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삶의 끝에서 “미안하다”던 세 모녀…8년만에 되풀이된 ‘비극’

입력 2022.08.25 (18:02) 수정 2022.08.25 (18:3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어서 ET콕입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진 지 한참 만에 발견됐습니다.

60대 엄마는 암 투병 중이었고, 40대 두 딸은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지병으로 이미 세상을 떠났고 손을 내밀 친인척도 없었습니다.

[수원 세 모녀 지인/음성변조 : "(수원으로) 나가시고 나서는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어요."]

병원비 때문에 보험금마저 채권자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의 복지 서비스는 받지 못했습니다.

2년 전 경기도 화성에서 수원으로 이사온 후로 전입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집 주인에게 남긴 말은 “병원비 정산 때문에 월세가 좀 늦어졌다. 미안하다.”였습니다.

수원 세 모녀의 비극은 8년 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송파 세 모녀를 떠올리게 합니다.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반지하 가구에서 세를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어머니와 큰딸은 병으로 일을 할 수 없었고, 작은딸은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신용불량 상태였습니다.

생활비와 병원비를 카드 빚으로 충당했기 때문입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도 제외됐던 이들 모녀가 세상과 이별하며 남긴 건, 현금 70만 원과 ‘주인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라는 메모.

이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공적 복지망 연결 제도가 가동됐지만, 이마저도 등록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랐던 수원의 세 모녀에겐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노인들 가운데는 자식의 가난을 증명해야 복지 혜택을 받는다는 걸 알고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노부부는 “재산 한 푼 물려준 것 없고, 벌이도 적은 자식에게 재산·소득 증명서를 떼 달라고 하면 얼마나 속이 상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서울 신림동에서 폭우로 숨진 반지하 가구 가족의 참사는 자연 재난 앞에서 더욱 무기력해지는 취약 계층의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주었습니다.

24일 수원의 장례식장엔 영정 사진도 없이 위패 세 개만 나란히 놓였습니다.

숨진 세 모녀의 이름이 새겨진 위패였습니다.

이들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에 지자체가 나서 가까스로 마련된 빈소였습니다.

양극화는 심해지고 1인 가구는 늘고, 고령화도 심화되는데 코로나로 이웃과의 정서적 유대마저 옅어진 게 현실입니다.

복지 제도의 보완도 중요하지만 혹시나 어느 집 가스나 수도가 끊겼을 때 ‘밥은 어떻게 잘 먹고 살고 있을까?'라는 최소한의 관심 정도는 가져본다면 그래도 세상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수원 세 모녀의 장례식은 3일장을 거쳐 26일 발인합니다.

지금까지 ET콕.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ET] 삶의 끝에서 “미안하다”던 세 모녀…8년만에 되풀이된 ‘비극’
    • 입력 2022-08-25 18:02:30
    • 수정2022-08-25 18:30:20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세 모녀가 숨진 지 한참 만에 발견됐습니다.

60대 엄마는 암 투병 중이었고, 40대 두 딸은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지병으로 이미 세상을 떠났고 손을 내밀 친인척도 없었습니다.

[수원 세 모녀 지인/음성변조 : "(수원으로) 나가시고 나서는 한 번도 연락한 적이 없어요."]

병원비 때문에 보험금마저 채권자에게 넘어갔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의 복지 서비스는 받지 못했습니다.

2년 전 경기도 화성에서 수원으로 이사온 후로 전입 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집 주인에게 남긴 말은 “병원비 정산 때문에 월세가 좀 늦어졌다. 미안하다.”였습니다.

수원 세 모녀의 비극은 8년 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송파 세 모녀를 떠올리게 합니다.

2014년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반지하 가구에서 세를 살던 세 모녀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어머니와 큰딸은 병으로 일을 할 수 없었고, 작은딸은 간간이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신용불량 상태였습니다.

생활비와 병원비를 카드 빚으로 충당했기 때문입니다.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도 제외됐던 이들 모녀가 세상과 이별하며 남긴 건, 현금 70만 원과 ‘주인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라는 메모.

이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를 찾아내는 공적 복지망 연결 제도가 가동됐지만, 이마저도 등록주소지와 실거주지가 달랐던 수원의 세 모녀에겐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노인들 가운데는 자식의 가난을 증명해야 복지 혜택을 받는다는 걸 알고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스스로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노부부는 “재산 한 푼 물려준 것 없고, 벌이도 적은 자식에게 재산·소득 증명서를 떼 달라고 하면 얼마나 속이 상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서울 신림동에서 폭우로 숨진 반지하 가구 가족의 참사는 자연 재난 앞에서 더욱 무기력해지는 취약 계층의 현실을 다시금 일깨워주었습니다.

24일 수원의 장례식장엔 영정 사진도 없이 위패 세 개만 나란히 놓였습니다.

숨진 세 모녀의 이름이 새겨진 위패였습니다.

이들 모녀의 안타까운 사연에 지자체가 나서 가까스로 마련된 빈소였습니다.

양극화는 심해지고 1인 가구는 늘고, 고령화도 심화되는데 코로나로 이웃과의 정서적 유대마저 옅어진 게 현실입니다.

복지 제도의 보완도 중요하지만 혹시나 어느 집 가스나 수도가 끊겼을 때 ‘밥은 어떻게 잘 먹고 살고 있을까?'라는 최소한의 관심 정도는 가져본다면 그래도 세상이 조금은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수원 세 모녀의 장례식은 3일장을 거쳐 26일 발인합니다.

지금까지 ET콕.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