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가격을 못 올리니 용량을 줄이자”…‘슈링크플레이션’ 꼼수까지?

입력 2022.06.13 (18:01) 수정 2022.06.1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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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시원한 수박이 당기는 계절 여름,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수박은 먹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대신 수박 맛 아이스크림 들고 왔습니다ㅠㅠ."

인플레이션은 지금 우리에게, 아니 전 세계에 닥친 '복병'입니다.

지난 주 미국 소비자물가가 40여 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했다는 소식에, 당장 주식 시장이 오늘 크게 흔들렸습니다.

코스피는 3.5% 넘게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흔들리는 건 투자자들만이 아닙니다.

기업들도 고민이 깊습니다.

재료값이 올라서 제품 가격을 올리고 싶은데, 그러자니 구매 심리가 움츠러들까봐 걱정입니다.

이렇다 보니 다소 '요상한' 판매 전략이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을 합친 단어인데요.

상품값은 그대로 두고, 그 대신 용량이나 수량을 줄여서 이윤을 기존대로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미국의 화장지 제조업체인 클리넥스가 생산한 뽑아쓰는 이 티슈 한 상자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65장의 티슈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60장으로 줄었습니다.

영국의 네슬레는 네스카페 아메리카노 커피 캡슐 용량을 100g에서 90g으로 줄였습니다.

이런 슈링크플레이션을 요즈음 세계 각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진즉 익숙한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질소 과자'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부풀 대로 부푼 봉지를 뜯었는데 내용물이 손바닥 만큼일 때, 소비자가 분통을 터트리며 내뱉는 말입니다.

이 질소 과자가 국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건 외환위기 때부터입니다.

안 오른 것이 없던 그때, 과자업계는 과자 대신 질소를 넣어 부피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원가를 낮춰 가격을 지켰습니다.

과자의 양은 줄었지만 같은 값에 팔았기 때문에 판매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질소 과자'는 과자업계가 불황에 살아남는 '비상 매뉴얼'로 자리잡았습니다.

2014년 업계의 이런 상술에 불만을 품은 대학생 2명이 항의 시위에 나섰습니다.

한강 위를 노젓는 학생들, 뭘 타고 가나 보니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질소 과자'를 엮어서 만든 이름하여 '질소 과자 뗏목'이었습니다.

이 뗏목은 30분 만에 800m 떨어진 한강 맞은편에 안전히 도달했는데요.

127g짜리 봉지 과자 160개가 몸무게 70kg의 성인 두 명을 가뿐히 띄운 셈입니다.

그 정도로 기체가 빵빵했다는 건데, 고물가 속 업계의 꼼수 판매를 비판하려는 의도였습니다.

‘포장은 침묵의 판매원이다'란 말이 있죠.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선, 포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나타낸 말인데요.

고물가 시대, '꼼수의 판매원'이란 말이 더 맞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기업도 소비자들도 힘겨운 고물가 시대 웃지 못할 풍경들이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ET 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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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3 18:01:31
    • 수정2022-06-13 18:10:45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시원한 수박이 당기는 계절 여름,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이런 글이 올라왔습니다.

"수박은 먹고 싶은데 너무 비싸서 대신 수박 맛 아이스크림 들고 왔습니다ㅠㅠ."

인플레이션은 지금 우리에게, 아니 전 세계에 닥친 '복병'입니다.

지난 주 미국 소비자물가가 40여 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했다는 소식에, 당장 주식 시장이 오늘 크게 흔들렸습니다.

코스피는 3.5% 넘게 급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찍었습니다.

흔들리는 건 투자자들만이 아닙니다.

기업들도 고민이 깊습니다.

재료값이 올라서 제품 가격을 올리고 싶은데, 그러자니 구매 심리가 움츠러들까봐 걱정입니다.

이렇다 보니 다소 '요상한' 판매 전략이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을 합친 단어인데요.

상품값은 그대로 두고, 그 대신 용량이나 수량을 줄여서 이윤을 기존대로 유지하는 전략입니다.

미국의 화장지 제조업체인 클리넥스가 생산한 뽑아쓰는 이 티슈 한 상자엔 한 달 전까지만 해도 65장의 티슈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60장으로 줄었습니다.

영국의 네슬레는 네스카페 아메리카노 커피 캡슐 용량을 100g에서 90g으로 줄였습니다.

이런 슈링크플레이션을 요즈음 세계 각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진즉 익숙한 풍경일지도 모릅니다.

'질소 과자'라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부풀 대로 부푼 봉지를 뜯었는데 내용물이 손바닥 만큼일 때, 소비자가 분통을 터트리며 내뱉는 말입니다.

이 질소 과자가 국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건 외환위기 때부터입니다.

안 오른 것이 없던 그때, 과자업계는 과자 대신 질소를 넣어 부피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원가를 낮춰 가격을 지켰습니다.

과자의 양은 줄었지만 같은 값에 팔았기 때문에 판매에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질소 과자'는 과자업계가 불황에 살아남는 '비상 매뉴얼'로 자리잡았습니다.

2014년 업계의 이런 상술에 불만을 품은 대학생 2명이 항의 시위에 나섰습니다.

한강 위를 노젓는 학생들, 뭘 타고 가나 보니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질소 과자'를 엮어서 만든 이름하여 '질소 과자 뗏목'이었습니다.

이 뗏목은 30분 만에 800m 떨어진 한강 맞은편에 안전히 도달했는데요.

127g짜리 봉지 과자 160개가 몸무게 70kg의 성인 두 명을 가뿐히 띄운 셈입니다.

그 정도로 기체가 빵빵했다는 건데, 고물가 속 업계의 꼼수 판매를 비판하려는 의도였습니다.

‘포장은 침묵의 판매원이다'란 말이 있죠.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선, 포장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걸 나타낸 말인데요.

고물가 시대, '꼼수의 판매원'이란 말이 더 맞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기업도 소비자들도 힘겨운 고물가 시대 웃지 못할 풍경들이 여기저기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ET 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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