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美 끝없는 총기와의 전쟁…왜 안 바뀌나?
입력 2022.07.06 (10:44)
수정 2022.07.0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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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어서 이런 소식이 더 이상 뉴스일까 싶기도 합니다.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주말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도 총격 사건이 있었습니다.
총격 사건이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황 기자, 어제 전해진 소식인데, 미국의 이번 총격 사건은 미국 독립 기념일 행사 중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기자]
가장 큰 국경일 행사가 피로 물들었습니다.
중부 시카고에 가까운 하이랜드파크, 라는 곳에서 현지시각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기념 행진이 있었는데, 이들은 겨냥한 총격이었습니다.
용의자는 21살 남성으로 행사장 인근 건물 옥상에서 퍼레이드 관람객을 향해 70발 이상 무차별 총격을 가했습니다.
그 뒤엔 경찰에 잡히지 않으려고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여성 옷을 입고 도망쳤습니다.
이번 참사로 현재까지 7명이 숨졌고 부상자도 40명에 이릅니다.
5월 말에 텍사스주, 유밸디의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21명이 희생된 뒤 미국 전체가 충격을 받고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었는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유럽에서도 최근 무차별 총격이 잇따랐는데요.
지난 4일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한 번화가에서도 총기 난사로 사상자 23명이 발생했습니다.
[앵커]
며칠에 한 번씩 총기 사건이 일어난 셈인데, 일반인이 총기를 갖기 쉬운 나라가 그렇게 많은가요?
[기자]
총기 소지가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총기 보유를 허용한 나라가 꽤 많습니다.
국제 무기 연구 단체인 스몰암스서베이가 낸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민간인들이 사용하는 총기가 8억 5천 7백만 정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라 별로 보면 역시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요.
미국인 전체 인구로 보면, 1명당 1.2 정의 총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동의 예멘에서도 과거 내전의 영향일텐데, 인구 수의 절반이 넘는 총을 민간인들이 가지고 있고요.
유럽의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도 인구 대비 40% 정도 되는 총기가 민간인들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앵커]
그만큼 총기가 흔하니까 사건·사고도 미국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네,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 1968년부터 약 50년간 총기사고로 숨진 사람이 140만 명 정도나 됩니다.
이 정도 숫자는 미국 독립전쟁 전사자보다도 많습니다.
게다가 사망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한꺼번에 여러 명이 희생되는 추세인데요.
미국의 한 연구단체에 따르면, 희생자가 4명 이상인 총기 사건이 2014년 한 해 270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700건 정도로 크게 늘었습니다.
무차별 총격 등 사건도 문제지만, 총기로 인한 우발적인 사고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숨진 어린이보다 총기 사건 사고로 숨진 어린이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규제가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기자]
미국의 총기 옹호 이익단체인 전미총기협회, NRA가 미국 정치권 최대 로비 단체라는 얘기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 정치자금 추적 비영리단체 오픈 시크릿에 따르면, NRA 등 총기 옹호 단체는 지난해 한 해에만 약 1,600만 달러, 우리 돈 200억 원 정도를 정치권 로비 자금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총기 규제 단체들이 로비에 쓴 돈은 5분의 1에 그쳤습니다.
NRA의 주요 로비 대상은 미국 보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인데요.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총기 규제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리차드 카스디/월시 칼리지 교수 :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크게 없습니다. 우리는 전에도 비극을 본 적이 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들이 중요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하지는 못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지난달 미국에서 미성년자 총기 구매를 규제하는 법안이 30여 년 만에 의회 문턱을 넘었는데요.
이때도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임기 종료를 앞둔 소수만 겨우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까스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앵커]
그래도 총기 규제법이 통과된 만큼 앞으로는 관련 사건 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까요?
[기자]
법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미국은 여전히 총기 소지에 매우 관대합니다.
이번에 통과한 법에서는 18살~21살 구매자에 대한 규제만 강화됐습니다.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도 생각보다 높지 않은데요.
지난해 11월 갤럽 조사를 보면 미국인 52%만 총기 규제 강화를 지지했습니다.
총기 휴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총기를 갖는 것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는 일이고, 헌법적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법원도 최근 일반인이 공공장소에서 면허 없이 총을 소지하는 것을 금지한 뉴욕주의 주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어서 이런 소식이 더 이상 뉴스일까 싶기도 합니다.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주말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도 총격 사건이 있었습니다.
