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달러패권 위기’라는 골드만삭스 경고, 어디까지 믿나?

입력 2022.04.14 (10:48) 수정 2022.04.1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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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미국의 달러 패권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 서영민 기자와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짚어봅니다.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가 저물수 있다는 경고 같은데요?

[기자]

네, 사실 외환보유고도 달러이고 무역 흑자나 적자도 달러 기준으로 표시하니, 원래 국제적인 경제활동은 다 달러가 기준인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마치 숨쉬는 공기처럼 너무 당연해서 잘 와닿지 않는게 사실인데, 미국, 그리고 미국의 돈인 달러가 세계 패권의 상징이 된건 한 80년 정도 된 이야기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영원히 당연할 이야기는 아니란 거죠.

실제로 미국 전에는 영국이 패권국가였고, 또 영국 돈인 파운드가 가장 강력한 기축통화였습니다.

골드만 삭스는 영국도 어떤 특정한 상황이 되자 힘을 잃고 미국에 패권을 내주지 않았냐, 파운드가 달러로 바뀌지 않았냐, 그 통화 패권이 교체될 때와 비슷한 도전이 지금 여러 개 보인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앵커]

왜, 또 무슨 근거로 미국 달러 패권의 위기를 말하는 거죠?

[기자]

사실 달러 위기론은 골드만삭스의 단골 주젭니다.

2020년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또 쌍둥이 적자 얘기가 나올때도 그랬습니다.

이유도 많이 제시해왔죠.

'세계 경제에서 미국 비중이 줄고 있다', '쌍둥이 적자', '유로화의 등장', '금융 위기' 등 다양한데 결론은 똑같습니다.

달러 가치에 대한 국제 사회의 믿음이, 신뢰가 약해진다는 겁니다.

이번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지정학입니다.

러시아 달러에 대한 제재,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분명 러시아 소유의 돈인데도 못 쓰게 했습니다.

달러가 무기로 변한 거죠.

이걸 주요 국가들이 지켜봤습니다.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적 대량살상무기"라고 불렀습니다.

중국도 보고 있죠.

'우리도 밉보이면 러시아처럼 된다'고 생각하겠죠.

그래서 CNN은 이런 나라들이 결제나 보유 통화를 달러 말고 다른 통화로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달러 이외의 가치 저장 수단을 찾을 거란 거네요.

또 다른 이유는 뭔가요?

[기자]

골드만삭스는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고질적 대외 채무를 꼽습니다.

즉, 미국의 빚이 너무 많다.

구체적으론 대외 채무 증가 속도가 GDP 증가 속도보다 크다.

이게 1, 2차 대전을 겪으며 전쟁 빚더미에 올라앉은 영국을 떠오르게 한다는 겁니다.

당시엔 투자자들이 빚 많은 영국을 버리고 빚 없는 신흥 수출 강국 미국의 달러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럽게 패권이 교체됐습니다.

[앵커]

아, 빚이 많아서 그렇다.

저는 사우디도 떠오르는데요.

요새 미국 부탁을 잘 안 들어주더라고요?

[기자]

네, 최근 미국의 원유 증산 요청에도 반응이 미지근했죠.

국제 원유 질서를 뿌리부터 흔드는 얘기도 나옵니다.

국제 원유질서, 페트로 달러라고 말들하는 질서인데, 중동의 원유, 석유는 달러로만 결제를 한다는 원칙.

50년 된 질서이고 약속입니다.

대신 미국은 중동에 무기를 제공합니다.

또 채권도 팔면서 중동에 풀린 달러를 흡수합니다.

달러가 이 순환 구조를 따라 세계 경제라는 몸을 돌고, 그러니 세계가 다 달러를 써야하고 달러는 강한 통화가 된다, 하는 달러 패권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우디가 이걸 자꾸 건드리는 겁니다.

"사우디가 최대 고객인 중국을 위해 일부 위안화 결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계속 들리고 있습니다.

[앵커]

사우디는 왜 그러는 걸까요?

[기자]

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의 미국 견제 심리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간 페트로 달러 질서는 미국이 왕정국가 사우디를 군사·정치적으로 지원한다는 암묵적 전제가 있기에 유지 가능했는데, 미국이 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둘의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만약 이 때문에 사우디가 중국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 그래서 페트로 달러의 지위가 어떤 식으로든 도전받게 되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달러 순환 구조가 바뀔 가능성,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커질 수 밖에 없겠죠.

