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졌다고요? 변한 거 없어요” 일상은 거대한 벽

입력 2022.04.20 (21:30) 수정 2022.04.21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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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두들 타고 내리기 바쁜 지하철 승강장, 저 뒤로, 내리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지체장애인의 다리가 전동차와 승강장 틈에 낀 건데, 지나가던 승객이 바로 나섭니다.

화면엔 안 보이지만, 전동차 안에 있던 시민들까지... 30여 명이 10분 넘게 전동차를 밀어 이 장애인을 구조했습니다.

오늘(20일)은 42번째 장애인의 날입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이런 '좋은 이웃'인지 되묻게 됩니다.

보셨듯이 장애인들은 기본적인 '이동'조차 '생사'의 문제가 되고, 곳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어려움,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요?

윤현서 기자가 장애인과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휠체어를 탄 장애인 유진우 씨.

봄옷을 사러 나왔지만 도통 입어볼 수가 없습니다.

["혹시 피팅룸이 어디 있을까요? (피팅룸 2층이나 지하로 가셔야해요.)"]

피팅룸에 높은 턱이 있는가하면, 계단을 올라야만 피팅룸이 나오기도 합니다.

결국, 직원들 쓰는 창고 한켠에서 입어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백화점으로 가봤습니다.

피팅룸까지는 들어왔는데, 좁아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어렵네. 옷 하나 사기가 어려운거 같아."]

간만에 하는 외식도, 산 넘어 산입니다.

무인 주문대가 부쩍 늘어서입니다.

["안 닿는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팔을 쭉 뻗어도, 메뉴 버튼이 너무 높은 데 있습니다.

ATM기도 마찬가집니다.

보통 아무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는 ATM기지만, 유 씨에겐 다가가기 어려운 곳입니다.

휠체어 발판 때문에 기기에 바짝 붙을 수도 없습니다.

큰맘 먹고 외출을 해도, 건물마다 비상구에 경사로 없는 곳이 많아, '만일'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유진우/뇌병변 장애 : "비상구도 다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까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화재가 나면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중증장애인 김탄진 씨는 출근 3시간 전에 이미 외출 준비를 마칩니다.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해도, 언제 올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슬아슬하긴 하겠네, 빨리 도착을 해야지 밥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이용자가 몰리는 퇴근길엔 아예 콜택시를 포기했습니다.

대중교통 타야 하는데,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버스도...

["리프트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하철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찰구는 누군가 열어줘야 하고 닫히기 전 통과해야 하니 늘 조마조마합니다.

["죄송합니다. 실례합니다."]

우리 법은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준들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재원/한국인권진흥원 원장 : "법이 있는데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부와 이제 여러 기관들, 자치단체들이 법을 지키지 않으니까 장애인의 이동권 및 여러 가지 기본적인 권리들이 보장이 안 되는 겁니다."]

장애인 권리에 관한 국가와 지자체 책임을 명시한 장애인복지법은 1980년대에 만들어졌습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 서다은 김현민/영상편집:박은주

[앵커]

장애인과 동행 취재한 윤현서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윤기자!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조금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미처 몰랐던 부분들이 많네요.

[기자]

네, 장애인들은 새로운 시설이 생기면 무섭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무인 주문기 같은 거죠.

전기차 보급이 늘고 있지만 이 자동차와 충전기 사이, 장애인이 들어갈 틈조차 없습니다.

장례식장도 빈소의 턱이 대부분 높아서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앵커]

장애인 화장실이나 장애인 주차장은 꽤 보편화 됐잖아요?

다른 것들도, 법으로 강제하면 좀 풀리지 않을까요?

[기자]

장애인 주차장은 '과태료' 때문에 정착이 잘 된 사례지만요.

그저 법만 만들어 놨다고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편의점 경사로 문제만 해도 4년 넘는 소송 끝에야 설치하라는 판결이 났는데요.

민간 점주들이 과연 '자비'로 선뜻 만들겠냐, 하는 의문은 남아 있습니다.

서울에만 휠체어 장애인 2만 6천 명입니다.

장애인 시설을 단순히 규제로 볼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접근성을 보장하는 차원으로 봐 달라고 장애인 단체들은 말합니다.

[앵커]

규제도 규제지만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할텐데 내일(21일)부터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휠체어 시위가 재개된다고요?

[기자]

네, 인수위의 장애인 정책을 일단 지켜보겠다면서, 지난달 지하철 출퇴근 시위를 잠정 중단했는데요.

이후 나온 내용이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며, 내일 시위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아무쪼록 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윤현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박은주/영상제공: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실·서울중부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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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아졌다고요? 변한 거 없어요” 일상은 거대한 벽
    • 입력 2022-04-20 21:30:01
    • 수정2022-04-21 08:18:16
    뉴스 9
[앵커]

모두들 타고 내리기 바쁜 지하철 승강장, 저 뒤로, 내리지 못한 사람이 있습니다.

