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해금강호텔 철거 정황…금강산은 지금

입력 2022.03.19 (08:01) 수정 2022.03.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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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의 강경 행보는 방금 보신 군사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금강산의 우리 측 시설인 해금강호텔을 철거하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2019년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모두 철거하라는 김정은 위원장 지시가 있었는데요.

코로나 19를 구실로 그동안 연기하다가 아무런 통보 없이 이행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남북 화해 상징이던 금강산 시설까지 철거하면서 정권 교체기 남한 정부를 압박하려고 애쓰는 모습입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민족의 명산인 금강산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1998년 11월 동해항. 2만8천 톤의 ‘현대 금강호’가 실향민과 관광객 천4백여 명을 싣고 북한 장전항으로 떠났다.

["대한민국 만세!"]

분단 반세기, 금단의 땅으로 여겨졌던 금강산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구룡폭포와 만물상, 해금강 등 금강산의 절경들이 남측 관광객들을 맞았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로 얼룩진 한반도에 금강산은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금강산관광이 10년 넘게 중단되면서 우리 측이 투자, 건설한 시설물들도 고스란히 방치되고 있다.

급기야 2019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금강산 일대의 남측 시설을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TV : "볼품없이 들어앉아 명산의 경관을 손상시키는 너절한 시설물들을 싹 다 드러내고 누구나 조선의 명산을 보러 왔다가 조선의 건축을 볼 수 있게 우리 식으로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꾸립시다."]

그리고 지난 12일과 17일, ‘미국의 소리’ 방송은 금강산 해금강호텔이 철거되고 있다면서 옥상 일부가 뜯긴 민간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우리 정부 당국도 철거 정황을 확인했지만, 북한의 공식 통보는 없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금강산 관광 관련 사안은 반드시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종주/통일부 대변인 : "정부는 금강산 관광과 관련하여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되며 모든 사안은 남북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일관되게 대처해 오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금강산 관광만큼은 남과 북의 공동 관심사이자 대표적인 협력 사업이었다.

1989년 실향민 출신 정주영 회장이 북한과 금강산관광 개발 의정서를 체결하면서 첫 물꼬가 터졌고, 9년 뒤인 1998년 10월에는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한 남북 합의서를 들고 돌아왔다.

[정주영/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1998년 10월 : "금강산 개발 및 관광 사업에 대하여 합의에 이르러 관련된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왔습니다. "]

당시 북한도 정주영 회장의 방문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금강산 관광이 남북 협력 사업임을 분명히 했다.

[北 기록영화 : "민족을 위해 하나라도 기여하려는 그의 마음을 더 귀중히 여겨주시며 경제 협력 사업에서 그가 제기하는 모든 문제들을 다 풀어주셨습니다."]

한 달 뒤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 시대가 열리면서 북측은 남측 관광객들을 친근하게 맞았다.

[김연실/당시 금강산 안내원 : "김연실이라고 합니다. 선생님들 사진을 계속 찍으시는데 기념으로 될 만한 사진 저한테 보내주셔야지 제가 사진을 찍겠습니다. 선생님들만 가지면 안 됩니다."]

["철 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

["우리 가수보다 나은데? (아유, 또 비행기 또.)"]

2003년부터는 본격적인 육로관광이 허용되면서 사업 시작 7년 만인 2005년 누적 관광객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

[KBS 뉴스9/2005년 6월 : "남북한 사이에 여러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객이 오늘로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하루 평균 2천 명의 남측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았다.

평양 옥류관 금강산 분점이 문을 열고, 대규모 가족호텔과 골프장 건설도 진행됐다.

[권정숙/금강산 100만 번째 관광객 : "가족여행을 왔거든요. 그러니까 저희가 온 것처럼 다른 모든 우리 국민들도 가족들과 같이 주말에나 평일에도 언제든지..."]

그러나 2008년 7월 뜻밖의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 경계지역에 진입한 남측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당국 간 합의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남북 관계까지 급격히 얼어붙었다.

