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함께권리를] 괴롭힘 맞는데, 아니다?…직장 내 괴롭힘도 ‘사각지대’

입력 2022.08.19 (21:36) 수정 2022.08.30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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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실태를 들여다보는 연속기획, 오늘(19일)은 일터에서의 괴롭힘 문제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다 보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고통이 크지만 해결할 길이 없다는 노동자들,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골프장 캐디로 일하는 양승완 씨.

어려운 동료를 돕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더니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연락이 줄을 이었다고 말합니다.

[양승완/유튜버 '캐디와니' : "하루에 막 20명, 30명 (연락이 와요.) '잘못했으니까 내일은 하루종일 가방만 내려' 그런 걸 많이 도우려고 제가 좀 많이 하고 있어요."]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인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여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 역시 받지 못합니다.

[양○○/전직 캐디/음성변조 : "(고용청에선) 캐디라고 하자마자 '근로자가 아니라서 더 얘기할 것도 없다'는 식으로 전화를 끊으셨고요."]

자동차 판매 직원인 서원근 씨는 노조 가입을 이유로 5년 전부터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왔다고 말합니다.

판매 실적과 직결된 전시장 근무도 배제됐습니다.

[A 씨/서원근 씨 직장 동료/음성변조 : "오늘부터 당직 아니야, 너."]

[서원근 : "저는 당직 섭니다."]

[A 씨/음성변조 : "당직은 무슨… 왜 서, 왜?"]

서 씨가 가입한 노조와 관련해 폭언까지 이어집니다.

[B 씨/서원근 씨 직장 동료/음성변조 : "판매노조 데려와 가지고, 어? 여기서 데모 좀 해봐. 어? 데모 좀 해봐. (...) 판매노조가 도움이 되냐? 떼강도 같은 X XX들."]

동료 직원에 이어 대리점 대표까지 서씨의 업무 보고에 대해 마음대로 해라, 연락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씨는 지난해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지만 정작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진정은 각하됐습니다.

괴롭힘 중단 등 개선을 권고하긴 했지만 가해자 처벌도, 진상 조사도 못 합니다.

괴롭힘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합니다.

[서원근/자동차 판매 노동자 : "제 옆에 있는 직원은 아직까지 4년이 넘도록 통성명도 안 하고 있어요. 지금도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고, 아침에 출근할 때 지금도 좀 떨려서…."]

22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하자는 개정안은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최창준

[앵커]

이 문제 취재한 김지숙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대상이 아닌 이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이런 이름의 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근로기준법 안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근로기준법의 울타리 안에 있는 노동자에게만 적용 되는 겁니다.

따라서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겐 적용이 안 되는 겁니다.

직장 내는 물론 외부에 하소연하기도 어려운 취약한 위치에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럼 앞서 본 사례처럼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데도 구제를 못 받는 사례가 많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기자]

2년 전 9월 한 골프장의 캐디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에도 관할 고용청은 괴롭힘은 맞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라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시행된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은 만 8천여 건입니다.

이 가운데 3천 2백여 건은 조사할 수 없거나 근로기준법 적용이 안 되는 사례입니다.

상시 근로자가 5명이 안 되는 작은 사업장이거나 특수고용노동자인 경우입니다.

이 가운데 특수고용노동자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실태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고용부도 법 적용이 안되다 보니 하나하나 파악이 어렵다고 합니다.

[앵커]

그럼 이런 사각지대까지 다 법의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건가요?

[기자]

특수고용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시행령만 고치면 법 적용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특수고용노동자입니다.

근로기준법이란 틀에서 아예 빠져 있는 게 큰 걸림돌입니다.

결국, 법 개정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지금까지 국회에서도 정부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편집:박철식/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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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과함께권리를] 괴롭힘 맞는데, 아니다?…직장 내 괴롭힘도 ‘사각지대’
    • 입력 2022-08-19 21:36:52
    • 수정2022-08-30 11:20:42
    뉴스 9
[앵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실태를 들여다보는 연속기획, 오늘(19일)은 일터에서의 괴롭힘 문제입니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다 보니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고통이 크지만 해결할 길이 없다는 노동자들, 김지숙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골프장 캐디로 일하는 양승완 씨.

