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우크라이나 국내 취재…“국민들 강하게 뭉쳤다”

입력 2022.03.19 (21:09) 수정 2022.03.19 (21: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하면서 현재 한국 국민은 우크라이나에 정상적으로 입국할 수 없습니다.

다만 여권법 17조에는 공익을 위한 취재나 보도의 경우 예외적으로 입국을 허가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요.

KBS는 지난 7일 예외적 여권 사용을 신청했고, 어제 입국 허가를 받아 취재진을 우크라이나로 파견했습니다.

취재진이 들어간 곳은 한국 임시대사관이 있는 우크라이나 남서부 체르니우치 주인데요.

이곳에서 취재 중인 유원중 특파원 연결해 상황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유원중 특파원, 입국 과정부터 먼저 들어볼까요, 절차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저는 지난 7일 예외적 여권 사용을 신청한 뒤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루마니아 시레트 지역에서 취재를 해왔는데요.

이곳 시간 어제 아침, 입국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국경을 넘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루마니아로 탈출하는 길과 반대인 입국은 비교적 순조로웠는데요.

우크라이나 국경 검문소 앞에서 현지 통역과 안내인을 만났고, 곧바로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앵커]

무엇보다 안전하게 취재하길 바랍니다.

현재 러시아군이 전방위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남서부인 그곳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북부와 동부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은 상당히 평온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곳에서도 조용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피란민을 돌보고 전쟁 지역으로 구호 물품을 보내는 후방 지원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데요.

어제 하루 저희가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25만 명 인구의 도시에 5만 명의 피란민이 모여 있는 체르니우치.

시내 곳곳에 마련된 지원센터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여기에서 일단 피란민 등록을 하면 긴급 구호품과 함께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올레흐/피란민 지원센터 자원봉사자 : "저희에게 핫라인이 있어서 피란민이 전화를 걸면 숙소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문을 닫은 학교.

지금은 피란민들을 위한 임시 숙소로 바뀌었고, 교장과 교사들은 돌보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피란민/임시 숙소 거주자 : "지금 현재도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들이 키이우에 살고 있어요. 그들은 집을 떠나지 않겠다고 해서요."]

원래 이곳은 학교였는데요.

지금은 이곳에 딱히 연고가 없는 피란민들이 사용하는 곳입니다.

모두 300명 정도가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방마다 이렇게 유모차들이 있죠.

모두 118명의 어린이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구호 물품 지원 센터로 바뀐 시립 체육관 안입니다.

인근 루마니아를 통해 해외에서 들어온 구호 물품들이 빼곡히 쌓여 있습니다.

500명의 자원봉사자가 24시간 쉴 새 없이 일을 해 물품들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모인 구호 물품들은 시민들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현재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국 곳곳으로 배송됩니다.

[알렉산드르/구호물품지원센터 관계자 : "운전자들은 진정한 영웅입니다. 그들은 2번, 3번, 4번 러시아군의 포격을 감수하고 필수품을 위험 지역에 보내고 있습니다."]

행정 관료에서 지역사령관으로 역할이 바뀐 주지사는 전쟁 승리를 자신합니다.

[세르기이 오사축/체르니우치 주지사 : "모든 우리 군인들이 이미 조국을 지킬 준비가 됐고, 시민들도 언제든지 참여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앵커]

시민들이 직접 뒷받침을 하고 있군요.

그동안은 우크라이나 국경 쪽에서 상황을 전했는데, 이번에는 유 특파원이 우크라이나 안으로 직접 들어가서 취재를 했잖아요.

어떤 점이 가장 눈에 띄던가요?

[기자]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오는 난민들을 많이 보도했는데요.

그보다 훨씬 많은 피란민들이 고향을 떠나 비교적 안전한 국내 지역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요.

전쟁 중이지만 흔들리지 않은 국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방 정부의 행정력은 물론 자원봉사단체들도 잘 조직돼 국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피란민 세 가족에게 자신의 집을 아낌없이 빌려준 사례도 봤고요.

많은 식당이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피란민에게 제공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과 맞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이유가 후방에서 국민들이 강한 의지와 협력으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커]

하지만 시민들의 이런 항전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악화되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기자]

네, 러시아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하고 있는데요.

러시아군이 극초음속 무기인 '킨잘' 미사일을 발사해 제가 있는 이곳에서 약 백 킬로미터 떨어진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주의 탄약 저장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극초음속 무기 사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킨잘은 사정거리가 2천 킬로미터로, 음속의 10배로 비행하며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무기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사용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어린이가 있다는 표식에도 불구하고 포격 당한 마리오폴의 극장에서는 130명 이상이 구조됐지만 아직도 백 명 이상의 주민들이 잔해 아래에 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에서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서삼현/그래픽:김현갑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첫 우크라이나 국내 취재…“국민들 강하게 뭉쳤다”
    • 입력 2022-03-19 21:09:42
    • 수정2022-03-19 21:42:43
    뉴스 9
[앵커]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하면서 현재 한국 국민은 우크라이나에 정상적으로 입국할 수 없습니다.

