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센터장이 예산 들여 ‘자기 사업’…주민은 뒷전

입력 2022.05.02 (19:09) 수정 2022.07.01 (11:3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쇠퇴하는 도심을 살리기 위해 5년간 50조 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입니다.

제주에도 10여 곳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이 도시재생사업이 낡은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주민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고 있는지 실태를 짚어보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가족, 지인과 사업을 벌이며 주민은 뒷전인 건입동 도시재생사업을 임연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로 오고 가는 물자와 사람이 집중되는 제주항을 품고 있는 제주시 건입동.

하지만 지난 30년 간 주민은 30% 넘게 동네를 빠져나갔고 건물 80% 이상이 노후돼 '제주의 관문'이라는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쇠퇴 위기를 맞았습니다.

쇠퇴한 건입동을 살리기 위해 2020년부터 4년간 184억 원이 투자되는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 중이고 사업 전반을 지원하는 현장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민 2천여 가구가 사는 이곳 건입동의 도시재생사업이 내년이면 끝나는데요.

원대한 목표대로 사업이 추진됐는지 살펴봤습니다.

100년 넘게 제주 바다를 밝혀오다 최근 무인시설로 바뀐 건입동 산지 등대.

등대지기가 써오던 빈 사무실은 카페와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과 협약을 맺어 건입동 도시재생을 위해 만든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등대 공간 활용을 위한 용역에만 도시재생 사업비 5천만 원이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용역을 맡은 업체는 당시 센터장 김 모 씨와 김 씨의 여동생이 임원으로 등재된 사회적협동조합이었습니다.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을 맺고 센터장이 자신이 만든 협동조합에 '셀프 용역'을 맡긴 겁니다.

수익 사업인 카페를 포함한 산지 등대 사업 운영권도 전 센터장 김 모 씨가 현재 이사장으로 있는 임의단체가 갖고 있습니다.

전 센터장이 이끄는 단체가 도시재생 예산으로 만든 카페를 사실상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지역 주민들은 카페 운영에 도시재생 사업비가 투입된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며 분개하고 있습니다.

[강두웅/전 건입동 주민협의체장 : "리모델링 과정이라든지 이런 걸 주민들이 그렇게 줄기차게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독단적으로 개인이 이렇게 추진하니."]

카페 운영에 쓰인 지출금과 음료 판매 수입 관련 회계 증빙 기록 등 관련 자료도 없습니다.

[송종철/건입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 "저희 센터에 산지 등대 관련 자료가 없기 때문에. 관련자인 전 센터장에게 자료 제출해달라고 그렇게 했고요."]

도시재생사업은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은 활성화 구역 내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건입동 센터는 산지 등대 사업이 해당 구역을 벗어났음에도 행정기관과 협의 없이 진행했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을 결산할 때 예산 반납까지 요구받을 수 있는 중대한 절차적 문제가 발생한 건데, 사업 주무 부처인 국토부조차 KBS 취재가 시작돼서야 해당 문제를 인지했습니다.

김 모 전 센터장은 산지 등대 사업이 도시재생 사업 일환으로 추진됐지만 현재 자신이 속한 임의 단체가 운영하는 이유는 민간 투자 문제가 얽힌 수익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해당 사업이 도시재생 활성화 구역을 벗어난 것은 맞지만 관련 규정 위반 없도록 용역비를 집행했으며, 자신이 설립한 협동조합에 용역을 맡긴 이유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는 보조금법과 지방계약법 위반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전 센터장을 비롯해 일부 사업에 대한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신비오/그래픽:조하연·서경환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심층취재] 센터장이 예산 들여 ‘자기 사업’…주민은 뒷전
    • 입력 2022-05-02 19:09:14
    • 수정2022-07-01 11:32:45
    뉴스7(제주)
[앵커]

쇠퇴하는 도심을 살리기 위해 5년간 50조 원을 투입하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입니다.

제주에도 10여 곳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이 도시재생사업이 낡은 도심에 활기를 불어넣고 주민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고 있는지 실태를 짚어보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 순서로 가족, 지인과 사업을 벌이며 주민은 뒷전인 건입동 도시재생사업을 임연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제주로 오고 가는 물자와 사람이 집중되는 제주항을 품고 있는 제주시 건입동.

하지만 지난 30년 간 주민은 30% 넘게 동네를 빠져나갔고 건물 80% 이상이 노후돼 '제주의 관문'이라는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쇠퇴 위기를 맞았습니다.

쇠퇴한 건입동을 살리기 위해 2020년부터 4년간 184억 원이 투자되는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 중이고 사업 전반을 지원하는 현장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주민 2천여 가구가 사는 이곳 건입동의 도시재생사업이 내년이면 끝나는데요.

원대한 목표대로 사업이 추진됐는지 살펴봤습니다.

100년 넘게 제주 바다를 밝혀오다 최근 무인시설로 바뀐 건입동 산지 등대.

등대지기가 써오던 빈 사무실은 카페와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과 협약을 맺어 건입동 도시재생을 위해 만든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등대 공간 활용을 위한 용역에만 도시재생 사업비 5천만 원이 투입됐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용역을 맡은 업체는 당시 센터장 김 모 씨와 김 씨의 여동생이 임원으로 등재된 사회적협동조합이었습니다.

경쟁 입찰 없이 수의계약을 맺고 센터장이 자신이 만든 협동조합에 '셀프 용역'을 맡긴 겁니다.

수익 사업인 카페를 포함한 산지 등대 사업 운영권도 전 센터장 김 모 씨가 현재 이사장으로 있는 임의단체가 갖고 있습니다.

전 센터장이 이끄는 단체가 도시재생 예산으로 만든 카페를 사실상 운영하고 있는 겁니다.

지역 주민들은 카페 운영에 도시재생 사업비가 투입된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며 분개하고 있습니다.

[강두웅/전 건입동 주민협의체장 : "리모델링 과정이라든지 이런 걸 주민들이 그렇게 줄기차게 요구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독단적으로 개인이 이렇게 추진하니."]

카페 운영에 쓰인 지출금과 음료 판매 수입 관련 회계 증빙 기록 등 관련 자료도 없습니다.

[송종철/건입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 "저희 센터에 산지 등대 관련 자료가 없기 때문에. 관련자인 전 센터장에게 자료 제출해달라고 그렇게 했고요."]

도시재생사업은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은 활성화 구역 내에서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건입동 센터는 산지 등대 사업이 해당 구역을 벗어났음에도 행정기관과 협의 없이 진행했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을 결산할 때 예산 반납까지 요구받을 수 있는 중대한 절차적 문제가 발생한 건데, 사업 주무 부처인 국토부조차 KBS 취재가 시작돼서야 해당 문제를 인지했습니다.

김 모 전 센터장은 산지 등대 사업이 도시재생 사업 일환으로 추진됐지만 현재 자신이 속한 임의 단체가 운영하는 이유는 민간 투자 문제가 얽힌 수익 사업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해당 사업이 도시재생 활성화 구역을 벗어난 것은 맞지만 관련 규정 위반 없도록 용역비를 집행했으며, 자신이 설립한 협동조합에 용역을 맡긴 이유는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제주시는 보조금법과 지방계약법 위반 여부를 가려내기 위해 전 센터장을 비롯해 일부 사업에 대한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임연희입니다.

촬영기자:신비오/그래픽:조하연·서경환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제주-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