총격 사건이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황 기자, 어제 전해진 소식인데, 미국의 이번 총격 사건은 미국 독립 기념일 행사 중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기자]
가장 큰 국경일 행사가 피로 물들었습니다.
중부 시카고에 가까운 하이랜드파크, 라는 곳에서 현지시각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기념 행진이 있었는데, 이들은 겨냥한 총격이었습니다.
용의자는 21살 남성으로 행사장 인근 건물 옥상에서 퍼레이드 관람객을 향해 70발 이상 무차별 총격을 가했습니다.
그 뒤엔 경찰에 잡히지 않으려고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여성 옷을 입고 도망쳤습니다.
이번 참사로 현재까지 7명이 숨졌고 부상자도 40명에 이릅니다.
5월 말에 텍사스주, 유밸디의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21명이 희생된 뒤 미국 전체가 충격을 받고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었는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유럽에서도 최근 무차별 총격이 잇따랐는데요.
지난 4일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한 번화가에서도 총기 난사로 사상자 23명이 발생했습니다.
[앵커]
며칠에 한 번씩 총기 사건이 일어난 셈인데, 일반인이 총기를 갖기 쉬운 나라가 그렇게 많은가요?
[기자]
총기 소지가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총기 보유를 허용한 나라가 꽤 많습니다.
국제 무기 연구 단체인 스몰암스서베이가 낸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민간인들이 사용하는 총기가 8억 5천 7백만 정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라 별로 보면 역시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요.
미국인 전체 인구로 보면, 1명당 1.2 정의 총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동의 예멘에서도 과거 내전의 영향일텐데, 인구 수의 절반이 넘는 총을 민간인들이 가지고 있고요.
유럽의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도 인구 대비 40% 정도 되는 총기가 민간인들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앵커]
그만큼 총기가 흔하니까 사건·사고도 미국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네,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 1968년부터 약 50년간 총기사고로 숨진 사람이 140만 명 정도나 됩니다.
이 정도 숫자는 미국 독립전쟁 전사자보다도 많습니다.
게다가 사망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한꺼번에 여러 명이 희생되는 추세인데요.
미국의 한 연구단체에 따르면, 희생자가 4명 이상인 총기 사건이 2014년 한 해 270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700건 정도로 크게 늘었습니다.
무차별 총격 등 사건도 문제지만, 총기로 인한 우발적인 사고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숨진 어린이보다 총기 사건 사고로 숨진 어린이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규제가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기자]
미국의 총기 옹호 이익단체인 전미총기협회, NRA가 미국 정치권 최대 로비 단체라는 얘기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 정치자금 추적 비영리단체 오픈 시크릿에 따르면, NRA 등 총기 옹호 단체는 지난해 한 해에만 약 1,600만 달러, 우리 돈 200억 원 정도를 정치권 로비 자금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총기 규제 단체들이 로비에 쓴 돈은 5분의 1에 그쳤습니다.
NRA의 주요 로비 대상은 미국 보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인데요.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총기 규제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리차드 카스디/월시 칼리지 교수 :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크게 없습니다. 우리는 전에도 비극을 본 적이 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들이 중요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하지는 못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지난달 미국에서 미성년자 총기 구매를 규제하는 법안이 30여 년 만에 의회 문턱을 넘었는데요.
이때도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임기 종료를 앞둔 소수만 겨우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까스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앵커]
그래도 총기 규제법이 통과된 만큼 앞으로는 관련 사건 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까요?
[기자]
법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미국은 여전히 총기 소지에 매우 관대합니다.
이번에 통과한 법에서는 18살~21살 구매자에 대한 규제만 강화됐습니다.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도 생각보다 높지 않은데요.
지난해 11월 갤럽 조사를 보면 미국인 52%만 총기 규제 강화를 지지했습니다.
총기 휴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총기를 갖는 것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는 일이고, 헌법적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법원도 최근 일반인이 공공장소에서 면허 없이 총을 소지하는 것을 금지한 뉴욕주의 주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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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7-06 10:44:41
- 수정2022-07-06 10:56:22
[앵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어서 이런 소식이 더 이상 뉴스일까 싶기도 합니다.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주말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도 총격 사건이 있었습니다.
