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K] 환경과 공존의 길을 찾는 초보농부의 환경농업 성장기

입력 2022.03.14 (20:05) 수정 2022.03.14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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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땅이 녹으며 새 생명을 길러낼 준비를 하는 봄의 길목.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농부의 마음도 바빠집니다.

완주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초보 농부 백종수 씨도 땅심을 길러주기 위한 작업이 한창입니다.

보통은 퇴비를 사서 뿌리지만 백종수 씨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지난해 농업부산물인 고춧대를 쓰기로 한 겁니다.

[백종수/초보 농부 : "제가 지금 고추나무를 퇴비화해서 재사용하려고 지금 썰어 놓고 바닥에 깔아놨는데…. 그거를 또 퇴비화하기 위해서 미생물을 뿌리고 있어요."]

올해는 땅갈이도 하지 않고 무경운 농사를 지어보기로 했습니다.

[백종수/초보 농부 : "농사를 짓기 전에 땅을 갈아서 뒤엎잖아요. 저는 그 작업을 안 한다는 뜻이고요. 그 작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기후위기의 발생 요인 중의 하나인 탄소를 토양이 더 저장을 할 수가 있대요. 그리고 또 토양 내에 생태계를 이롭게 조성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기도 하고요. 저는 물론 초짜라서 거기까지는 아직 가려면 갈 길이 먼데…."]

전업 농부의 길로 들어선 지 3년 차.

비닐하우스 세 동, 천3백 제곱미터에 소규모로 고추 농사를 짓는 초보 농부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백종수/초보 농부 : "농업이 환경을 지키고 보존한다는 공익적 가치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상에서 보니까 일회용 자재도 거리낌 없이 쓰고 또 그 시즌이 끝나면 바로 그냥 폐기해 버리고…. 재배가 끝난 작물이나 영농폐기물을 그냥 거리낌 없이 소각하는 것도 좀 충격이었고…. 대다수는 안 그렇겠지만, 또 그러시는 거를 보고 제가 충격을…."]

환경을 지키는 농부가 되기 위해 하나 하나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한 해 쓰고 버리는 일회용 멀칭 비닐과 나일론 끈을 재사용이 가능한 제초 매트와 줄로 바꾸고.

["이게 저장만 잘하면 5~6년에서 10년을 쓴다고 하더라고요. 제초매트도 수명이 꽤 길기 때문에…. 무거운 것을 옮길 때 좀 힘들긴 한데 그래도 제가 생각한 가치관에 따라서 행동하는 거니까 보람되고 뿌듯해요."]

집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킨 액비를 화학비료 대신 사용합니다.

[고은영/백종수 씨 아내 :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같은 것들 아니면 남은 과일, 심지어 재배했다가 팔지 못하고 남은 작물들을 다 그냥 여기에 넣고 숙성을 시켜가지고 다시 그 작물들에게 돌려주는 방법의 순환적인 농법이라고 들어서…."]

기왕이면 진짜 환경에 이로운 농업을 해보겠다는 부부.

백종수 씨가 얼마 전부터 공들여 만든 게 있습니다.

마당 한 귀퉁이를 차지한 생태화장실인데요.

인분을 퇴비로 쓰기 위해섭니다.

[백종수/초보 농부 : "땅심을 살린다는 것은 토양 내 생태계를 살리는 건데 그 생태계는 유용 미생물, 이로운 미생물의 비율을 높이는 거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저는 음식물 액비도 만들어서 쓰고 있는 것이고, 또 이번에 이렇게 새로 도전하는 이런 똥오줌 퇴비, 인분 퇴비를 쓰는 것이고…. 땅심을 살려야 작물이 잘 자라고 병해충 피해도 적다…."]

지난 가을부터 직접 설계해 만들었고 서너 달 정도 사용해왔습니다.

올봄엔 하우스 한 동에라도 뿌릴 수 있을까 했는데 가족만 쓰다 보니 생각보다 퇴비 모이는 속도가 느립니다.

["연아 쉬야 마려워? (나 작은 건데?) 그래? 여기에 부어주면 돼."]

처음엔 무섭다며 거부하던 아이들도 이젠 조금 익숙하게 화장실을 이용합니다.

아마도 늦은 봄, 수박이랑 호박을 심을 때쯤이면 퇴비가 넉넉하게 모아질 겁니다.

["멋지네. 재미있지?"]

[백연아/백종수 씨 딸 : "아빠가 농사를 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백종수 씨가 쉽게 농업방식을 바꾸고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초보 농부이고 1인 농가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하는 방식이 성공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뿐이죠.

다만 한 가지. 환경과 농업이 공존하기 위해 농부가 가야 할 길을 꼭 찾아내겠다고 늘 다짐한다는 백종수 씨.

올해도 그의 농장엔 최대한 자연적으로 길러낸 못난이 고추가 주렁주렁 열릴 겁니다.

[백종수/초보 농부 : "다회용 농자재를 쓴다든가 인분 퇴비나 음식물 액비를 쓴다든가. 고추나무 같은 것도 재사용을 한다든가. (이렇게) 도전하는 것들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싶은, 지구랑 함께 농부가 같이 가고 싶은 그런 목표가 있어요. 아직은 갈 길이 멀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지만 그렇게 계속 도전하는 거고요. 또 그게 제가 하는 농업의, 농장의 정체성이라고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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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K] 환경과 공존의 길을 찾는 초보농부의 환경농업 성장기
    • 입력 2022-03-14 20:05:03
    • 수정2022-03-14 21:12:06
    뉴스7(전주)
언 땅이 녹으며 새 생명을 길러낼 준비를 하는 봄의 길목.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농부의 마음도 바빠집니다.