[김호년/당시 통일부 대변인/2008년 8월 : "우리는 북한이 지난 7월 11일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진상조사에 응하지 않고 대신 납득할 수 없는 조치들을 취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관광객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강산에 관광객을 보낼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사이 북한은 현대아산의 독점사업권을 취소했고 금강산에 상주하던 남측 인원도 전원 철수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남북 협력 사업이라는 인식은 여전했다.

관광은 중단됐지만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이뤄졌다.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도 남북 정상은 금강산 관광 재개는 물론 각종 시설도 복구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평양공동선언/2018년 9월 19일 :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정상화도 이뤄질 것입니다."]

두 달 뒤 현대그룹과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금강산 관광 20주년을 맞아 남북 공동 기념행사를 열고 10년 만에 금강산의 절경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정은/현대그룹 회장 :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이 곳 금강산에도 훈풍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의 문은 다시 열려야 합니다."]

[리건택/北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 "금강산은 우리 겨레의 마음 속의 천하제일의 명산일 뿐만 아니라 통일의 상징으로 더욱 소중히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이듬해 신년사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9년 신년사 :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은 아직까지도 관광 재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북한은 일방적인 철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철거 움직임을 대선 직후 한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으로 분석한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을 경우 당선자가 미국을 좀 더 설득해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말도록 북한의 손을 잡아 주도록 남측이 더 설득해 달라..."]

ICBM 발사 준비와 핵 시설 가동 재개 움직임으로 미국을 압박하면서 남측에도 강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독자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11년에 이미 국제관광계획을 금강산 국제관광계획을 세웠고요. 따라서 정식명칭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라는 계획이 있고요. 여기엔 6개 지구가 들어 있습니다. 원산 마식령 석왕사 울림폭포 통천 금강산. 자기들 나름대로 개발하겠단 계획 이미 세웠고요. 따라서 일정에 따라서 철거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야된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2014년 6월, 실제로 북한 당국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을 공식화했다.

이듬해 5월엔 금강산에 중국과 홍콩 등 해외기업 관계자를 대거 초청해 투자설명회도 열었다.

[류수지/중국인 투자자 : "이번 투자설명회를 통해서 개발 책임자들로부터 소개를 잘 받았습니다. 이곳의 여행 관련 시설들은 모두 국제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철거 지시가 있던 2019년에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북한이 남측 관광객을 제외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지난 2019년 정상회담에서 연간 중국인 관광객 약 30만 명 정도 북한에 보내 줄 수 있다 이렇게 합의했지만 그래도 남측하고 직접 관광을 하는 것이 좀 더 이득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으로 분석합니다."]

또 관광지 개발을 통한 외자유치도 대북제재 해제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핵 카드를 다시 꺼내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북한 관광 사업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소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경제개발구를 만든 이유도 외자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거고 외자 유치가 없다면 북한 경제의 회생은 어렵거든요. 근데 저렇게 국제적인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그 누구도 북한에 투자하지 않을거거든요. 때문에 사실 상당히 무리한 자충수를 두고 있다."]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웅장한 자태의 ‘구룡폭포’ 옥빛 구슬을 꿰어놓은 듯한 ‘련주담’ 봉황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것 같다는 ‘비봉폭포’까지.

민족의 명산이자 화해 교류의 상징이던 금강산은 북측의 시설 철거로 또다시 기로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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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해금강호텔 철거 정황…금강산은 지금
    • 입력 2022-03-19 08:01:23
    • 수정2022-03-19 08:30:26
    남북의 창
[앵커]

최근 북한의 강경 행보는 방금 보신 군사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금강산의 우리 측 시설인 해금강호텔을 철거하는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2019년 금강산의 남측 시설을 모두 철거하라는 김정은 위원장 지시가 있었는데요.