총격 사건이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황 기자, 어제 전해진 소식인데, 미국의 이번 총격 사건은 미국 독립 기념일 행사 중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기자]
가장 큰 국경일 행사가 피로 물들었습니다.
중부 시카고에 가까운 하이랜드파크, 라는 곳에서 현지시각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기념 행진이 있었는데, 이들은 겨냥한 총격이었습니다.
용의자는 21살 남성으로 행사장 인근 건물 옥상에서 퍼레이드 관람객을 향해 70발 이상 무차별 총격을 가했습니다.
그 뒤엔 경찰에 잡히지 않으려고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여성 옷을 입고 도망쳤습니다.
이번 참사로 현재까지 7명이 숨졌고 부상자도 40명에 이릅니다.
5월 말에 텍사스주, 유밸디의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21명이 희생된 뒤 미국 전체가 충격을 받고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었는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유럽에서도 최근 무차별 총격이 잇따랐는데요.
지난 4일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한 번화가에서도 총기 난사로 사상자 23명이 발생했습니다.
[앵커]
며칠에 한 번씩 총기 사건이 일어난 셈인데, 일반인이 총기를 갖기 쉬운 나라가 그렇게 많은가요?
[기자]
총기 소지가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총기 보유를 허용한 나라가 꽤 많습니다.
국제 무기 연구 단체인 스몰암스서베이가 낸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민간인들이 사용하는 총기가 8억 5천 7백만 정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라 별로 보면 역시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요.
미국인 전체 인구로 보면, 1명당 1.2 정의 총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동의 예멘에서도 과거 내전의 영향일텐데, 인구 수의 절반이 넘는 총을 민간인들이 가지고 있고요.
유럽의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도 인구 대비 40% 정도 되는 총기가 민간인들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앵커]
그만큼 총기가 흔하니까 사건·사고도 미국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네,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 1968년부터 약 50년간 총기사고로 숨진 사람이 140만 명 정도나 됩니다.
이 정도 숫자는 미국 독립전쟁 전사자보다도 많습니다.
게다가 사망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한꺼번에 여러 명이 희생되는 추세인데요.
미국의 한 연구단체에 따르면, 희생자가 4명 이상인 총기 사건이 2014년 한 해 270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700건 정도로 크게 늘었습니다.
무차별 총격 등 사건도 문제지만, 총기로 인한 우발적인 사고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숨진 어린이보다 총기 사건 사고로 숨진 어린이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규제가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기자]
미국의 총기 옹호 이익단체인 전미총기협회, NRA가 미국 정치권 최대 로비 단체라는 얘기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 정치자금 추적 비영리단체 오픈 시크릿에 따르면, NRA 등 총기 옹호 단체는 지난해 한 해에만 약 1,600만 달러, 우리 돈 200억 원 정도를 정치권 로비 자금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총기 규제 단체들이 로비에 쓴 돈은 5분의 1에 그쳤습니다.
NRA의 주요 로비 대상은 미국 보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인데요.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총기 규제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리차드 카스디/월시 칼리지 교수 :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크게 없습니다. 우리는 전에도 비극을 본 적이 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들이 중요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하지는 못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지난달 미국에서 미성년자 총기 구매를 규제하는 법안이 30여 년 만에 의회 문턱을 넘었는데요.
이때도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임기 종료를 앞둔 소수만 겨우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까스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앵커]
그래도 총기 규제법이 통과된 만큼 앞으로는 관련 사건 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까요?
[기자]
법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미국은 여전히 총기 소지에 매우 관대합니다.
이번에 통과한 법에서는 18살~21살 구매자에 대한 규제만 강화됐습니다.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도 생각보다 높지 않은데요.
지난해 11월 갤럽 조사를 보면 미국인 52%만 총기 규제 강화를 지지했습니다.
총기 휴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총기를 갖는 것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는 일이고, 헌법적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법원도 최근 일반인이 공공장소에서 면허 없이 총을 소지하는 것을 금지한 뉴욕주의 주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어서 이런 소식이 더 이상 뉴스일까 싶기도 합니다.
미국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주말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도 총격 사건이 있었습니다.
총격 사건이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황 기자, 어제 전해진 소식인데, 미국의 이번 총격 사건은 미국 독립 기념일 행사 중에 일어난 일이잖아요?
[기자]
가장 큰 국경일 행사가 피로 물들었습니다.