어려운 동료를 돕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더니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는 연락이 줄을 이었다고 말합니다.

[양승완/유튜버 '캐디와니' : "하루에 막 20명, 30명 (연락이 와요.) '잘못했으니까 내일은 하루종일 가방만 내려' 그런 걸 많이 도우려고 제가 좀 많이 하고 있어요."]

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인 캐디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여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보호 역시 받지 못합니다.

[양○○/전직 캐디/음성변조 : "(고용청에선) 캐디라고 하자마자 '근로자가 아니라서 더 얘기할 것도 없다'는 식으로 전화를 끊으셨고요."]

자동차 판매 직원인 서원근 씨는 노조 가입을 이유로 5년 전부터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해왔다고 말합니다.

판매 실적과 직결된 전시장 근무도 배제됐습니다.

[A 씨/서원근 씨 직장 동료/음성변조 : "오늘부터 당직 아니야, 너."]

[서원근 : "저는 당직 섭니다."]

[A 씨/음성변조 : "당직은 무슨… 왜 서, 왜?"]

서 씨가 가입한 노조와 관련해 폭언까지 이어집니다.

[B 씨/서원근 씨 직장 동료/음성변조 : "판매노조 데려와 가지고, 어? 여기서 데모 좀 해봐. 어? 데모 좀 해봐. (...) 판매노조가 도움이 되냐? 떼강도 같은 X XX들."]

동료 직원에 이어 대리점 대표까지 서씨의 업무 보고에 대해 마음대로 해라, 연락하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씨는 지난해 산업재해 판정을 받았지만 정작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진정은 각하됐습니다.

괴롭힘 중단 등 개선을 권고하긴 했지만 가해자 처벌도, 진상 조사도 못 합니다.

괴롭힘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합니다.

[서원근/자동차 판매 노동자 : "제 옆에 있는 직원은 아직까지 4년이 넘도록 통성명도 안 하고 있어요. 지금도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고, 아침에 출근할 때 지금도 좀 떨려서…."]

22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하자는 개정안은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촬영기자:문아미/영상편집:최찬종/그래픽:최창준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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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고용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대상이 아닌 이유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기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이런 이름의 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근로기준법 안의 한 부분입니다.

그러니까 근로기준법의 울타리 안에 있는 노동자에게만 적용 되는 겁니다.

따라서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있는 특수고용노동자에겐 적용이 안 되는 겁니다.

직장 내는 물론 외부에 하소연하기도 어려운 취약한 위치에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럼 앞서 본 사례처럼 괴롭힘으로 볼 수 있는데도 구제를 못 받는 사례가 많을 것 같아요.

어떤가요?

[기자]

2년 전 9월 한 골프장의 캐디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에도 관할 고용청은 괴롭힘은 맞지만 특수고용 노동자라 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이 시행된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직장 내 괴롭힘은 만 8천여 건입니다.

이 가운데 3천 2백여 건은 조사할 수 없거나 근로기준법 적용이 안 되는 사례입니다.

상시 근로자가 5명이 안 되는 작은 사업장이거나 특수고용노동자인 경우입니다.

이 가운데 특수고용노동자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실태조차 파악이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고용부도 법 적용이 안되다 보니 하나하나 파악이 어렵다고 합니다.

[앵커]

그럼 이런 사각지대까지 다 법의 보호를 받도록 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건가요?

[기자]

특수고용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시행령만 고치면 법 적용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특수고용노동자입니다.

근로기준법이란 틀에서 아예 빠져 있는 게 큰 걸림돌입니다.

결국, 법 개정의 문제로 귀결되는데 지금까지 국회에서도 정부에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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