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김해 찻사발의 맥을 이어…도예가 안홍관

입력 2022.04.12 (19:40) 수정 2022.04.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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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찬란한 가야문화를 꽃피웠던 김해는 가야토기의 명맥을 이어 조선시대 공물로 도자기를 생산했던 도예 본고장이기도 한데요.

김해 찻사발을 재현하면서 '가장 김해다운 도자기'를 빚는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김해 상동가마터에서 나온 찻사발 파편입니다.

["굽 안에 언저리에 보면 팽이처럼 돌기 부분이 있습니다. 색깔은 약간 쥐색이지만 인화문, 섬세하게 찍은 도장에다가 백토를 발라서 닦아내면 문양이 아주 섬세하면서 아름다운..."]

김해 찻사발을 재현하면서 안홍관 씨는 지난 2009년 찻사발 명장이 됐습니다.

김해 생림면의 한 산자락, 숲과 물, 흙이 풍부한 곳이 전통가마 최적의 조건인데요.

아궁이와 굴뚝의 경사도, 가마 내부구조까지 복원해 안홍관 명장이 직접 지은 겁니다.

[안홍관/찻사발 명장 : "불이 한 바퀴 회전을 해서 빠져나가야 되는데 수입소나무는 불 힘이 약해서 살짝 넘어갈 뿐이지 돌지는 않아요."]

땔감은 화력이 좋고 연소가 잘되는 조선소나무만 고집합니다.

편리한 전기가마 대신 도자기 빚듯 지은 가마에서 그릇을 기다리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장작불을 때는 건 잘 안 나오니까 그 선이 어느 선인지는 모르겠지만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가마 한 켠의 목재 골동품은 조선시대 도공이 썼던 발물레입니다.

안홍관 명장은 옛 도공들처럼 전통 발물레로 찻사발을 빚는데요.

지역별로 흙의 성질을 다 꿰고 있지만 김해의 흙을 직접 배합해 씁니다.

["지역을 대표하려면 아무래도 김해에서 만든 흙을 가지고 김해 흙을 쓰는 게 맞지 않나. 김해색깔을 내려면 김해 흙을 써야만 김해색깔이 나오는 거예요."]

이런 고집으로 수십 차례 일본을 오가며 박물관과 자료를 뒤지고 연구한 끝에 김해 찻사발을 12종으로 좁히고 그 가운데 9종을 완성했습니다.

["김해라는 글자가 있고 언리에 보면 선문이 네 줄 그어져 있습니다."]

'김해'가 선명하게 새겨진 찻사발에, 소박하고 섬세한 문양이 아름다운 분청 찻사발, 굽이 갈라진 찻사발까지.

김해 도공들이 빚은 옛 그릇을 재현해 김해만의 지역색을 살렸습니다.

["일본에 싣고 갈 때 짚을 넣고 이렇게 새끼를 꼬아서 양 네 군데로 이렇게 묶었겠죠."]

도예를 공부하는 아들은 김해 찻사발 재현에 평생을 바친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안진우/안홍관 명장 아들 : "과정도 굉장히 길고 힘들고 어려운데 세월들 그다음에 어떤 과정들 그런 게 무덤덤하게 도자기에 많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아버지 도자기는. 그래서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고."]

가야에서 조선을 거쳐 오늘로 이어진 김해 도예의 전통을 공유하는 시간.

누구나 쉽게 도예를 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데요.

더불어 많은 이들과 김해 찻사발이 지닌 멋과 여유를 나누고 싶습니다.

[김계순/영축다도회 : "우리나라 흙에다가 자연의 저런 전통가마에다 (구워낸) 이런 잔에 먹으니까 제가 더 청렴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법고창신을 강조하는 안 명장은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데도 열심입니다.

["이 사발은 제가 착안한 사발입니다. 깎은 형태와 접은 것, 흙을 접은 것…."]

찻잎을 만드는 것이 자연의 몫이라면 뿌리 깊은 찻잔을 빚는 건 도공의 몫.

그에게 옛 것은 새것을 위한 뿌리와 동력입니다.

[안홍관/찻사발 명장 : "뿌리는 여기인데 뿌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 아직까지 현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누군가는 지키고 있어야 되지 않느냐..."]

옛것을 재현하고 새것을 제안하며 흙과 함께 한 48년.

