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조개껍데기를 보석으로…‘섭패장’ 이금동

입력 2022.04.07 (20:05) 수정 2022.04.0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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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통영 나전칠기의 명성 이면에는 섭패장이 있었습니다.

전복, 소라 등 나전의 핵심재료인 조개껍데기를 가공하는 장인인데요,

통영의 마지막 섭패장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나전과 옻칠이 만나 천년의 빛을 완성하는 나전칠기.

섭패장의 손끝에서 울퉁불퉁 못생긴 전복껍데기는 광채를 발하는 보석이 됩니다.

[이금동/섭패장 : "이건 천년이 가도 이천 년이 가도 색이 절대 변할 수가 없습니다. 조개는 죽어도 자개 빛은 진짜 제대로 살아있습니다."]

통영에 남은 마지막 섭패공방, 이금동 섭패장의 재단작업이 한창입니다.

남해산 전복껍데기 중에서도 표면이 고르고 빛깔이 좋은 것만 선별해 세척하고 갈아낸 뒤 부위별로 자르는 공정입니다.

[이금동/섭패장 : "색깔은 이게 잘 나오는 거고 이건 색이 없어도 넓게 떼는 이유는 바닥이 고르기 때문에..."]

색이 좋은 전복은 7군데 부위로 재단이 가능하지만 70% 이상이 버려질 만큼 최상급 색패를 얻긴 쉽지 않습니다.

붉은빛이 강하면 홍패, 푸른빛이 두드러지면 청패라 부르는데요.

나전기법에 따라 쓰임새도 다릅니다.

[이금동/섭패장 : "푸른색, 붉은색, 이건 청색. 이런 걸 쓰게 되면 오색이 바로 살아나지요. 그래서 우리 한국 전복이 참 좋다는 겁니다. (외국 자개들은) 2색 3색밖에 안 나오는데 우리 국내산은 오색이 살아나요."]

재단이 끝난 섭패 조각은 ‘등갈이’로 앞면을 고른 뒤 갈아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물에 재어 세척하고 두께를 조절하며 다시 갈고 편편하게 고르면 고유의 광택이 살아납니다.

[이금동/섭패장 : "이렇게 나오는 색깔은 진짜 천 년이 가든 이천 년이 가든 색이 절대 변하지를 않습니다."]

색을 감별하는 감각과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기술을 배운 게 열일곱 살, 50년 넘은 장인의 망치가 그간의 세월을 말해줍니다.

["원래 망치가 이만 했는데 조금씩 조금씩 닳다 보니까 이렇게 많이 들어가 버린 거예요."]

한때 통영에만 100여 곳, 고성에 200곳이 넘던 섭패공장은 수입가구와 저가 수입자개에 밀려 모두 문을 닫고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금동/섭패장 : "담 사이 하나 넘어가면 한 개 있고, 하나 넘어가면 하나 있고, 그렇게 공장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 혼자 끝까지 하다 보니까 다른 일을 하러 가려고 해도 가면 자꾸 (주문) 전화가 오니까..."]

고집스런 손끝에서 완성된 조각자개는 ‘알자개’로 내보내기도 하지만 목재합판처럼 눌러 붙인 ‘판자개’로 가공합니다.

2014년 경남 최고장인으로 인정받은 이금동 섭패장이 수집한 조개껍데깁니다.

가공 전 상태인 원패를 보면 여전히 가슴이 뛸 만큼 섭패 애정도 남다릅니다.

[이금동/섭패장 : "진주패에서는 최고 A급 재료. 지금 같은 경우에는 이런 것만 있으면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은 만장 같지요."]

경남 최고장인으로 지정된 박재성 나전장의 작품입니다.

나전장과 섭패장으로 동고동락한 두 사람의 솜씨가 어우러져 더 특별합니다.

[이금동/섭패장 : "내 물건이 과연 색이 이렇게 나는구나. 진짜 마음이 흐뭇하고 그렇습니다."]

[박재성/나전장 : "재료가 좋아야 작품이 빛이 나게 돼 있거든요. 섭패가 없어지면 나전칠기도 같이 없어진다고 봐야죠. 섭패 저기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나전장은 섭패장이 있어서 섭패장은 또 나전장이 있어서 빛나는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섭패의 맥이 이어져 나전칠기와의 오랜 동행이 계속 이어지길….