다만 여권법 17조에는 공익을 위한 취재나 보도의 경우 예외적으로 입국을 허가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요.

KBS는 지난 7일 예외적 여권 사용을 신청했고, 어제 입국 허가를 받아 취재진을 우크라이나로 파견했습니다.

취재진이 들어간 곳은 한국 임시대사관이 있는 우크라이나 남서부 체르니우치 주인데요.

이곳에서 취재 중인 유원중 특파원 연결해 상황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유원중 특파원, 입국 과정부터 먼저 들어볼까요, 절차가 어떻게 됩니까?

[기자]

저는 지난 7일 예외적 여권 사용을 신청한 뒤에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루마니아 시레트 지역에서 취재를 해왔는데요.

이곳 시간 어제 아침, 입국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국경을 넘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루마니아로 탈출하는 길과 반대인 입국은 비교적 순조로웠는데요.

우크라이나 국경 검문소 앞에서 현지 통역과 안내인을 만났고, 곧바로 취재에 들어갔습니다.

[앵커]

무엇보다 안전하게 취재하길 바랍니다.

현재 러시아군이 전방위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남서부인 그곳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북부와 동부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곳은 상당히 평온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곳에서도 조용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피란민을 돌보고 전쟁 지역으로 구호 물품을 보내는 후방 지원센터의 역할을 하고 있는 건데요.

어제 하루 저희가 취재한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리포트]

25만 명 인구의 도시에 5만 명의 피란민이 모여 있는 체르니우치.

시내 곳곳에 마련된 지원센터에는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여기에서 일단 피란민 등록을 하면 긴급 구호품과 함께 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를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올레흐/피란민 지원센터 자원봉사자 : "저희에게 핫라인이 있어서 피란민이 전화를 걸면 숙소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문을 닫은 학교.

지금은 피란민들을 위한 임시 숙소로 바뀌었고, 교장과 교사들은 돌보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피란민/임시 숙소 거주자 : "지금 현재도 어머니와 아버지, 동생들이 키이우에 살고 있어요. 그들은 집을 떠나지 않겠다고 해서요."]

원래 이곳은 학교였는데요.

지금은 이곳에 딱히 연고가 없는 피란민들이 사용하는 곳입니다.

모두 300명 정도가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방마다 이렇게 유모차들이 있죠.

모두 118명의 어린이들이 이곳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구호 물품 지원 센터로 바뀐 시립 체육관 안입니다.

인근 루마니아를 통해 해외에서 들어온 구호 물품들이 빼곡히 쌓여 있습니다.

500명의 자원봉사자가 24시간 쉴 새 없이 일을 해 물품들을 분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모인 구호 물품들은 시민들이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현재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전국 곳곳으로 배송됩니다.

[알렉산드르/구호물품지원센터 관계자 : "운전자들은 진정한 영웅입니다. 그들은 2번, 3번, 4번 러시아군의 포격을 감수하고 필수품을 위험 지역에 보내고 있습니다."]

행정 관료에서 지역사령관으로 역할이 바뀐 주지사는 전쟁 승리를 자신합니다.

[세르기이 오사축/체르니우치 주지사 : "모든 우리 군인들이 이미 조국을 지킬 준비가 됐고, 시민들도 언제든지 참여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앵커]

시민들이 직접 뒷받침을 하고 있군요.

그동안은 우크라이나 국경 쪽에서 상황을 전했는데, 이번에는 유 특파원이 우크라이나 안으로 직접 들어가서 취재를 했잖아요.

어떤 점이 가장 눈에 띄던가요?

[기자]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오는 난민들을 많이 보도했는데요.

그보다 훨씬 많은 피란민들이 고향을 떠나 비교적 안전한 국내 지역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었고요.

전쟁 중이지만 흔들리지 않은 국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지방 정부의 행정력은 물론 자원봉사단체들도 잘 조직돼 국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얼굴도 모르는 피란민 세 가족에게 자신의 집을 아낌없이 빌려준 사례도 봤고요.

많은 식당이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피란민에게 제공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과 맞서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이유가 후방에서 국민들이 강한 의지와 협력으로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커]

하지만 시민들의 이런 항전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악화되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가 극초음속 미사일을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기자]

네, 러시아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하고 있는데요.

러시아군이 극초음속 무기인 '킨잘' 미사일을 발사해 제가 있는 이곳에서 약 백 킬로미터 떨어진 이바노프란키우스크 주의 탄약 저장 시설을 파괴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극초음속 무기 사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킨잘은 사정거리가 2천 킬로미터로, 음속의 10배로 비행하며 방공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무기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 사용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편, 어린이가 있다는 표식에도 불구하고 포격 당한 마리오폴의 극장에서는 130명 이상이 구조됐지만 아직도 백 명 이상의 주민들이 잔해 아래에 있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체르니우치에서 KBS 뉴스 유원중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서삼현/그래픽:김현갑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