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진정한 봄으로]③ “보상은 끝이 아닌 시작”

입력 2022.04.06 (21:43) 수정 2022.04.0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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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 4·3 74주년을 맞아 앞으로 있을 보상 과정의 과제를 짚어보는 심층기획 마지막 순서입니다.

당초 4·3 희생자와 유족들은 보상이 아닌 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에는 보상으로 명시됐는데요.

같은 국가폭력 역사인 광주 5·18과 대만2·28은 달랐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주 4·3사건이 발생하기 한해 전인 1947년.

바다 건너 대만에서도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습니다.

발생 시기도, 약 3만 명에 달하는 희생자 규모도 비슷한 대만 2·28사건.

수십 년간 금기시됐던 역사까지 닮아있는데, 2·28은 4·3 보다 27년이나 먼저 희생자 보상이 진행됐습니다.

1995년 '2·28 보상 조례'를 제정한 건데, 눈에 띄는 건 2007년 '보상'을 '배상'으로 개정해 국가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겁니다.

[고성만/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대만 같은 경우가 그래서 훨씬 4·3보다는 직접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또 과거의 폭력사건에 대한 반성의 자세를 먼저 정부가, 국가가 취했던 것 같습니다."]

보상과 배상 모두 손해를 갚는다는 면에서 비슷하지만, 보상은 적법 행위, 배상은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말합니다.

이 때문에 1990년 보상법이 제정된 광주5·18민주화운동도 2010년 특별법에 '보상은 배상으로 본다'는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2·28보다는 소극적인 조치지만 국가의 불법 행위를 명시했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4·3특별법에서 보상을 배상으로 글자 하나 고치는 것을 넘어 앞으로 국가폭력의 책임을 계속해서 묻는 일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김희송/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 : "보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보상으로 인해서 자신들이 져야 될 책임, 잘못 이걸 다 한 것같이 간주하는 건 정말 그건 5월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경계해야 될 것이다."]

보상에서 시작해 배상으로 더 나아간 광주5·18과 대만2·28이 4·3에 던지는 메시지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류자오위안/대만2·28기금회 처장 : "보상을 배상으로 하는 게 말장난은 아니고 배상의 진정한 의의는 정부의 불법을 추궁하는 것입니다."]

긍정의 역사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역사까지 유사한 경험들을 공유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연대의 자세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어렵게 이룬 보상이라는 또다른 출발점에 서서 피해자들이 그리는 화해는 어떤 모습일까?

[양성주/4·3유족회 사무처장 : "혼자 살아야 했던 어린 아이들, 그 유족들의 삶도 피해 회복이 돼야 하거든요. 희생자와 그 유가족에 대해서 국가가 모든 걸 다 회복조치를 하고 그래야 진정한 화해가 됐다고 이제 저희들은 보는 겁니다."]

여전히 74년 전 그날에 머물러 있는 이들은 진정한 봄이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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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복-진정한 봄으로]③ “보상은 끝이 아닌 시작”
    • 입력 2022-04-06 21:43:50
    • 수정2022-04-06 22:11:24
    뉴스9(제주)
[앵커]

제주 4·3 74주년을 맞아 앞으로 있을 보상 과정의 과제를 짚어보는 심층기획 마지막 순서입니다.

당초 4·3 희생자와 유족들은 보상이 아닌 배상을 요구했지만 법에는 보상으로 명시됐는데요.

같은 국가폭력 역사인 광주 5·18과 대만2·28은 달랐습니다.

안서연 기자입니다.

[리포트]

제주 4·3사건이 발생하기 한해 전인 1947년.

바다 건너 대만에서도 국가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있었습니다.

발생 시기도, 약 3만 명에 달하는 희생자 규모도 비슷한 대만 2·28사건.

수십 년간 금기시됐던 역사까지 닮아있는데, 2·28은 4·3 보다 27년이나 먼저 희생자 보상이 진행됐습니다.

1995년 '2·28 보상 조례'를 제정한 건데, 눈에 띄는 건 2007년 '보상'을 '배상'으로 개정해 국가 책임을 명확히 했다는 겁니다.

[고성만/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대만 같은 경우가 그래서 훨씬 4·3보다는 직접적으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또 과거의 폭력사건에 대한 반성의 자세를 먼저 정부가, 국가가 취했던 것 같습니다."]

보상과 배상 모두 손해를 갚는다는 면에서 비슷하지만, 보상은 적법 행위, 배상은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말합니다.

이 때문에 1990년 보상법이 제정된 광주5·18민주화운동도 2010년 특별법에 '보상은 배상으로 본다'는 조항을 추가했습니다.

2·28보다는 소극적인 조치지만 국가의 불법 행위를 명시했다는 데 의미가 큽니다.

4·3특별법에서 보상을 배상으로 글자 하나 고치는 것을 넘어 앞으로 국가폭력의 책임을 계속해서 묻는 일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김희송/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 : "보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보상으로 인해서 자신들이 져야 될 책임, 잘못 이걸 다 한 것같이 간주하는 건 정말 그건 5월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경계해야 될 것이다."]

보상에서 시작해 배상으로 더 나아간 광주5·18과 대만2·28이 4·3에 던지는 메시지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류자오위안/대만2·28기금회 처장 : "보상을 배상으로 하는 게 말장난은 아니고 배상의 진정한 의의는 정부의 불법을 추궁하는 것입니다."]

긍정의 역사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역사까지 유사한 경험들을 공유하고 방향을 모색하는 연대의 자세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어렵게 이룬 보상이라는 또다른 출발점에 서서 피해자들이 그리는 화해는 어떤 모습일까?

[양성주/4·3유족회 사무처장 : "혼자 살아야 했던 어린 아이들, 그 유족들의 삶도 피해 회복이 돼야 하거든요. 희생자와 그 유가족에 대해서 국가가 모든 걸 다 회복조치를 하고 그래야 진정한 화해가 됐다고 이제 저희들은 보는 겁니다."]

여전히 74년 전 그날에 머물러 있는 이들은 진정한 봄이 오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KBS 뉴스 안서연입니다.

촬영기자:고성호/그래픽: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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