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죽어가는 바다”…제주 해양 쓰레기 연간 2만 톤

입력 2022.05.11 (13:06) 수정 2022.05.1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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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다 식목일'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숲에 나무를 심는 것처럼 바다에도 해조류를 심어서 오염된 해양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날인데요.

한번 버려진 해양 투기물은 수거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 여름, 해변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쨍쨍 내려쬐는 햇볕에 선글라스 쓰는 계절,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요즘은 낚시하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거리두기가 사라져 해수욕장도 곧 북적일텐데요.

신나게 노는 것까진 좋았는데, 뒷정리를 제대로 안 하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깨진 술병에 플라스틱 음료수병, 먹다 남은 음식물까지, 각종 쓰레기가 해변에 방치된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떠밀려온 낚시 어구들도 많이 발견됩니다.

바닷 속은 어떨까요?

다이버들이 줄지어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해조류 사이로 형형색색의 산호 대신 커다란 타이어가 눈에 띕니다.

언제 버려졌는지 모를 정도로 삭아 문드러졌는데요.

잿빛 부유물이 떠다니고, 쓰다 버린 낚시 도구에 생활 쓰레기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낚시에 걸려 꼼짝달싹 못 하던 물고기는 다이버가 구해주자 돌 틈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박정은/스쿠버다이버 : "낚시찌가 엉켜서 많이 붙어 있고요. 캔 맥주나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이 제일 많았어요."]

사람들이 바다에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에 끔찍한 고통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2015년, 태평양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코에 12센티미터 길이의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있는데요.

눈물을 흘리며 숨을 가쁘게 쉬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심한 변비에 걸렸던 바다거북도 있었습니다.

해파리인 줄 알고 비닐을 먹었다가 봉변을 당한 건데요.

해양생물들은 플라스틱 이물질을 먹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일상에서 바다를 보호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요.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다는 '플로깅'.

해변을 빗질하듯이 쓰레기를 주워모은다는 '비치코밍'처럼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기며 자발적인 정화 활동을 하는 겁니다.

바닷가에 나온 해녀들, 이날은 해산물 잡기 대신 방파제 사이 버려진 그물과 폐어구 등을 걷었습니다.

다이버와 해녀 등 80여 명이 수중 정화 활동에 나섰는데요.

2시간 만에 걷어 올린 해양쓰레기가 큰 자루로 수십 개에 이릅니다.

[이태훈/제주도 수중·핀수중협회 회장 : "저희 자손들한테까지는 해양쓰레기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저희 같은 경우는 매년 2회 정도 상반기 하반기 수중정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수거 양을 보면요.

재작년 13만 8천여 톤으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지난해 제주에서만 연안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가 2만 톤이 넘습니다.

하지만 버려지는 쓰레기가 워낙 많아 해양 오염은 계속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하얀 암반만 남은 바닷 속.

환경 훼손으로 '바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연안의 34%가 이런 실정입니다.

정부는 바닷 속에 인공적으로 해조류를 심는 '바다 숲' 조성 사업을 10년 넘게 벌여왔습니다.

지금까지 조성된 면적, 축구장 3만 4천 개 규모입니다.

매년 투입되는 예산이 3백억 원이 넘지만 아직까지는 큰 효과를 거뒀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올 여름 피서 인파로 급증할 쓰레기 투기를 감시하기 위해, 정부는 안전신문고 앱에 해양쓰레기 신고 메뉴를 신설했습니다.

모든 해변을 감시하기 어렵다보니, 시민들의 눈을 빌린다는 겁니다.

환경단체들은 쓰레기가 바다에 유입되지 않도록 '치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버리지 않는' 노력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산을 위한 식목일만 있는 게 아닙니다.

바다 식목일도 어느새 10주년을 맞았는데요.

무분별한 해양 오염으로 사막화가 빨라지지 않도록 지역별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환경단체들은 촉구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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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1 13:06:13
    • 수정2022-05-11 1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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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다 식목일'이라고 들어보셨는지요?

