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양말 차림으로 슈퍼 온 80대…노인에 대한 ‘경제적’ 학대

입력 2022.06.15 (18:01) 수정 2022.06.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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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지난 1월 서울의 한 슈퍼마켓에 할머니가 들어옵니다.

당시 기온은 영하 5도, 강추위 속에 외투도 신발도 없이 양말만 신었습니다.

할머니가 황급히 집을 뛰쳐 나오게 된 이유는 술에 취한 50대 아들의 폭력 때문이었습니다.

[허태순/슈퍼마켓 사장 : "내가 (아들과) 같이 잘 수가 없다고 무서워하셔가지고. 그냥 말씀하신 게 아니고 부들부들 떨면서 이야기를 하셨어요."]

고령화 시대, 믿지 못할 소식들이 종종 확인됩니다.

40대 아들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낙동강 하구 을숙도 광장에 내다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마를 대로 말라 몸무게가 38㎏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100여만 원의 벌이로는 어머니의 치료비를 대기가 벅찼던 아들은, 어머니의 치매 증세가 악화되자 이같은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병든 부모를 요양원에 모셔 놓고 연락을 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부모 자식 관계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학대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부모가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는 '정서적' 학대는 물론, 부모의 지갑을 노린 '경제적' 학대도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이 '경제적' 학대에는 부모의 연금이나 임대소득을 부모의 허락 없이 무단 사용하거나, 동의 절차 없이 부모 명의 재산을 처분하고 유언장을 허위 작성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가해자는 아들, 딸, 배우자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어느 70대 할머니는 노인보호전문기관 심리상담에서 이렇게 감정을 토로했습니다.

평생 일궈온 재산을 한순간에 빼앗긴 분노.

그것도 남이 아니라, 아들에게 빼앗겨 차마 고소할조차도 없는 심적 괴로움.

거기다 어긋난 아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아들을 이렇게 키운 게 결국은 자신이라는 죄책감’이라고.

이 할머니의 아들은 수시로 어머니의 통장에서 돈을 빼내 쓴것도 모자라 어머니 명의의 집을 자신 명의로 바꾼 후 잠적했다고 합니다.

이 CCTV 화면 잠시 보실까요.

경남 통영의 한 도로입니다.

주차된 빨간색 승용차에 무언가를 놓고 가는 한 노인.

경찰 조사 결과 마을에 혼자 살며 치매를 앓고 있는 86살의 할머니였습니다.

치매에 걸렸어도 아들의 차 색깔만은 명확히 기억하고 있던 이 할머니는, 집 주변에 빨간 차가 주차될 때마다 아들 차로 착각해 용돈이며 군것질거리를 놓고 갔다고 합니다.

차량 손잡이에는 꼬깃꼬깃 접은 지폐와 겹겹이 싼 과자, 떡, 때로는 아들이 좋아하는 족발이 걸려 있었습니다.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학대 예방의 날'.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옛말이 새삼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지금까지 ET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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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양말 차림으로 슈퍼 온 80대…노인에 대한 ‘경제적’ 학대
    • 입력 2022-06-15 18:01:38
    • 수정2022-06-15 18:15:27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지난 1월 서울의 한 슈퍼마켓에 할머니가 들어옵니다.

당시 기온은 영하 5도, 강추위 속에 외투도 신발도 없이 양말만 신었습니다.

할머니가 황급히 집을 뛰쳐 나오게 된 이유는 술에 취한 50대 아들의 폭력 때문이었습니다.

[허태순/슈퍼마켓 사장 : "내가 (아들과) 같이 잘 수가 없다고 무서워하셔가지고. 그냥 말씀하신 게 아니고 부들부들 떨면서 이야기를 하셨어요."]

고령화 시대, 믿지 못할 소식들이 종종 확인됩니다.

40대 아들이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낙동강 하구 을숙도 광장에 내다버린 일도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마를 대로 말라 몸무게가 38㎏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100여만 원의 벌이로는 어머니의 치료비를 대기가 벅찼던 아들은, 어머니의 치매 증세가 악화되자 이같은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병든 부모를 요양원에 모셔 놓고 연락을 끊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부모 자식 관계를 포기한다는 각서를 쓰게 했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학대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부모가 물어봐도 대답하지 않는 '정서적' 학대는 물론, 부모의 지갑을 노린 '경제적' 학대도 갈수록 늘고 있습니다.

이 '경제적' 학대에는 부모의 연금이나 임대소득을 부모의 허락 없이 무단 사용하거나, 동의 절차 없이 부모 명의 재산을 처분하고 유언장을 허위 작성하는 경우 등이 있습니다.

가해자는 아들, 딸, 배우자 순으로 나타났는데요,

어느 70대 할머니는 노인보호전문기관 심리상담에서 이렇게 감정을 토로했습니다.

평생 일궈온 재산을 한순간에 빼앗긴 분노.

그것도 남이 아니라, 아들에게 빼앗겨 차마 고소할조차도 없는 심적 괴로움.

거기다 어긋난 아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아들을 이렇게 키운 게 결국은 자신이라는 죄책감’이라고.

이 할머니의 아들은 수시로 어머니의 통장에서 돈을 빼내 쓴것도 모자라 어머니 명의의 집을 자신 명의로 바꾼 후 잠적했다고 합니다.

이 CCTV 화면 잠시 보실까요.

경남 통영의 한 도로입니다.

주차된 빨간색 승용차에 무언가를 놓고 가는 한 노인.

경찰 조사 결과 마을에 혼자 살며 치매를 앓고 있는 86살의 할머니였습니다.

치매에 걸렸어도 아들의 차 색깔만은 명확히 기억하고 있던 이 할머니는, 집 주변에 빨간 차가 주차될 때마다 아들 차로 착각해 용돈이며 군것질거리를 놓고 갔다고 합니다.

차량 손잡이에는 꼬깃꼬깃 접은 지폐와 겹겹이 싼 과자, 떡, 때로는 아들이 좋아하는 족발이 걸려 있었습니다.

오늘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학대 예방의 날'.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옛말이 새삼 실감나는 요즘입니다.

지금까지 ET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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