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기획K] 공중보건의사 부족 사태…“공공의료 제도 개선해야”

입력 2022.05.04 (19:48) 수정 2022.05.0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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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정부는 1980년부터 농·어촌의 의료 사각지대 해결을 위해, 의대생이 군대 대신 의료 취약지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도입해 왔는데요.

하지만 매년 공보의 수가 줄어들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보도기획K에서는 공보의 부족에 따른 의료 공백의 실태와 원인, 대책을 정진규, 송국회 기자가 연속 보도합니다.

[리포트]

진천군에 하나뿐인 종합병원입니다.

최근 이 병원 응급실에선 긴급 환자 수술을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 달 뒤, 병원에서 유일한 마취과 전문의인 공보의가 보건지소로 전출되기 때문입니다.

[김양식/중앙제일병원 본부장 : "저희가 환자를 받을 수 없죠. 수술이 가능한 청주권으로 이송해야죠. 수도권보다도 30% 이상 보수를 더 책정해서 (마취 전문의) 구인을 해도 거의 1년 가까이 구인을 못 하고 있는 상태예요."]

영동군의 유일한 응급실은 운영 중단 위기를 맞았습니다.

최근 1년 새 응급실에 배치된 공보의 2명이 모두 보건지소로 전출됐습니다.

응급실에 남은 의사는 2명뿐이어서 24시간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김종근/영동병원 행정원장 : "부득이하게 한 달에 11일, 12일 정도는 응급실을 운영을 못 하는 상황이 돼버릴 수도..."]

보건소 등에 배치할 공보의가 부족해지자,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기관까지 공보의 배치를 제외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처럼 응급의료기관 등에서 빠진 공보의 대부분이 보건소와 보건지소로 배치됐지만, 이들 기관의 사정도 녹록지 않습니다.

주민 4천여 명이 거주하는 진천군의 문백면.

병·의원이 한 곳도 없는 곳으로 보건지소마저 의과 공보의가 없어 정상 운영을 못 하고 있습니다.

[김을순/진천군 문백면/82세 : "보건지소에 잠깐 왔다 가도 되는데 (정상 운영을 안 하니까) 버스 타러 기다렸다 타고 갔다, 또 기다렸다 타고 와야 하고 그러니까, 1시간 넘게 걸리죠."]

다른 지역 보건지소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1명뿐인 공보의가 보건소 근무까지 하면서 보건지소가 정상 운영되는 건 한 달에 나흘뿐입니다.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가 (공보의) 인력을 달라고 하더라도 자원이 없으면 저희한테 배치가 안 되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죠."]

민간 병원은 물론 보건지소와 보건소까지 확대되고 있는 공보의 부족 사태.

지역 의료 공백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 공중보건의사 부족 ‘가속화’…“공공의료제도 개선해야”

올해, 충북대 의대 신입생 재적 인원 가운데 여학생 비율은 32%인데요.

10년 전인 2012년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늘었습니다.

전국 40여 곳의 의대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0년, 전국 의대 여학생 비율은 14%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이 두 배가 넘는 35%까지 늘어났습니다.

공보의로 복무할 남학생 비중이 줄면서 공보의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반 사병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된 것도 공보의 부족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공보의 복무기간은 사병보다 2배가량 긴 36개월.

의대생들은 공보의 지원을 꺼리고 있습니다.

[의대생/음성변조 : "(기간이 줄어서 (사병으로) 많이 가지 않아요? 현역?) 네. 가기는 가요."]

이 같은 원인은 결국 공보의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4천 명이 넘던 전국 공보의 수는, 올해 3천여 명으로 10년 만에 15% 이상 줄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농·어촌의 열악한 의료 서비스를 공보의가 책임지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분석합니다.

공보의 재배치에 앞서, 공보의 인력을 확충할 제도 개선과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종구/서울대 의대 교수 : "장학의사를 활성화 시키는 정책하고, 두 번째는 거기(의료 취약지)에 배치할 사람을, 의과 대학을 설립해서 적어도 10년 정도는 근무하게 하고..."]

또, 공보의 제도 이외에 농촌의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공공의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송국회입니다.