이것이, 56년간 섭패를 지킨 통영 마지막 섭패장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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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조개껍데기를 보석으로…‘섭패장’ 이금동
    • 입력 2022-04-07 20:05:01
    • 수정2022-04-07 20:37:11
    뉴스7(창원)
[앵커]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통영 나전칠기의 명성 이면에는 섭패장이 있었습니다.

전복, 소라 등 나전의 핵심재료인 조개껍데기를 가공하는 장인인데요,

통영의 마지막 섭패장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나전과 옻칠이 만나 천년의 빛을 완성하는 나전칠기.

섭패장의 손끝에서 울퉁불퉁 못생긴 전복껍데기는 광채를 발하는 보석이 됩니다.

[이금동/섭패장 : "이건 천년이 가도 이천 년이 가도 색이 절대 변할 수가 없습니다. 조개는 죽어도 자개 빛은 진짜 제대로 살아있습니다."]

통영에 남은 마지막 섭패공방, 이금동 섭패장의 재단작업이 한창입니다.

남해산 전복껍데기 중에서도 표면이 고르고 빛깔이 좋은 것만 선별해 세척하고 갈아낸 뒤 부위별로 자르는 공정입니다.

[이금동/섭패장 : "색깔은 이게 잘 나오는 거고 이건 색이 없어도 넓게 떼는 이유는 바닥이 고르기 때문에..."]

색이 좋은 전복은 7군데 부위로 재단이 가능하지만 70% 이상이 버려질 만큼 최상급 색패를 얻긴 쉽지 않습니다.

붉은빛이 강하면 홍패, 푸른빛이 두드러지면 청패라 부르는데요.

나전기법에 따라 쓰임새도 다릅니다.

[이금동/섭패장 : "푸른색, 붉은색, 이건 청색. 이런 걸 쓰게 되면 오색이 바로 살아나지요. 그래서 우리 한국 전복이 참 좋다는 겁니다. (외국 자개들은) 2색 3색밖에 안 나오는데 우리 국내산은 오색이 살아나요."]

재단이 끝난 섭패 조각은 ‘등갈이’로 앞면을 고른 뒤 갈아내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물에 재어 세척하고 두께를 조절하며 다시 갈고 편편하게 고르면 고유의 광택이 살아납니다.

[이금동/섭패장 : "이렇게 나오는 색깔은 진짜 천 년이 가든 이천 년이 가든 색이 절대 변하지를 않습니다."]

색을 감별하는 감각과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기술을 배운 게 열일곱 살, 50년 넘은 장인의 망치가 그간의 세월을 말해줍니다.

["원래 망치가 이만 했는데 조금씩 조금씩 닳다 보니까 이렇게 많이 들어가 버린 거예요."]

한때 통영에만 100여 곳, 고성에 200곳이 넘던 섭패공장은 수입가구와 저가 수입자개에 밀려 모두 문을 닫고 지금은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금동/섭패장 : "담 사이 하나 넘어가면 한 개 있고, 하나 넘어가면 하나 있고, 그렇게 공장이 많이 있었습니다. 저 혼자 끝까지 하다 보니까 다른 일을 하러 가려고 해도 가면 자꾸 (주문) 전화가 오니까..."]

고집스런 손끝에서 완성된 조각자개는 ‘알자개’로 내보내기도 하지만 목재합판처럼 눌러 붙인 ‘판자개’로 가공합니다.

2014년 경남 최고장인으로 인정받은 이금동 섭패장이 수집한 조개껍데깁니다.

가공 전 상태인 원패를 보면 여전히 가슴이 뛸 만큼 섭패 애정도 남다릅니다.

[이금동/섭패장 : "진주패에서는 최고 A급 재료. 지금 같은 경우에는 이런 것만 있으면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은 만장 같지요."]

경남 최고장인으로 지정된 박재성 나전장의 작품입니다.

나전장과 섭패장으로 동고동락한 두 사람의 솜씨가 어우러져 더 특별합니다.

[이금동/섭패장 : "내 물건이 과연 색이 이렇게 나는구나. 진짜 마음이 흐뭇하고 그렇습니다."]

[박재성/나전장 : "재료가 좋아야 작품이 빛이 나게 돼 있거든요. 섭패가 없어지면 나전칠기도 같이 없어진다고 봐야죠. 섭패 저기에도 관심을 많이 가져줬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나전장은 섭패장이 있어서 섭패장은 또 나전장이 있어서 빛나는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섭패의 맥이 이어져 나전칠기와의 오랜 동행이 계속 이어지길….

이것이, 56년간 섭패를 지킨 통영 마지막 섭패장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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