[앵커]

중요한 건 그런 달러 패권 붕괴 우려가 얼마나 현실적인 걸로 봐야 하죠?

[기자]

일단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체 통화 결제 위협은 사우디가 갈등 때마다 꺼내는 '단골 소재'로 새로운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 지금 통계만 보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조건이 형성된 건 아닙니다.

왜냐면 패권이 무너지려면 도전자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통계상으로 달러의 경쟁자가 안보이거든요.

위안화를 생각하는 분들 계시긴 할텐데, 아직 가능성이 없습니다.

외환보유 통화냐, 또 금융거래 통화냐 무역결제 통화냐, 대략 이 세 기준으로 가능성을 한 번 따져보면요.

우선 세계 외환보유고, 달러가 줄었다곤 해도 위안화는 늘지 않았습니다.

2% 불과하고, 달러가 쇠퇴해도 캐나다, 호주, 스위스, 또 우리 원화 같은 변방 통화가 빈자리를 채우지, 위안화가 아닙니다.

금융통화, 외화채권을 발행할 때 무슨 통화냐를 봐도, 역시 위안화는 1%대에 불과합니다.

결제통화 비율은 미국이 조금 낮긴 하지만 2%대인 위안화보다는 유로화의 영향이 큽니다.

이러니 '달러인덱스' 흐름을 봐도, 약세는 커녕 강세입니다.

100선도 넘었습니다.

다른 통화 전반에 대비한 달러의 가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 더 높아졌다, 대체불가란 거죠.

다만 IMF 수석 부총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작은 규모의 분열, 그러니까 경제 블록이 나뉘는 일은 일어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골드만삭스 분석 돌아가서, 골드만삭스 결론은 이렇습니다.

아직은 미국 하기에 달려있다, 무역 불균형과 적자, 대외채무, 또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데, 이걸 앞으로 미국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느냐, 여기에 따라 패권이 바뀔 수도 좀 더 갈 수도 있단 것이죠.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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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14 10:48:15
    • 수정2022-04-14 11: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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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미국의 달러 패권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 서영민 기자와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짚어봅니다.

달러 중심의 세계 경제가 저물수 있다는 경고 같은데요?

[기자]

네, 사실 외환보유고도 달러이고 무역 흑자나 적자도 달러 기준으로 표시하니, 원래 국제적인 경제활동은 다 달러가 기준인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마치 숨쉬는 공기처럼 너무 당연해서 잘 와닿지 않는게 사실인데, 미국, 그리고 미국의 돈인 달러가 세계 패권의 상징이 된건 한 80년 정도 된 이야기입니다.

역사적으로는 영원히 당연할 이야기는 아니란 거죠.

실제로 미국 전에는 영국이 패권국가였고, 또 영국 돈인 파운드가 가장 강력한 기축통화였습니다.

골드만 삭스는 영국도 어떤 특정한 상황이 되자 힘을 잃고 미국에 패권을 내주지 않았냐, 파운드가 달러로 바뀌지 않았냐, 그 통화 패권이 교체될 때와 비슷한 도전이 지금 여러 개 보인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앵커]

왜, 또 무슨 근거로 미국 달러 패권의 위기를 말하는 거죠?

[기자]

사실 달러 위기론은 골드만삭스의 단골 주젭니다.

2020년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또 쌍둥이 적자 얘기가 나올때도 그랬습니다.

이유도 많이 제시해왔죠.

'세계 경제에서 미국 비중이 줄고 있다', '쌍둥이 적자', '유로화의 등장', '금융 위기' 등 다양한데 결론은 똑같습니다.

달러 가치에 대한 국제 사회의 믿음이, 신뢰가 약해진다는 겁니다.

이번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됐습니다.

지정학입니다.

러시아 달러에 대한 제재,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분명 러시아 소유의 돈인데도 못 쓰게 했습니다.

달러가 무기로 변한 거죠.

이걸 주요 국가들이 지켜봤습니다.

전 인도 중앙은행 총재는 "경제적 대량살상무기"라고 불렀습니다.

중국도 보고 있죠.

'우리도 밉보이면 러시아처럼 된다'고 생각하겠죠.

그래서 CNN은 이런 나라들이 결제나 보유 통화를 달러 말고 다른 통화로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앵커]

달러 이외의 가치 저장 수단을 찾을 거란 거네요.

