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태종 “음력 초하루 여성 출입금지”…인권위 “성차별”

[앵커]

음력 정월 등 특정한 날짜와 시간대 여성의 사찰 출입을 제한해온 불교 종단 '천태종'의 관례가 성차별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서 시정을 권고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3월 충북 단양의 천태종 사찰을 찾았던 40대 여성 A씨는 출입을 거부당했습니다.

방문일이 음력 2월 초하루였는데, 해당 날짜에는 자정부터 정오까지 여성 출입을 금지한다는 게 사찰 방침이었습니다.

음력 정월과 음력 2월 초하루, 여성은 사찰에 출입할 수 없다는 천태종의 관례 때문입니다.

한국 불교 종단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천태종은, 70여 년 간 이어져 온 종교적 전통이라며, 이 관례를 전국 사찰 150곳에 적용해왔습니다.

그러나 A 씨는 이것이 성차별에 해당한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조사에 나선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관례가 여성을 부정한 존재로 인식하는 편견에 기반하고 있다며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인권위는 천태종의 관행이 남녀 평등 이념을 실현하려는 헌법적 가치에 배치된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종교의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천태종 측 주장에 대해선, 여성 출입 제한이 본질적인 가르침, 즉 종교적 교리에 해당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봤습니다.

특히,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종교 자유의 한계를 넘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천태종 측은 진정이 제기된 이후, 정월 초하루와 2월 초하루 정오까지 남녀 모두의 출입을 금지시키겠다는 대안을 내놨는데, 인권위는 이 역시 여성의 평등권 침해에 대한 피해 회복 조치로 볼 수 없다며, 관행 개선을 거듭 권고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