지체장애인의 다리가 전동차와 승강장 틈에 낀 건데, 지나가던 승객이 바로 나섭니다.

화면엔 안 보이지만, 전동차 안에 있던 시민들까지... 30여 명이 10분 넘게 전동차를 밀어 이 장애인을 구조했습니다.

오늘(20일)은 42번째 장애인의 날입니다.

우리가 서로에게 이런 '좋은 이웃'인지 되묻게 됩니다.

보셨듯이 장애인들은 기본적인 '이동'조차 '생사'의 문제가 되고, 곳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 어려움,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요?

윤현서 기자가 장애인과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휠체어를 탄 장애인 유진우 씨.

봄옷을 사러 나왔지만 도통 입어볼 수가 없습니다.

["혹시 피팅룸이 어디 있을까요? (피팅룸 2층이나 지하로 가셔야해요.)"]

피팅룸에 높은 턱이 있는가하면, 계단을 올라야만 피팅룸이 나오기도 합니다.

결국, 직원들 쓰는 창고 한켠에서 입어보려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백화점으로 가봤습니다.

피팅룸까지는 들어왔는데, 좁아서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어렵네. 옷 하나 사기가 어려운거 같아."]

간만에 하는 외식도, 산 넘어 산입니다.

무인 주문대가 부쩍 늘어서입니다.

["안 닿는다."]

휠체어에 앉은 채로 팔을 쭉 뻗어도, 메뉴 버튼이 너무 높은 데 있습니다.

ATM기도 마찬가집니다.

보통 아무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는 ATM기지만, 유 씨에겐 다가가기 어려운 곳입니다.

휠체어 발판 때문에 기기에 바짝 붙을 수도 없습니다.

큰맘 먹고 외출을 해도, 건물마다 비상구에 경사로 없는 곳이 많아, '만일'을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유진우/뇌병변 장애 : "비상구도 다 계단으로 이뤄져 있다 보니까 그럴 일은 없어야겠지만 화재가 나면 어떻게 이동해야 할지 막막하네요."]

중증장애인 김탄진 씨는 출근 3시간 전에 이미 외출 준비를 마칩니다.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해도, 언제 올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아슬아슬하긴 하겠네, 빨리 도착을 해야지 밥을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이용자가 몰리는 퇴근길엔 아예 콜택시를 포기했습니다.

대중교통 타야 하는데, 여간 고역이 아닙니다.

버스도...

["리프트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하철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찰구는 누군가 열어줘야 하고 닫히기 전 통과해야 하니 늘 조마조마합니다.

["죄송합니다. 실례합니다."]

우리 법은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준들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재원/한국인권진흥원 원장 : "법이 있는데 법이 지켜지지 않는 겁니다. 그러니까 정부와 이제 여러 기관들, 자치단체들이 법을 지키지 않으니까 장애인의 이동권 및 여러 가지 기본적인 권리들이 보장이 안 되는 겁니다."]

장애인 권리에 관한 국가와 지자체 책임을 명시한 장애인복지법은 1980년대에 만들어졌습니다.

KBS 뉴스 윤현서입니다.

촬영기자:유성주 서다은 김현민/영상편집:박은주

[앵커]

장애인과 동행 취재한 윤현서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윤기자!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조금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까 미처 몰랐던 부분들이 많네요.

[기자]

네, 장애인들은 새로운 시설이 생기면 무섭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무인 주문기 같은 거죠.

전기차 보급이 늘고 있지만 이 자동차와 충전기 사이, 장애인이 들어갈 틈조차 없습니다.

장례식장도 빈소의 턱이 대부분 높아서 휠체어 진입이 불가능합니다.

[앵커]

장애인 화장실이나 장애인 주차장은 꽤 보편화 됐잖아요?

다른 것들도, 법으로 강제하면 좀 풀리지 않을까요?

[기자]

장애인 주차장은 '과태료' 때문에 정착이 잘 된 사례지만요.

그저 법만 만들어 놨다고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편의점 경사로 문제만 해도 4년 넘는 소송 끝에야 설치하라는 판결이 났는데요.

민간 점주들이 과연 '자비'로 선뜻 만들겠냐, 하는 의문은 남아 있습니다.

서울에만 휠체어 장애인 2만 6천 명입니다.

장애인 시설을 단순히 규제로 볼 게 아니라, '소비자'에게 접근성을 보장하는 차원으로 봐 달라고 장애인 단체들은 말합니다.

[앵커]

규제도 규제지만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할텐데 내일(21일)부터 장애인 단체의 지하철 휠체어 시위가 재개된다고요?

[기자]

네, 인수위의 장애인 정책을 일단 지켜보겠다면서, 지난달 지하철 출퇴근 시위를 잠정 중단했는데요.

이후 나온 내용이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다며, 내일 시위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아무쪼록 차이가 차별이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윤현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박은주/영상제공: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실·서울중부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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