또 다른 이유는 뭔가요?

[기자]

골드만삭스는 근본적으로는 미국의 고질적 대외 채무를 꼽습니다.

즉, 미국의 빚이 너무 많다.

구체적으론 대외 채무 증가 속도가 GDP 증가 속도보다 크다.

이게 1, 2차 대전을 겪으며 전쟁 빚더미에 올라앉은 영국을 떠오르게 한다는 겁니다.

당시엔 투자자들이 빚 많은 영국을 버리고 빚 없는 신흥 수출 강국 미국의 달러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럽게 패권이 교체됐습니다.

[앵커]

아, 빚이 많아서 그렇다.

저는 사우디도 떠오르는데요.

요새 미국 부탁을 잘 안 들어주더라고요?

[기자]

네, 최근 미국의 원유 증산 요청에도 반응이 미지근했죠.

국제 원유 질서를 뿌리부터 흔드는 얘기도 나옵니다.

국제 원유질서, 페트로 달러라고 말들하는 질서인데, 중동의 원유, 석유는 달러로만 결제를 한다는 원칙.

50년 된 질서이고 약속입니다.

대신 미국은 중동에 무기를 제공합니다.

또 채권도 팔면서 중동에 풀린 달러를 흡수합니다.

달러가 이 순환 구조를 따라 세계 경제라는 몸을 돌고, 그러니 세계가 다 달러를 써야하고 달러는 강한 통화가 된다, 하는 달러 패권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우디가 이걸 자꾸 건드리는 겁니다.

"사우디가 최대 고객인 중국을 위해 일부 위안화 결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계속 들리고 있습니다.

[앵커]

사우디는 왜 그러는 걸까요?

[기자]

사우디 왕세자, 빈 살만의 미국 견제 심리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간 페트로 달러 질서는 미국이 왕정국가 사우디를 군사·정치적으로 지원한다는 암묵적 전제가 있기에 유지 가능했는데, 미국이 사우디의 반정부 언론인 카슈끄지의 암살 배후로 빈 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둘의 사이가 틀어졌습니다.

만약 이 때문에 사우디가 중국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 그래서 페트로 달러의 지위가 어떤 식으로든 도전받게 되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달러 순환 구조가 바뀔 가능성,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커질 수 밖에 없겠죠.

[앵커]

중요한 건 그런 달러 패권 붕괴 우려가 얼마나 현실적인 걸로 봐야 하죠?

[기자]

일단 월스트리트저널은 대체 통화 결제 위협은 사우디가 갈등 때마다 꺼내는 '단골 소재'로 새로운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또 지금 통계만 보면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조건이 형성된 건 아닙니다.

왜냐면 패권이 무너지려면 도전자가 있어야 하는데 아직은 통계상으로 달러의 경쟁자가 안보이거든요.

위안화를 생각하는 분들 계시긴 할텐데, 아직 가능성이 없습니다.

외환보유 통화냐, 또 금융거래 통화냐 무역결제 통화냐, 대략 이 세 기준으로 가능성을 한 번 따져보면요.

우선 세계 외환보유고, 달러가 줄었다곤 해도 위안화는 늘지 않았습니다.

2% 불과하고, 달러가 쇠퇴해도 캐나다, 호주, 스위스, 또 우리 원화 같은 변방 통화가 빈자리를 채우지, 위안화가 아닙니다.

금융통화, 외화채권을 발행할 때 무슨 통화냐를 봐도, 역시 위안화는 1%대에 불과합니다.

결제통화 비율은 미국이 조금 낮긴 하지만 2%대인 위안화보다는 유로화의 영향이 큽니다.

이러니 '달러인덱스' 흐름을 봐도, 약세는 커녕 강세입니다.

100선도 넘었습니다.

다른 통화 전반에 대비한 달러의 가치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에 더 높아졌다, 대체불가란 거죠.

다만 IMF 수석 부총재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작은 규모의 분열, 그러니까 경제 블록이 나뉘는 일은 일어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골드만삭스 분석 돌아가서, 골드만삭스 결론은 이렇습니다.

아직은 미국 하기에 달려있다, 무역 불균형과 적자, 대외채무, 또 그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심각한데, 이걸 앞으로 미국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느냐, 여기에 따라 패권이 바뀔 수도 좀 더 갈 수도 있단 것이죠.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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