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총살’한 주한미군…“규정 따른 것”

입력 2022.05.24 (12:51) 수정 2022.05.24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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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하는 사건, 종종 일어나죠.

이번에는 미군 부대 안에서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군인들이 총으로 쏴서 고양이 십여 마리를 죽였는데, 미군은,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최혜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잔뜩 웅크린 채 갇혀 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도 철창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또다른 사진, 고양이 옆에 한 군인이 공기총을 들고 서 있고,

그 장면 직후의 영상에선 머리에 피를 흘리는 고양이가 몸을 떨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총살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촬영됐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유해동물처리반이 (포획한) 고양이를 총살했습니다. 고양이가 아프거나 부상을 입었거나 나이가 많거나, 수유 중인 것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오산 기지는 지난해 초부터 길고양이를 포획했습니다.

비행기 이착륙 안전과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였는데, 처음엔, 안락사 시켰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2021년 4월부터 유해동물 처리반이 고양이를 기지 내 동물병원에 데려갔고, 동물병원에서 고양이를 안락사시켰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총기를 쓰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안락사 약물이 비싸고, 수의사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후 12월까지 오산 기지에서만 10마리 넘는 고양이가 총살됐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여러 사람이 오산의 감사관에 민원을 제기했고, 감사관은 법령이나 규정이 어긴 게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오산기지 측은 규정대로 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유해동물 처리지침'을 보면, 약물이 없거나 수의사가 없어 안락사가 불가능할 때, 혹은 공격성이 강한 경우 등에만 총살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한미주둔군협정도 공무수행 중, 또는 미국의 재산과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가 아니면 한국 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어, '국내'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습니다.

[정부윤/비글구조네트워크 운영국장 : "국내법상으로 이제 안락사 방법 중에 총살, 총으로 사살하는 행위가 포함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까 이거는 동물보호법상으로 명백하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고요."]

오산기지 측은 올해부터는 총살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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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고양이 ‘총살’한 주한미군…“규정 따른 것”
    • 입력 2022-05-24 12:51:04
    • 수정2022-05-24 12:54:45
    뉴스 12
[앵커]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학대하는 사건, 종종 일어나죠.

이번에는 미군 부대 안에서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군인들이 총으로 쏴서 고양이 십여 마리를 죽였는데, 미군은, 규정대로 했을 뿐이라는 입장입니다.

어찌된 일인지, 최혜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잔뜩 웅크린 채 갇혀 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도 철창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또다른 사진, 고양이 옆에 한 군인이 공기총을 들고 서 있고,

그 장면 직후의 영상에선 머리에 피를 흘리는 고양이가 몸을 떨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총살한 것으로, 지난해 12월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촬영됐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유해동물처리반이 (포획한) 고양이를 총살했습니다. 고양이가 아프거나 부상을 입었거나 나이가 많거나, 수유 중인 것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오산 기지는 지난해 초부터 길고양이를 포획했습니다.

비행기 이착륙 안전과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였는데, 처음엔, 안락사 시켰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2021년 4월부터 유해동물 처리반이 고양이를 기지 내 동물병원에 데려갔고, 동물병원에서 고양이를 안락사시켰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7월, 총기를 쓰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안락사 약물이 비싸고, 수의사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는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후 12월까지 오산 기지에서만 10마리 넘는 고양이가 총살됐습니다.

[제보자/음성변조 : "여러 사람이 오산의 감사관에 민원을 제기했고, 감사관은 법령이나 규정이 어긴 게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오산기지 측은 규정대로 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주한미군의 '유해동물 처리지침'을 보면, 약물이 없거나 수의사가 없어 안락사가 불가능할 때, 혹은 공격성이 강한 경우 등에만 총살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한미주둔군협정도 공무수행 중, 또는 미국의 재산과 안전을 위협하는 경우가 아니면 한국 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어, '국내' 동물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습니다.

[정부윤/비글구조네트워크 운영국장 : "국내법상으로 이제 안락사 방법 중에 총살, 총으로 사살하는 행위가 포함이 되어 있지 않다 보니까 이거는 동물보호법상으로 명백하게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고요."]

오산기지 측은 올해부터는 총살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최혜림입니다.

촬영기자:조원준/영상편집:김형기/그래픽:최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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