코로나 19를 구실로 그동안 연기하다가 아무런 통보 없이 이행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남북 화해 상징이던 금강산 시설까지 철거하면서 정권 교체기 남한 정부를 압박하려고 애쓰는 모습입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선 민족의 명산인 금강산의 어제와 오늘을 짚어보겠습니다.

[리포트]

1998년 11월 동해항. 2만8천 톤의 ‘현대 금강호’가 실향민과 관광객 천4백여 명을 싣고 북한 장전항으로 떠났다.

["대한민국 만세!"]

분단 반세기, 금단의 땅으로 여겨졌던 금강산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구룡폭포와 만물상, 해금강 등 금강산의 절경들이 남측 관광객들을 맞았다.

분단과 전쟁의 상처로 얼룩진 한반도에 금강산은 평화와 화해의 상징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금강산관광이 10년 넘게 중단되면서 우리 측이 투자, 건설한 시설물들도 고스란히 방치되고 있다.

급기야 2019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금강산 일대의 남측 시설을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조선중앙TV : "볼품없이 들어앉아 명산의 경관을 손상시키는 너절한 시설물들을 싹 다 드러내고 누구나 조선의 명산을 보러 왔다가 조선의 건축을 볼 수 있게 우리 식으로 처음부터 새롭게 다시 꾸립시다."]

그리고 지난 12일과 17일, ‘미국의 소리’ 방송은 금강산 해금강호텔이 철거되고 있다면서 옥상 일부가 뜯긴 민간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우리 정부 당국도 철거 정황을 확인했지만, 북한의 공식 통보는 없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금강산 관광 관련 사안은 반드시 남북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종주/통일부 대변인 : "정부는 금강산 관광과 관련하여 우리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북측의 일방적인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되며 모든 사안은 남북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에서 일관되게 대처해 오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금강산 관광만큼은 남과 북의 공동 관심사이자 대표적인 협력 사업이었다.

1989년 실향민 출신 정주영 회장이 북한과 금강산관광 개발 의정서를 체결하면서 첫 물꼬가 터졌고, 9년 뒤인 1998년 10월에는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한 남북 합의서를 들고 돌아왔다.

[정주영/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1998년 10월 : "금강산 개발 및 관광 사업에 대하여 합의에 이르러 관련된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왔습니다. "]

당시 북한도 정주영 회장의 방문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금강산 관광이 남북 협력 사업임을 분명히 했다.

[北 기록영화 : "민족을 위해 하나라도 기여하려는 그의 마음을 더 귀중히 여겨주시며 경제 협력 사업에서 그가 제기하는 모든 문제들을 다 풀어주셨습니다."]

한 달 뒤 역사적인 금강산 관광 시대가 열리면서 북측은 남측 관광객들을 친근하게 맞았다.

[김연실/당시 금강산 안내원 : "김연실이라고 합니다. 선생님들 사진을 계속 찍으시는데 기념으로 될 만한 사진 저한테 보내주셔야지 제가 사진을 찍겠습니다. 선생님들만 가지면 안 됩니다."]

["철 따라 고운 옷 갈아입는 산 (이름도 아름다워 금강이라네. 금강이라네!)"]

["우리 가수보다 나은데? (아유, 또 비행기 또.)"]

2003년부터는 본격적인 육로관광이 허용되면서 사업 시작 7년 만인 2005년 누적 관광객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

[KBS 뉴스9/2005년 6월 : "남북한 사이에 여러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객이 오늘로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하루 평균 2천 명의 남측 관광객이 금강산을 찾았다.

평양 옥류관 금강산 분점이 문을 열고, 대규모 가족호텔과 골프장 건설도 진행됐다.

[권정숙/금강산 100만 번째 관광객 : "가족여행을 왔거든요. 그러니까 저희가 온 것처럼 다른 모든 우리 국민들도 가족들과 같이 주말에나 평일에도 언제든지..."]

