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세 모녀 사건, ‘사각지대’ 왜 생겼나?

입력 2022.08.23 (21:18) 수정 2022.08.23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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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주인아주머니께... 정말 죄송합니다."

2014년, 생활고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송파구 세 모녀는 마지막 집세, 또 '공과금'과 함께 이런 내용의 편지를 남겼습니다.

2011년엔 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생활고로 숨지기 전에 창피하지만 쌀과 김치를 조금만 얻고 싶다는 내용의 쪽지를 이웃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죠.

모두 주변을 향해 도와달라는 간절한 요청이었습니다.

이틀 전 숨진 채 발견된 수원의 세 모녀 역시 세상 살기 너무 힘들다며 이웃을 향해 애타는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몰랐을까요?

그 현장을 황현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집, 비극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이 집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지난달까지 (월세는) 꼬박꼬박 잘 내셨고요. 이번 달만 안 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들 가족은 건강보험료가 16개월이나 밀릴 만큼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세 사람 다 암과 난치병 등을 앓고 있었는데도, 병원 진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험료마저, 내지 못했던 겁니다.

보험료가 밀리자, 관할 관청은 이들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주소지로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녀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다른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전입 신고된 곳은 화성이지만 실제 살던 곳은 수원.

복지담당 공무원이 끝내 이들을 만나지 못해, 실태 파악을 못 한 이유입니다.

[화성시청 공무원 A 씨/음성변조 : "(등록된 주소지에서) 한 분 만나고 왔는데, 그분 말로는 '자기 아들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주소만 (등록)해놓고, 연락처도 모르고 거주도 하지 않았다'고..."]

개인 사정으로 주소지만 달리해도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번 사건은 보여줬습니다.

지자체들이 매년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기는 하는데, 그 대상이, 사망 의심자나 장기결석 학생 등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조사 작업 자체가 축소됐습니다.

[화성시청 공무원 B 씨/음성변조 : "통장들에게 거주 여부 확인을 요청 드리고. (그런데) '이분이 살지 않는다' 넘어온 거는 없다는..."]

숨진 세 모녀는,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의료비,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신청하거나 상담한 기록조차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이른바 '찾아가는 복지'를 강조하지만, 이 가족에게는, 누구도, 찾아온 적이 없어 보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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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 세 모녀 사건, ‘사각지대’ 왜 생겼나?
    • 입력 2022-08-23 21:18:38
    • 수정2022-08-23 21:57:03
    뉴스 9
[앵커]

"주인아주머니께... 정말 죄송합니다."

2014년, 생활고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송파구 세 모녀는 마지막 집세, 또 '공과금'과 함께 이런 내용의 편지를 남겼습니다.

2011년엔 한 젊은 시나리오 작가가 생활고로 숨지기 전에 창피하지만 쌀과 김치를 조금만 얻고 싶다는 내용의 쪽지를 이웃에 남긴 것으로 알려졌죠.

모두 주변을 향해 도와달라는 간절한 요청이었습니다.

이틀 전 숨진 채 발견된 수원의 세 모녀 역시 세상 살기 너무 힘들다며 이웃을 향해 애타는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왜 몰랐을까요?

그 현장을 황현규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된 집, 비극이 드러나기 전까지는 누구도 이 집 사정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이웃 주민/음성변조 : "지난달까지 (월세는) 꼬박꼬박 잘 내셨고요. 이번 달만 안 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이들 가족은 건강보험료가 16개월이나 밀릴 만큼 생활고에 시달렸습니다.

세 사람 다 암과 난치병 등을 앓고 있었는데도, 병원 진료에 필요한 최소한의 보험료마저, 내지 못했던 겁니다.

보험료가 밀리자, 관할 관청은 이들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주소지로 찾아가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녀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다른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전입 신고된 곳은 화성이지만 실제 살던 곳은 수원.

복지담당 공무원이 끝내 이들을 만나지 못해, 실태 파악을 못 한 이유입니다.

[화성시청 공무원 A 씨/음성변조 : "(등록된 주소지에서) 한 분 만나고 왔는데, 그분 말로는 '자기 아들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주소만 (등록)해놓고, 연락처도 모르고 거주도 하지 않았다'고..."]

개인 사정으로 주소지만 달리해도 복지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이번 사건은 보여줬습니다.

지자체들이 매년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기는 하는데, 그 대상이, 사망 의심자나 장기결석 학생 등으로 한정돼 있습니다.

코로나 19 이후 조사 작업 자체가 축소됐습니다.

[화성시청 공무원 B 씨/음성변조 : "통장들에게 거주 여부 확인을 요청 드리고. (그런데) '이분이 살지 않는다' 넘어온 거는 없다는..."]

숨진 세 모녀는,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의료비, 기초생활수급비 등을 신청하거나 상담한 기록조차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비슷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이른바 '찾아가는 복지'를 강조하지만, 이 가족에게는, 누구도, 찾아온 적이 없어 보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촬영기자:김경민/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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