숲에 나무를 심는 것처럼 바다에도 해조류를 심어서 오염된 해양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날인데요.

한번 버려진 해양 투기물은 수거하기 어려운 만큼 이번 여름, 해변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쨍쨍 내려쬐는 햇볕에 선글라스 쓰는 계절, 여름이 다가왔습니다.

요즘은 낚시하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거리두기가 사라져 해수욕장도 곧 북적일텐데요.

신나게 노는 것까진 좋았는데, 뒷정리를 제대로 안 하는 사람들이 문제입니다.

깨진 술병에 플라스틱 음료수병, 먹다 남은 음식물까지, 각종 쓰레기가 해변에 방치된 걸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떠밀려온 낚시 어구들도 많이 발견됩니다.

바닷 속은 어떨까요?

다이버들이 줄지어 물 속으로 들어갑니다.

해조류 사이로 형형색색의 산호 대신 커다란 타이어가 눈에 띕니다.

언제 버려졌는지 모를 정도로 삭아 문드러졌는데요.

잿빛 부유물이 떠다니고, 쓰다 버린 낚시 도구에 생활 쓰레기도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낚시에 걸려 꼼짝달싹 못 하던 물고기는 다이버가 구해주자 돌 틈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박정은/스쿠버다이버 : "낚시찌가 엉켜서 많이 붙어 있고요. 캔 맥주나 플라스틱이나 일회용품이 제일 많았어요."]

사람들이 바다에 무심코 버린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에 끔찍한 고통을 가져다 주고 있습니다.

2015년, 태평양 코스타리카 연안에서 발견된 바다거북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코에 12센티미터 길이의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있는데요.

눈물을 흘리며 숨을 가쁘게 쉬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심한 변비에 걸렸던 바다거북도 있었습니다.

해파리인 줄 알고 비닐을 먹었다가 봉변을 당한 건데요.

해양생물들은 플라스틱 이물질을 먹이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일상에서 바다를 보호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요.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다는 '플로깅'.

해변을 빗질하듯이 쓰레기를 주워모은다는 '비치코밍'처럼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기며 자발적인 정화 활동을 하는 겁니다.

바닷가에 나온 해녀들, 이날은 해산물 잡기 대신 방파제 사이 버려진 그물과 폐어구 등을 걷었습니다.

다이버와 해녀 등 80여 명이 수중 정화 활동에 나섰는데요.

2시간 만에 걷어 올린 해양쓰레기가 큰 자루로 수십 개에 이릅니다.

[이태훈/제주도 수중·핀수중협회 회장 : "저희 자손들한테까지는 해양쓰레기를 남기고 싶지 않아서 저희 같은 경우는 매년 2회 정도 상반기 하반기 수중정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양쓰레기 수거 양을 보면요.

재작년 13만 8천여 톤으로 5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지난해 제주에서만 연안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가 2만 톤이 넘습니다.

하지만 버려지는 쓰레기가 워낙 많아 해양 오염은 계속 심각해지고 있는데요.

하얀 암반만 남은 바닷 속.

환경 훼손으로 '바다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연안의 34%가 이런 실정입니다.

정부는 바닷 속에 인공적으로 해조류를 심는 '바다 숲' 조성 사업을 10년 넘게 벌여왔습니다.

지금까지 조성된 면적, 축구장 3만 4천 개 규모입니다.

매년 투입되는 예산이 3백억 원이 넘지만 아직까지는 큰 효과를 거뒀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올 여름 피서 인파로 급증할 쓰레기 투기를 감시하기 위해, 정부는 안전신문고 앱에 해양쓰레기 신고 메뉴를 신설했습니다.

모든 해변을 감시하기 어렵다보니, 시민들의 눈을 빌린다는 겁니다.

환경단체들은 쓰레기가 바다에 유입되지 않도록 '치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버리지 않는' 노력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산을 위한 식목일만 있는 게 아닙니다.

바다 식목일도 어느새 10주년을 맞았는데요.

무분별한 해양 오염으로 사막화가 빨라지지 않도록 지역별 원인 규명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환경단체들은 촉구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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