 : "어떻게 쓴다 중복순열은. 물어본다. (움직일 수 있는 애들이 스스로 올라가는 거)"]

[정연홍/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 "제가 워낙 내향적인 사람인데 우리 학교 내의 분위기가 화목해서 점점 외향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있는 거 같아요."]

이 학교에선 수업만큼이나 학생들 생활 지도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데요.

[정가은/남한 출신 학생 : "선생님이 제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얘기들도 많이 해주시고 제가 하고 싶은 걸 우선시해야 할지 그런 부분에서 선생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시행착오를 덜 겪도록 선생님들은 밑거름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전사라/다음학교 교감 : "20% 정도 남한 청소년이 있습니다. 통일 비전을 보고 옵니다. 그리고 남다른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고 사고의 다양성 그래서 저희 학교 남한에 있는 학생들은 공교육에서도 잘 생활하다가 학교에 의미를 두고 온 학생들이에요."]

학생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마 진로에 대한 고민일 텐데요.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학생들은 어떤 꿈을 키워나가고 있을까요.

중국에 있을 때 엄마가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학교 폭력을 당해야 했던 이자옥 양.

힘들 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던 선생님들을 지금도 원망하고 있습니다.

[이자옥/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 "중국에서 저는 왕따를 당했어요. 되게 심했어요. 저 같은 배경 그런 사람들 별로 없으니까 학교폭력 많이 당했어요. 제가 어릴 때 좋은 선생님 만난 적이 없어서 중국에서 그렇게 배려해 주지 않았어요."]

이자옥 양은 상처를 보듬어 주는 선생님들을 만나고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됐는데요.

힘든 상황의 학생들을 외면하지 않는 훌륭한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이자옥/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 "좋은 선생님이요. 지식뿐만 아니라 학생들한테 마음 건강까지 다 해주고 싶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 부족한 한국어 실력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자옥/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 "한국어. 그건 쉬운 것도 있고 살짝 어려운 거는 이해 많이 안 가요. (자옥이 정도면 충분히 한국에 있는 대학교에서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중국어를 배웠으니까 중어 중문을 전공하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이점을 네가 갖고 들어가.)"]

[김성결/다음학교 상담교사 : "그 길을 걷기 위해서는 어떤 단계들이 필요한지까지만 옆에서 알려주고 있고 학생이 적성에 맞게 그 진로를 택할 수 있도록 더 넓은 그림을 그려주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낯선 땅에 와서 새로운 꿈을 키워나가는 학생들...

함께 어울려 배우는 이 학교에서 남쪽이냐 북쪽이냐, 서로의 출신지는 의미가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게 바로 작은 통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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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새 학기 ‘대안학교’…“같이 어울리며 배워요!”
    • 입력 2022-03-12 08:33:14
    • 수정2022-03-12 08: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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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코로나 19 확진자 수가 급증한 가운데 일선 학교에서 새 학기가 시작됐는데요.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지만, 혼란은 계속되고 있는 거 같아요.

네. 안타깝게도 새 학기의 설레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면 탈북 청소년들이 다니는 학교는 어떤 상황일까요?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죠?

네. 서울 서초구에 있는 ‘다음학교’라는 곳에 다녀왔는데요.

탈북 학생은 물론 중국에서 태어난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도 함께 생활하는 학교였습니다.

그런데 이 학교가 다른 탈북민 학교와 다른 점이 있다던데요?

네. 남한 출신 학생들도 같이 섞여서 꿈을 키워나가고 있었는데요.

나이와 출생지에 상관없이 수준별 눈높이 교육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청소년들이 모여 작은 통일을 만들어 가는 현장으로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서울 서초구의 한 공원.

청소년들이 모여 열심히 몸을 풀고 있습니다.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반대 (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왼손 앞으로 뻗고 당겨주세요."]

탈북민 대안학교인 다음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인데요.

운동장이 없어서 인근 공원에서 체육 수업을 하는 겁니다.

[고동영/다음학교 체육 교사 : "학생들하고 같이 경기에 임하면서 친근하게 빨리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 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커가고 있는 거 같습니다."]

2011년 개교한 이 학교의 전교생은 모두 40여 명.

탈북 청소년뿐 아니라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낳은 ‘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들도 다니는 학교인데요.

