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남성, 30년간 축사 노역”…통장에는 9만 원뿐

입력 2022.04.28 (21:47) 수정 2022.04.2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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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0대 지적장애인이 30년 동안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노역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소 축사 옆 컨테이너에서 먹고 자며 고된 일을 했지만 이 남성 통장에 남은 돈은 9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조선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소 70여 마리를 키우는 축사 한쪽에 놓인 컨테이너, 40대 지적장애인 A 씨가 30년간 축사에서 일하며 밥을 먹고 잠을 잔 곳입니다.

발 디딜 틈 없이 집기들이 쌓여 있고 전선과 옷가지, 이불 등이 뒤엉켜 있습니다.

냉·난방 시설도 없는 데다 유통기한이 3년 지난 간편식도 발견됩니다.

[A 씨 가족 : "정리도 아무것도 안 돼 있고 먹을 것도 없고 한 3년, 4년 된, 냉장고 안에 보면 즉석식품도 있고..."]

A 씨는 10대였던 1992년, 어려운 가정 환경 탓에 진학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동트기 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사료를 운반하고, 소먹이를 주고, 분뇨를 치웠습니다.

하지만, A 씨는 명절 때 5, 60만 원을 받은 게 월급의 전부였다고 말합니다.

[A 씨/음성변조 : "통장으로는 받은 것 같은데 (실제로는) 다른 거는(돈은) 거의 못 받았어요. (농장 주인이) 그냥 알아서 하겠다 그 말만 하고..."]

또, 장애수당과 생계주거비 등 다달이 80만 원이 넘는 정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통장을 관리하는 농장주가 이를 인출했다고 가족들은 주장합니다.

가족들은 이렇게 농장주가 가로챈 지원금이 9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A 씨 가족 : "이 30만 원, 50만 원, 70만 원 이 돈(출금)은 뭐냐 그랬더니 자기가 다 써서, 쓰고 명절 때 두 번씩 자기가 70만 원이든 50만 원이든 줬다."]

30년이 지난 지금 A 씨의 통장에 남은 돈은 9만 2천 원.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체불임금을 10년간만 따져봐도 1억 6천여만 원에 이릅니다.

A 씨와 가족들은 농장주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임금 체불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습니다.

취재진은 이와 관련해 농장주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조선우입니다.

촬영기자:서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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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적장애 남성, 30년간 축사 노역”…통장에는 9만 원뿐
    • 입력 2022-04-28 21:47:33
    • 수정2022-04-28 21:5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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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40대 지적장애인이 30년 동안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노역에 시달렸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소 축사 옆 컨테이너에서 먹고 자며 고된 일을 했지만 이 남성 통장에 남은 돈은 9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조선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소 70여 마리를 키우는 축사 한쪽에 놓인 컨테이너, 40대 지적장애인 A 씨가 30년간 축사에서 일하며 밥을 먹고 잠을 잔 곳입니다.

발 디딜 틈 없이 집기들이 쌓여 있고 전선과 옷가지, 이불 등이 뒤엉켜 있습니다.

냉·난방 시설도 없는 데다 유통기한이 3년 지난 간편식도 발견됩니다.

[A 씨 가족 : "정리도 아무것도 안 돼 있고 먹을 것도 없고 한 3년, 4년 된, 냉장고 안에 보면 즉석식품도 있고..."]

A 씨는 10대였던 1992년, 어려운 가정 환경 탓에 진학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동트기 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사료를 운반하고, 소먹이를 주고, 분뇨를 치웠습니다.

하지만, A 씨는 명절 때 5, 60만 원을 받은 게 월급의 전부였다고 말합니다.

[A 씨/음성변조 : "통장으로는 받은 것 같은데 (실제로는) 다른 거는(돈은) 거의 못 받았어요. (농장 주인이) 그냥 알아서 하겠다 그 말만 하고..."]

또, 장애수당과 생계주거비 등 다달이 80만 원이 넘는 정부 지원금을 받았지만, 통장을 관리하는 농장주가 이를 인출했다고 가족들은 주장합니다.

가족들은 이렇게 농장주가 가로챈 지원금이 9천만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A 씨 가족 : "이 30만 원, 50만 원, 70만 원 이 돈(출금)은 뭐냐 그랬더니 자기가 다 써서, 쓰고 명절 때 두 번씩 자기가 70만 원이든 50만 원이든 줬다."]

30년이 지난 지금 A 씨의 통장에 남은 돈은 9만 2천 원.

최저시급을 기준으로 체불임금을 10년간만 따져봐도 1억 6천여만 원에 이릅니다.

A 씨와 가족들은 농장주를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임금 체불 진정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습니다.

취재진은 이와 관련해 농장주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KBS 뉴스 조선우입니다.

촬영기자:서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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