그의 전통가마는 김해 차사발에 대한 자부심과 소명으로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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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김해 찻사발의 맥을 이어…도예가 안홍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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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22-04-12 20:24:45
    뉴스7(창원)
[앵커]

찬란한 가야문화를 꽃피웠던 김해는 가야토기의 명맥을 이어 조선시대 공물로 도자기를 생산했던 도예 본고장이기도 한데요.

김해 찻사발을 재현하면서 '가장 김해다운 도자기'를 빚는 장인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김해 상동가마터에서 나온 찻사발 파편입니다.

["굽 안에 언저리에 보면 팽이처럼 돌기 부분이 있습니다. 색깔은 약간 쥐색이지만 인화문, 섬세하게 찍은 도장에다가 백토를 발라서 닦아내면 문양이 아주 섬세하면서 아름다운..."]

김해 찻사발을 재현하면서 안홍관 씨는 지난 2009년 찻사발 명장이 됐습니다.

김해 생림면의 한 산자락, 숲과 물, 흙이 풍부한 곳이 전통가마 최적의 조건인데요.

아궁이와 굴뚝의 경사도, 가마 내부구조까지 복원해 안홍관 명장이 직접 지은 겁니다.

[안홍관/찻사발 명장 : "불이 한 바퀴 회전을 해서 빠져나가야 되는데 수입소나무는 불 힘이 약해서 살짝 넘어갈 뿐이지 돌지는 않아요."]

땔감은 화력이 좋고 연소가 잘되는 조선소나무만 고집합니다.

편리한 전기가마 대신 도자기 빚듯 지은 가마에서 그릇을 기다리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장작불을 때는 건 잘 안 나오니까 그 선이 어느 선인지는 모르겠지만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가마 한 켠의 목재 골동품은 조선시대 도공이 썼던 발물레입니다.

안홍관 명장은 옛 도공들처럼 전통 발물레로 찻사발을 빚는데요.

지역별로 흙의 성질을 다 꿰고 있지만 김해의 흙을 직접 배합해 씁니다.

["지역을 대표하려면 아무래도 김해에서 만든 흙을 가지고 김해 흙을 쓰는 게 맞지 않나. 김해색깔을 내려면 김해 흙을 써야만 김해색깔이 나오는 거예요."]

이런 고집으로 수십 차례 일본을 오가며 박물관과 자료를 뒤지고 연구한 끝에 김해 찻사발을 12종으로 좁히고 그 가운데 9종을 완성했습니다.

["김해라는 글자가 있고 언리에 보면 선문이 네 줄 그어져 있습니다."]

'김해'가 선명하게 새겨진 찻사발에, 소박하고 섬세한 문양이 아름다운 분청 찻사발, 굽이 갈라진 찻사발까지.

김해 도공들이 빚은 옛 그릇을 재현해 김해만의 지역색을 살렸습니다.

["일본에 싣고 갈 때 짚을 넣고 이렇게 새끼를 꼬아서 양 네 군데로 이렇게 묶었겠죠."]

도예를 공부하는 아들은 김해 찻사발 재현에 평생을 바친 아버지가 자랑스럽습니다.

[안진우/안홍관 명장 아들 : "과정도 굉장히 길고 힘들고 어려운데 세월들 그다음에 어떤 과정들 그런 게 무덤덤하게 도자기에 많이 묻어나는 것 같아요 아버지 도자기는. 그래서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고."]

가야에서 조선을 거쳐 오늘로 이어진 김해 도예의 전통을 공유하는 시간.

누구나 쉽게 도예를 접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데요.

더불어 많은 이들과 김해 찻사발이 지닌 멋과 여유를 나누고 싶습니다.

[김계순/영축다도회 : "우리나라 흙에다가 자연의 저런 전통가마에다 (구워낸) 이런 잔에 먹으니까 제가 더 청렴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법고창신을 강조하는 안 명장은 새로운 것을 창작하는 데도 열심입니다.

["이 사발은 제가 착안한 사발입니다. 깎은 형태와 접은 것, 흙을 접은 것…."]

찻잎을 만드는 것이 자연의 몫이라면 뿌리 깊은 찻잔을 빚는 건 도공의 몫.

그에게 옛 것은 새것을 위한 뿌리와 동력입니다.

[안홍관/찻사발 명장 : "뿌리는 여기인데 뿌리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 아직까지 현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누군가는 지키고 있어야 되지 않느냐..."]

옛것을 재현하고 새것을 제안하며 흙과 함께 한 48년.

그의 전통가마는 김해 차사발에 대한 자부심과 소명으로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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