[정광성/탈북민 학생 : "저는 북한에서 밖에 (공부를) 안 해봐가지고 북한에서 진짜 영어 공부를 안 했기 때문에 여기 와서 ABC부터 시작했고 영어를 많이 배웠던 거 같아요. 같이 놀거나 활동할 때 재밌는 거 같습니다."]

이 학교에선 다른 탈북민 대안학교와 달리 남한 출신 학생들도 같이 어울려 수업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우주/남한 출신 학생 : "다른 출신들이라서 많이 다를까 봐 걱정했는데 한국 사람들보다 오히려 더 좋은 거 같은 그런 느낌 많이 받았어요. 북한에서 온 친구들은 사투리만 좀 섞여 있고 말은 똑같으니까 소통하는 부분은 괜찮았던 거 같아요."]

다양한 출신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는 다음학교. 서로의 다른 점을 이해하고 존중하면서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요.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학생들과 함께 성장해가고 있습니다.

수학 교사인 김화평 씨.

오랜만에 시작되는 대면 수업을 앞두고 수업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김화평/다음학교 수학 교사 : "온라인으로 하다 보니 수업 때만 만나게 되잖아요. 같이 생활하다 보면 학생들 표정도 볼 수 있고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데 그런 부분들을 전혀 모르니까 학생 관리하는 데 힘든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수업이 시작되자 학생들이 점점 강의에 집중하는데요.

어려운 내용이지만 막힘 없이 질문에 답변합니다.

[김화평/다음학교 수학 교사 : "어떻게 쓴다 중복순열은. 물어본다. (움직일 수 있는 애들이 스스로 올라가는 거)"]

[정연홍/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 "제가 워낙 내향적인 사람인데 우리 학교 내의 분위기가 화목해서 점점 외향적으로 변하는 모습이 있는 거 같아요."]

이 학교에선 수업만큼이나 학생들 생활 지도에도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데요.

[정가은/남한 출신 학생 : "선생님이 제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얘기들도 많이 해주시고 제가 하고 싶은 걸 우선시해야 할지 그런 부분에서 선생님이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다양한 출신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시행착오를 덜 겪도록 선생님들은 밑거름이 되고 싶을 뿐입니다.

[전사라/다음학교 교감 : "20% 정도 남한 청소년이 있습니다. 통일 비전을 보고 옵니다. 그리고 남다른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고 사고의 다양성 그래서 저희 학교 남한에 있는 학생들은 공교육에서도 잘 생활하다가 학교에 의미를 두고 온 학생들이에요."]

학생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아마 진로에 대한 고민일 텐데요.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학생들은 어떤 꿈을 키워나가고 있을까요.

중국에 있을 때 엄마가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학교 폭력을 당해야 했던 이자옥 양.

힘들 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던 선생님들을 지금도 원망하고 있습니다.

[이자옥/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 "중국에서 저는 왕따를 당했어요. 되게 심했어요. 저 같은 배경 그런 사람들 별로 없으니까 학교폭력 많이 당했어요. 제가 어릴 때 좋은 선생님 만난 적이 없어서 중국에서 그렇게 배려해 주지 않았어요."]

이자옥 양은 상처를 보듬어 주는 선생님들을 만나고 새로운 꿈을 가지게 됐는데요.

힘든 상황의 학생들을 외면하지 않는 훌륭한 교사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이자옥/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 "좋은 선생님이요. 지식뿐만 아니라 학생들한테 마음 건강까지 다 해주고 싶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아직 부족한 한국어 실력이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자옥/제3국 출생 탈북민 자녀 : "한국어. 그건 쉬운 것도 있고 살짝 어려운 거는 이해 많이 안 가요. (자옥이 정도면 충분히 한국에 있는 대학교에서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중국어를 배웠으니까 중어 중문을 전공하는 거야. 그렇기 때문에 이점을 네가 갖고 들어가.)"]

[김성결/다음학교 상담교사 : "그 길을 걷기 위해서는 어떤 단계들이 필요한지까지만 옆에서 알려주고 있고 학생이 적성에 맞게 그 진로를 택할 수 있도록 더 넓은 그림을 그려주려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낯선 땅에 와서 새로운 꿈을 키워나가는 학생들...

함께 어울려 배우는 이 학교에서 남쪽이냐 북쪽이냐, 서로의 출신지는 의미가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런 게 바로 작은 통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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