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작전용 수송기’ 몰고 단체 조문…‘얼빠진’ 해경 항공대

입력 2022.06.16 (21:33) 수정 2022.06.1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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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바다에서 재난이나 참사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항상 대기해야 하는 것이 해경의 '작전용 수송기'입니다.

그런데 이걸 해경 관계자들이 상가에 '조문 가려고' 띄웠던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운항 일지에는 '훈련 목적의 비행'이었다고 기록돼 있었습니다.

단독 보도, 김우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해양경찰의 작전용 수송기, CN-235입니다.

먼바다에서 인명 사고가 났을 때 투입되는 기종으로, 해경 전체에 넉 대뿐입니다.

그런데 KBS가 확보한 2019년 7월 5일의 운항 내역은 본연의 임무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전 10시 반, 무안 항공대 대장 등 해경 대원 10명이 이 수송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합니다.

이후 그들은 공항에서 관용차로 옮겨 타는데, 해당 차량 일지에는 운행 목적으로 '직원 조문' 행선지로 '인천의 한 장례식장'이 적혀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동료 직원 부친상 조문을 가는 데 수송기를 동원했던 겁니다.

무안으로 돌아갈 때도 물론 이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래놓고는 당일 운항 서류에 '수송기 정비, 시험 비행, 타 기지 접근 훈련'을 했다고 적어놨습니다.

[당시 해양경찰 무안 항공대 대원/음성변조 : "(상갓집을 다녀 오신 다음에 이제 훈련이라고 기재를 하신 거잖아요?) 저는 너무 오래되고 해서 잘 기억도 잘 안 나고."]

그렇게 숨겨질 뻔했던 이 사건은 올해 초 한 공익단체의 신고로 2년 만에 감사를 받게 됐습니다.

[김영수/청렴사회를 위한 공익신고센터장 : "세월호 침몰처럼 어떠한 위기 상황이 생겼을 때 이 항공기는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이런 문제가 생기니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게 돼 있는 항공기가 고작 상갓집에 가는 용도로 썼다, 이거는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감사 결과는 항공 대장만 감봉 2개월, 나머지 9명은 '주의'.

사실상 징계라고도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해경은 장례식장을 가긴 했어도 무안에서 김포로 이동한 건 "타 기지 접근 훈련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문객들을 실어나른 이 수송기의 가격은 대당 270억 원이 넘습니다.

KBS 뉴스 김우준입니다.

촬영기자:송혜성/영상편집:김형기/CG: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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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작전용 수송기’ 몰고 단체 조문…‘얼빠진’ 해경 항공대
    • 입력 2022-06-16 21:33:08
    • 수정2022-06-16 21:48:45
    뉴스 9
[앵커]

바다에서 재난이나 참사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항상 대기해야 하는 것이 해경의 '작전용 수송기'입니다.

그런데 이걸 해경 관계자들이 상가에 '조문 가려고' 띄웠던 사실이 KBS 취재로 확인됐습니다.

운항 일지에는 '훈련 목적의 비행'이었다고 기록돼 있었습니다.

단독 보도, 김우준 기자입니다.

[리포트]

해양경찰의 작전용 수송기, CN-235입니다.

먼바다에서 인명 사고가 났을 때 투입되는 기종으로, 해경 전체에 넉 대뿐입니다.

그런데 KBS가 확보한 2019년 7월 5일의 운항 내역은 본연의 임무와는 거리가 멉니다.

오전 10시 반, 무안 항공대 대장 등 해경 대원 10명이 이 수송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합니다.

이후 그들은 공항에서 관용차로 옮겨 타는데, 해당 차량 일지에는 운행 목적으로 '직원 조문' 행선지로 '인천의 한 장례식장'이 적혀 있습니다.

알고 봤더니, 동료 직원 부친상 조문을 가는 데 수송기를 동원했던 겁니다.

무안으로 돌아갈 때도 물론 이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래놓고는 당일 운항 서류에 '수송기 정비, 시험 비행, 타 기지 접근 훈련'을 했다고 적어놨습니다.

[당시 해양경찰 무안 항공대 대원/음성변조 : "(상갓집을 다녀 오신 다음에 이제 훈련이라고 기재를 하신 거잖아요?) 저는 너무 오래되고 해서 잘 기억도 잘 안 나고."]

그렇게 숨겨질 뻔했던 이 사건은 올해 초 한 공익단체의 신고로 2년 만에 감사를 받게 됐습니다.

[김영수/청렴사회를 위한 공익신고센터장 : "세월호 침몰처럼 어떠한 위기 상황이 생겼을 때 이 항공기는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이런 문제가 생기니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게 돼 있는 항공기가 고작 상갓집에 가는 용도로 썼다, 이거는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감사 결과는 항공 대장만 감봉 2개월, 나머지 9명은 '주의'.

사실상 징계라고도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해경은 장례식장을 가긴 했어도 무안에서 김포로 이동한 건 "타 기지 접근 훈련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문객들을 실어나른 이 수송기의 가격은 대당 270억 원이 넘습니다.

KBS 뉴스 김우준입니다.

촬영기자:송혜성/영상편집:김형기/CG: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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