완주에서 고추 농사를 짓는 초보 농부 백종수 씨도 땅심을 길러주기 위한 작업이 한창입니다.

보통은 퇴비를 사서 뿌리지만 백종수 씨는 다른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지난해 농업부산물인 고춧대를 쓰기로 한 겁니다.

[백종수/초보 농부 : "제가 지금 고추나무를 퇴비화해서 재사용하려고 지금 썰어 놓고 바닥에 깔아놨는데…. 그거를 또 퇴비화하기 위해서 미생물을 뿌리고 있어요."]

올해는 땅갈이도 하지 않고 무경운 농사를 지어보기로 했습니다.

[백종수/초보 농부 : "농사를 짓기 전에 땅을 갈아서 뒤엎잖아요. 저는 그 작업을 안 한다는 뜻이고요. 그 작업을 하지 않는 이유는 기후위기의 발생 요인 중의 하나인 탄소를 토양이 더 저장을 할 수가 있대요. 그리고 또 토양 내에 생태계를 이롭게 조성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기도 하고요. 저는 물론 초짜라서 거기까지는 아직 가려면 갈 길이 먼데…."]

전업 농부의 길로 들어선 지 3년 차.

비닐하우스 세 동, 천3백 제곱미터에 소규모로 고추 농사를 짓는 초보 농부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요.

[백종수/초보 농부 : "농업이 환경을 지키고 보존한다는 공익적 가치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상에서 보니까 일회용 자재도 거리낌 없이 쓰고 또 그 시즌이 끝나면 바로 그냥 폐기해 버리고…. 재배가 끝난 작물이나 영농폐기물을 그냥 거리낌 없이 소각하는 것도 좀 충격이었고…. 대다수는 안 그렇겠지만, 또 그러시는 거를 보고 제가 충격을…."]

환경을 지키는 농부가 되기 위해 하나 하나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한 해 쓰고 버리는 일회용 멀칭 비닐과 나일론 끈을 재사용이 가능한 제초 매트와 줄로 바꾸고.

["이게 저장만 잘하면 5~6년에서 10년을 쓴다고 하더라고요. 제초매트도 수명이 꽤 길기 때문에…. 무거운 것을 옮길 때 좀 힘들긴 한데 그래도 제가 생각한 가치관에 따라서 행동하는 거니까 보람되고 뿌듯해요."]

집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를 발효시킨 액비를 화학비료 대신 사용합니다.

[고은영/백종수 씨 아내 :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같은 것들 아니면 남은 과일, 심지어 재배했다가 팔지 못하고 남은 작물들을 다 그냥 여기에 넣고 숙성을 시켜가지고 다시 그 작물들에게 돌려주는 방법의 순환적인 농법이라고 들어서…."]

기왕이면 진짜 환경에 이로운 농업을 해보겠다는 부부.

백종수 씨가 얼마 전부터 공들여 만든 게 있습니다.

마당 한 귀퉁이를 차지한 생태화장실인데요.

인분을 퇴비로 쓰기 위해섭니다.

[백종수/초보 농부 : "땅심을 살린다는 것은 토양 내 생태계를 살리는 건데 그 생태계는 유용 미생물, 이로운 미생물의 비율을 높이는 거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저는 음식물 액비도 만들어서 쓰고 있는 것이고, 또 이번에 이렇게 새로 도전하는 이런 똥오줌 퇴비, 인분 퇴비를 쓰는 것이고…. 땅심을 살려야 작물이 잘 자라고 병해충 피해도 적다…."]

지난 가을부터 직접 설계해 만들었고 서너 달 정도 사용해왔습니다.

올봄엔 하우스 한 동에라도 뿌릴 수 있을까 했는데 가족만 쓰다 보니 생각보다 퇴비 모이는 속도가 느립니다.

["연아 쉬야 마려워? (나 작은 건데?) 그래? 여기에 부어주면 돼."]

처음엔 무섭다며 거부하던 아이들도 이젠 조금 익숙하게 화장실을 이용합니다.

아마도 늦은 봄, 수박이랑 호박을 심을 때쯤이면 퇴비가 넉넉하게 모아질 겁니다.

["멋지네. 재미있지?"]

[백연아/백종수 씨 딸 : "아빠가 농사를 잘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백종수 씨가 쉽게 농업방식을 바꾸고 다양한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초보 농부이고 1인 농가이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지금 하는 방식이 성공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알 수 없습니다.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설 뿐이죠.

다만 한 가지. 환경과 농업이 공존하기 위해 농부가 가야 할 길을 꼭 찾아내겠다고 늘 다짐한다는 백종수 씨.

올해도 그의 농장엔 최대한 자연적으로 길러낸 못난이 고추가 주렁주렁 열릴 겁니다.

[백종수/초보 농부 : "다회용 농자재를 쓴다든가 인분 퇴비나 음식물 액비를 쓴다든가. 고추나무 같은 것도 재사용을 한다든가. (이렇게) 도전하는 것들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싶은, 지구랑 함께 농부가 같이 가고 싶은 그런 목표가 있어요. 아직은 갈 길이 멀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지만 그렇게 계속 도전하는 거고요. 또 그게 제가 하는 농업의, 농장의 정체성이라고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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