그러나 2008년 7월 뜻밖의 사건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관광객 통제구역을 지나 북측 군 경계지역에 진입한 남측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재발 방지를 위한 당국 간 합의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고, 남북 관계까지 급격히 얼어붙었다.

[김호년/당시 통일부 대변인/2008년 8월 : "우리는 북한이 지난 7월 11일 발생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진상조사에 응하지 않고 대신 납득할 수 없는 조치들을 취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관광객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강산에 관광객을 보낼 수 없습니다."]

남과 북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사이 북한은 현대아산의 독점사업권을 취소했고 금강산에 상주하던 남측 인원도 전원 철수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남북 협력 사업이라는 인식은 여전했다.

관광은 중단됐지만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이뤄졌다.

2018년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도 남북 정상은 금강산 관광 재개는 물론 각종 시설도 복구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평양공동선언/2018년 9월 19일 : "환경이 조성되는 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의 정상화도 이뤄질 것입니다."]

두 달 뒤 현대그룹과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금강산 관광 20주년을 맞아 남북 공동 기념행사를 열고 10년 만에 금강산의 절경을 공개하기도 했다.

[현정은/현대그룹 회장 : "얼어붙었던 한반도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이 곳 금강산에도 훈풍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의 문은 다시 열려야 합니다."]

[리건택/北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 "금강산은 우리 겨레의 마음 속의 천하제일의 명산일 뿐만 아니라 통일의 상징으로 더욱 소중히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이듬해 신년사에서 조건 없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9년 신년사 :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남북은 아직까지도 관광 재개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북한은 일방적인 철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철거 움직임을 대선 직후 한국 정부를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전략으로 분석한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문재인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또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섰을 경우 당선자가 미국을 좀 더 설득해서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지 말도록 북한의 손을 잡아 주도록 남측이 더 설득해 달라..."]

ICBM 발사 준비와 핵 시설 가동 재개 움직임으로 미국을 압박하면서 남측에도 강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독자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11년에 이미 국제관광계획을 금강산 국제관광계획을 세웠고요. 따라서 정식명칭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라는 계획이 있고요. 여기엔 6개 지구가 들어 있습니다. 원산 마식령 석왕사 울림폭포 통천 금강산. 자기들 나름대로 개발하겠단 계획 이미 세웠고요. 따라서 일정에 따라서 철거에 들어가는 것으로 봐야된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2014년 6월, 실제로 북한 당국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을 공식화했다.

이듬해 5월엔 금강산에 중국과 홍콩 등 해외기업 관계자를 대거 초청해 투자설명회도 열었다.

[류수지/중국인 투자자 : "이번 투자설명회를 통해서 개발 책임자들로부터 소개를 잘 받았습니다. 이곳의 여행 관련 시설들은 모두 국제적 수준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철거 지시가 있던 2019년에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과거 경험에 비추어 보더라도 북한이 남측 관광객을 제외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지난 2019년 정상회담에서 연간 중국인 관광객 약 30만 명 정도 북한에 보내 줄 수 있다 이렇게 합의했지만 그래도 남측하고 직접 관광을 하는 것이 좀 더 이득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을 것으로 분석합니다."]

또 관광지 개발을 통한 외자유치도 대북제재 해제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핵 카드를 다시 꺼내면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는 결과적으로 북한 관광 사업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요소다.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경제개발구를 만든 이유도 외자 유치를 목적으로 하는거고 외자 유치가 없다면 북한 경제의 회생은 어렵거든요. 근데 저렇게 국제적인 신뢰를 잃어버린다면 그 누구도 북한에 투자하지 않을거거든요. 때문에 사실 상당히 무리한 자충수를 두고 있다."]

아홉 마리의 용이 살았다는 웅장한 자태의 ‘구룡폭포’ 옥빛 구슬을 꿰어놓은 듯한 ‘련주담’ 봉황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것 같다는 ‘비봉폭포’까지.

민족의 명산이자 화해 교류의 상징이던 금강산은 북측의 시설 철거로 또다시 기로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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