촬영기자:강사완·김성은/그래픽:오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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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도기획K] 공중보건의사 부족 사태…“공공의료 제도 개선해야”
    • 입력 2022-05-04 19:48:03
    • 수정2022-05-04 20:53:24
    뉴스7(청주)
[앵커]

정부는 1980년부터 농·어촌의 의료 사각지대 해결을 위해, 의대생이 군대 대신 의료 취약지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 제도를 도입해 왔는데요.

하지만 매년 공보의 수가 줄어들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 보도기획K에서는 공보의 부족에 따른 의료 공백의 실태와 원인, 대책을 정진규, 송국회 기자가 연속 보도합니다.

[리포트]

진천군에 하나뿐인 종합병원입니다.

최근 이 병원 응급실에선 긴급 환자 수술을 중단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 달 뒤, 병원에서 유일한 마취과 전문의인 공보의가 보건지소로 전출되기 때문입니다.

[김양식/중앙제일병원 본부장 : "저희가 환자를 받을 수 없죠. 수술이 가능한 청주권으로 이송해야죠. 수도권보다도 30% 이상 보수를 더 책정해서 (마취 전문의) 구인을 해도 거의 1년 가까이 구인을 못 하고 있는 상태예요."]

영동군의 유일한 응급실은 운영 중단 위기를 맞았습니다.

최근 1년 새 응급실에 배치된 공보의 2명이 모두 보건지소로 전출됐습니다.

응급실에 남은 의사는 2명뿐이어서 24시간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합니다.

[김종근/영동병원 행정원장 : "부득이하게 한 달에 11일, 12일 정도는 응급실을 운영을 못 하는 상황이 돼버릴 수도..."]

보건소 등에 배치할 공보의가 부족해지자, 보건복지부가 응급의료기관까지 공보의 배치를 제외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이처럼 응급의료기관 등에서 빠진 공보의 대부분이 보건소와 보건지소로 배치됐지만, 이들 기관의 사정도 녹록지 않습니다.

주민 4천여 명이 거주하는 진천군의 문백면.

병·의원이 한 곳도 없는 곳으로 보건지소마저 의과 공보의가 없어 정상 운영을 못 하고 있습니다.

[김을순/진천군 문백면/82세 : "보건지소에 잠깐 왔다 가도 되는데 (정상 운영을 안 하니까) 버스 타러 기다렸다 타고 갔다, 또 기다렸다 타고 와야 하고 그러니까, 1시간 넘게 걸리죠."]

다른 지역 보건지소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1명뿐인 공보의가 보건소 근무까지 하면서 보건지소가 정상 운영되는 건 한 달에 나흘뿐입니다.

[○○보건소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가 (공보의) 인력을 달라고 하더라도 자원이 없으면 저희한테 배치가 안 되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많죠."]

민간 병원은 물론 보건지소와 보건소까지 확대되고 있는 공보의 부족 사태.

지역 의료 공백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KBS 뉴스 정진규입니다.

▼ 공중보건의사 부족 ‘가속화’…“공공의료제도 개선해야”

올해, 충북대 의대 신입생 재적 인원 가운데 여학생 비율은 32%인데요.

10년 전인 2012년보다 10% 포인트 가까이 늘었습니다.

전국 40여 곳의 의대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중보건의사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0년, 전국 의대 여학생 비율은 14%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이 두 배가 넘는 35%까지 늘어났습니다.

공보의로 복무할 남학생 비중이 줄면서 공보의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일반 사병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된 것도 공보의 부족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공보의 복무기간은 사병보다 2배가량 긴 36개월.

의대생들은 공보의 지원을 꺼리고 있습니다.

[의대생/음성변조 : "(기간이 줄어서 (사병으로) 많이 가지 않아요? 현역?) 네. 가기는 가요."]

이 같은 원인은 결국 공보의 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2년 4천 명이 넘던 전국 공보의 수는, 올해 3천여 명으로 10년 만에 15% 이상 줄었습니다.

의료계에서는 농·어촌의 열악한 의료 서비스를 공보의가 책임지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졌다고 분석합니다.

공보의 재배치에 앞서, 공보의 인력을 확충할 제도 개선과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이종구/서울대 의대 교수 : "장학의사를 활성화 시키는 정책하고, 두 번째는 거기(의료 취약지)에 배치할 사람을, 의과 대학을 설립해서 적어도 10년 정도는 근무하게 하고..."]

또, 공보의 제도 이외에 농촌의 의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공공의료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송국회입니다.

촬영기자:강사완·김성은/그래픽:오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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