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언비어와 투쟁”…북한, 봉쇄로 드러난 부패

입력 2022.06.15 (21:40) 수정 2022.06.1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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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코로나19 초기 어떻게 대응했는지 보여주는 내부 문건 보도 이어갑니다.

코로나와 관련해 주민들 사이에 돌던 소문을 모두 유언비어로 치부하고, 핵심 권력기관들을 총동원해 통제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관리들의 부패 문제도 방역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에 송영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2020년 3월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군중들 속에서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며 대책 보고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신의주와 무산군, 판문점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방역 기간이 길어져 학생들의 방학이 연장될 거다, 국경이 봉쇄된 후 상품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등의 소문을 거론하며 이를 모두 유언비어로 단정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2020년도 방학은 봄과 가을 모두 한두 달씩 연장됐고, 곡물과 연료 가격 역시 상승했다는 외부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코로나 청정국이라는 당국의 발표와 배치되는 소문들이 나돌자 정보 통제도 한층 강화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의사 출신 탈북민 :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과장된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거예요.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대신에 유언비어로 낙인찍고 아예 유포를 못 시키게 했으니까 이게 참 국가로서는 할 일이 아닌 거죠."]

또 다른 권력기관인 선전선동부는 유언비어 유포를 이적 행위로, 유언비어와의 투쟁을 당과 국가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정치 투쟁으로 규정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공포심으로 인해서 실제 체제 지도부를 믿지 않게 되고 또 방역조치를 따르지 않게 되고 리더십과 관련된 중대 문제로 이걸 판단하고 접근했다라고 봐야겠죠."]

하지만, 경찰기관인 국가보위성의 보고서는 기강을 잡아야 할 일선 현장에 부패가 만연했음을 보여줍니다.

방역 규정을 어긴 주민들에게 돈을 받고 무마해줬거나, 담배와 휘발유 등을 뇌물로 받은 단속원들을 공개 체포해 구금한 사례를 본보기로 제시합니다.

[인민보안원 출신 탈북민/음성변조 : "단속을 더 강화하라고 하면 꼭 더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렇게 뒷돈을 받아먹고 빼주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위기가 기회로 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일부 주민들이 물건값을 제멋대로 올린다거나, 강도와 도적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등 봉쇄 강화로 인한 혼란상도 문건 곳곳에 담겼습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영상편집:김은주/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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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유언비어와 투쟁”…북한, 봉쇄로 드러난 부패
    • 입력 2022-06-15 21:40:56
    • 수정2022-06-15 21:49:53
    뉴스 9
[앵커]

북한이 코로나19 초기 어떻게 대응했는지 보여주는 내부 문건 보도 이어갑니다.

코로나와 관련해 주민들 사이에 돌던 소문을 모두 유언비어로 치부하고, 핵심 권력기관들을 총동원해 통제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관리들의 부패 문제도 방역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보도에 송영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2020년 3월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군중들 속에서 유언비어가 나돌고 있다며 대책 보고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신의주와 무산군, 판문점에서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방역 기간이 길어져 학생들의 방학이 연장될 거다, 국경이 봉쇄된 후 상품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등의 소문을 거론하며 이를 모두 유언비어로 단정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2020년도 방학은 봄과 가을 모두 한두 달씩 연장됐고, 곡물과 연료 가격 역시 상승했다는 외부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코로나 청정국이라는 당국의 발표와 배치되는 소문들이 나돌자 정보 통제도 한층 강화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의사 출신 탈북민 : "북한 주민들 속에서는 과장된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거예요. 과학적으로 해명하는 대신에 유언비어로 낙인찍고 아예 유포를 못 시키게 했으니까 이게 참 국가로서는 할 일이 아닌 거죠."]

또 다른 권력기관인 선전선동부는 유언비어 유포를 이적 행위로, 유언비어와의 투쟁을 당과 국가의 권위를 지키기 위한 정치 투쟁으로 규정했습니다.

[홍민/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 "공포심으로 인해서 실제 체제 지도부를 믿지 않게 되고 또 방역조치를 따르지 않게 되고 리더십과 관련된 중대 문제로 이걸 판단하고 접근했다라고 봐야겠죠."]

하지만, 경찰기관인 국가보위성의 보고서는 기강을 잡아야 할 일선 현장에 부패가 만연했음을 보여줍니다.

방역 규정을 어긴 주민들에게 돈을 받고 무마해줬거나, 담배와 휘발유 등을 뇌물로 받은 단속원들을 공개 체포해 구금한 사례를 본보기로 제시합니다.

[인민보안원 출신 탈북민/음성변조 : "단속을 더 강화하라고 하면 꼭 더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렇게 뒷돈을 받아먹고 빼주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위기가 기회로 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일부 주민들이 물건값을 제멋대로 올린다거나, 강도와 도적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는 등 봉쇄 강화로 인한 혼란상도 문건 곳곳에 담겼습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영상편집:김은주/그래픽:이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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