중부 시카고에 가까운 하이랜드파크, 라는 곳에서 현지시각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기념 행진이 있었는데, 이들은 겨냥한 총격이었습니다.
용의자는 21살 남성으로 행사장 인근 건물 옥상에서 퍼레이드 관람객을 향해 70발 이상 무차별 총격을 가했습니다.
그 뒤엔 경찰에 잡히지 않으려고 긴 머리 가발을 쓰고 여성 옷을 입고 도망쳤습니다.
이번 참사로 현재까지 7명이 숨졌고 부상자도 40명에 이릅니다.
5월 말에 텍사스주, 유밸디의 초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으로 21명이 희생된 뒤 미국 전체가 충격을 받고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었는데 소용이 없었습니다.
유럽에서도 최근 무차별 총격이 잇따랐는데요.
지난 4일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의 한 대형 쇼핑몰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3명이 숨지고 3명이 중태에 빠졌습니다.
지난달 말에는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의 한 번화가에서도 총기 난사로 사상자 23명이 발생했습니다.
[앵커]
며칠에 한 번씩 총기 사건이 일어난 셈인데, 일반인이 총기를 갖기 쉬운 나라가 그렇게 많은가요?
[기자]
총기 소지가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 어렵지만, 총기 보유를 허용한 나라가 꽤 많습니다.
국제 무기 연구 단체인 스몰암스서베이가 낸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민간인들이 사용하는 총기가 8억 5천 7백만 정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나라 별로 보면 역시 미국이 압도적으로 많았는데요.
미국인 전체 인구로 보면, 1명당 1.2 정의 총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중동의 예멘에서도 과거 내전의 영향일텐데, 인구 수의 절반이 넘는 총을 민간인들이 가지고 있고요.
유럽의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도 인구 대비 40% 정도 되는 총기가 민간인들 손에 쥐어져 있습니다.
[앵커]
그만큼 총기가 흔하니까 사건·사고도 미국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는 거잖아요?
[기자]
네, 통계를 보면 미국에서 1968년부터 약 50년간 총기사고로 숨진 사람이 140만 명 정도나 됩니다.
이 정도 숫자는 미국 독립전쟁 전사자보다도 많습니다.
게다가 사망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한꺼번에 여러 명이 희생되는 추세인데요.
미국의 한 연구단체에 따르면, 희생자가 4명 이상인 총기 사건이 2014년 한 해 270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700건 정도로 크게 늘었습니다.
무차별 총격 등 사건도 문제지만, 총기로 인한 우발적인 사고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숨진 어린이보다 총기 사건 사고로 숨진 어린이가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규제가 어려운 이유가 뭔가요?
[기자]
미국의 총기 옹호 이익단체인 전미총기협회, NRA가 미국 정치권 최대 로비 단체라는 얘기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 정치자금 추적 비영리단체 오픈 시크릿에 따르면, NRA 등 총기 옹호 단체는 지난해 한 해에만 약 1,600만 달러, 우리 돈 200억 원 정도를 정치권 로비 자금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면, 총기 규제 단체들이 로비에 쓴 돈은 5분의 1에 그쳤습니다.
NRA의 주요 로비 대상은 미국 보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인데요.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총기 규제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게 하려는 겁니다.
[리차드 카스디/월시 칼리지 교수 :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크게 없습니다. 우리는 전에도 비극을 본 적이 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들이 중요한 방식으로 행동하도록 하지는 못했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지난달 미국에서 미성년자 총기 구매를 규제하는 법안이 30여 년 만에 의회 문턱을 넘었는데요.
이때도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 임기 종료를 앞둔 소수만 겨우 찬성표를 던지면서 가까스로 법안이 통과됐습니다.
[앵커]
그래도 총기 규제법이 통과된 만큼 앞으로는 관련 사건 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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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미국은 여전히 총기 소지에 매우 관대합니다.
이번에 통과한 법에서는 18살~21살 구매자에 대한 규제만 강화됐습니다.
총기 규제에 대한 여론도 생각보다 높지 않은데요.
지난해 11월 갤럽 조사를 보면 미국인 52%만 총기 규제 강화를 지지했습니다.
총기 휴대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총기를 갖는 것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하는 일이고, 헌법적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법원도 최근 일반인이 공공장소에서 면허 없이 총을 소지하는 것을 금지한 뉴욕주의 주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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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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