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한국산 ‘전기차’만 문제일까…미국의 큰 그림은?

입력 2022.09.01 (18:03) 수정 2022.09.01 (18:1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미국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

한국 기업에는 이 법 적용을 면제해달라고 정부와 우리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미국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와이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된 걸로 보이고, 전경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까지 보냈습니다.

이 법이 왜 한국 기업에 차별적인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워싱턴 김양순 특파원!

오늘 정부 합동 대표단이 귀국했는데요.

상황 먼저 전해주시죠.

[기자]

네,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히 들어왔던 우리 정부 합동대표단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31일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한국산 전기차 문제에 대해 한미 정부 간 협상의 문을 열고 갔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의 말 들어보시죠.

[조태용/주미 한국대사 : "동맹이자 FTA 파트너인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한미 두 나라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 협의를 진행해 나가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외교부 이렇게 정부 세 곳의 국장급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2박 3일 일정 동안 미 무역대표부, 관계기관을 잇따라 만나 우리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고 또 우리 기업의 전기차 공장이 북미에서 가동을 시작하는 2025년까지 보조금 조항에 대한 시행 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정부 대표단, 전기차 말고 배터리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에 우려를 전달했다던데요?

[기자]

네, 인플레 감축법 시행으로 당장은 전기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는데 다음 타자는 배터리입니다.

전기차에 배터리는 필수인데, 이것도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하되, 내년에는 40%, 그 다음해 부터는 10%씩 비율을 높여 2027년에는 80%까지 높일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 역시 북미지역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내년엔 50%, 2029년까진 100% 전량을 북미산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차 한대 당 7500달러 우리 돈 약 천 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단 겁니다.

전기차를 살 예정이신 분들, 천만원을 깎아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정답은 정해져 있겠죠.

즉, 미국에서 전기차를 팔려면 미국에서 생산 해야하고, 배터리에 필요한 소재도 미국이나 미국과 우호적인 나라에서 조달해라, 그래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인 리튬, 그리고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대부분 중국산 아닙니까?

[기자]

현재 전세계에서 제조되는 배터리의 광물, 소재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련되고, 만들어집니다.

배터리 광물과 소재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미국 기업 조차도 현재는 이 기준에 부합하는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사실상 이 법 자체가 중국을 겨냥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기자]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서명했던 날, 연설 한번 보실까요?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미국 전역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충전소에 수십 억 달러의 투자가 일어날 겁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것들, 전부 다 미국산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상당히 여러번 언급했는데요.

법의 의도를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인플레 감축법은 결국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공급망 자체를 자신에게 유리한 판으로 짜겠다는 미국의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반도체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기자]

많이들 기억하실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여러차례 중요성을 강조해왔죠.

그만큼 공들여 통과시킨 법이 반도체법인데요.

미국에서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를 하는 기업들은 올해부터 5년 동안 527억 달러, 우리 돈 약 70조 원을 나눠서 지원받게 됩니다.

여기에 25% 세액 공제도 지원돼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을 다시금 활성화하고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게 목푭니다.

그런데 법 통과 직전에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의 지원을 받은 기업은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 러시아 등 미국이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나라들에 투자를 일부 제한하겠다는 겁니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상탠데요.

중국 공장, 그대로 돌릴 순 있지만 10년 간은 장비나 설비의 고도화 같은 투자는 못한다는 건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에 제동을 걸겠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ET] 한국산 ‘전기차’만 문제일까…미국의 큰 그림은?
    • 입력 2022-09-01 18:03:22
    • 수정2022-09-01 18:16:50
    통합뉴스룸ET
[앵커]

미국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

한국 기업에는 이 법 적용을 면제해달라고 정부와 우리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미국에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와이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일 안보실장 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된 걸로 보이고, 전경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까지 보냈습니다.

이 법이 왜 한국 기업에 차별적인지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워싱턴 김양순 특파원!

오늘 정부 합동 대표단이 귀국했는데요.

상황 먼저 전해주시죠.

[기자]

네,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긴급히 들어왔던 우리 정부 합동대표단 현지시각으로 지난달 31일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 한국산 전기차 문제에 대해 한미 정부 간 협상의 문을 열고 갔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조태용 주미 한국대사의 말 들어보시죠.

[조태용/주미 한국대사 : "동맹이자 FTA 파트너인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적 조치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했고, 한미 두 나라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 협의를 진행해 나가기로 합의하였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외교부 이렇게 정부 세 곳의 국장급으로 구성된 대표단은, 2박 3일 일정 동안 미 무역대표부, 관계기관을 잇따라 만나 우리 정부의 우려를 전달하고 또 우리 기업의 전기차 공장이 북미에서 가동을 시작하는 2025년까지 보조금 조항에 대한 시행 유예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앵커]

정부 대표단, 전기차 말고 배터리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에 우려를 전달했다던데요?

[기자]

네, 인플레 감축법 시행으로 당장은 전기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는데 다음 타자는 배터리입니다.

전기차에 배터리는 필수인데, 이것도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광물을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조달하되, 내년에는 40%, 그 다음해 부터는 10%씩 비율을 높여 2027년에는 80%까지 높일 것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부품 역시 북미지역에서 조달해야 하는데 내년엔 50%, 2029년까진 100% 전량을 북미산으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차 한대 당 7500달러 우리 돈 약 천 만원 가량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단 겁니다.

전기차를 살 예정이신 분들, 천만원을 깎아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정답은 정해져 있겠죠.

즉, 미국에서 전기차를 팔려면 미국에서 생산 해야하고, 배터리에 필요한 소재도 미국이나 미국과 우호적인 나라에서 조달해라, 그래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인 리튬, 그리고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대부분 중국산 아닙니까?

[기자]

현재 전세계에서 제조되는 배터리의 광물, 소재 대부분이 중국에서 제련되고, 만들어집니다.

배터리 광물과 소재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 배터리 기업들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미국 기업 조차도 현재는 이 기준에 부합하는 곳을 찾기 어렵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사실상 이 법 자체가 중국을 겨냥한 것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기자]

바이든 미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에 서명했던 날, 연설 한번 보실까요?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미국 전역에서 전기차와 배터리, 충전소에 수십 억 달러의 투자가 일어날 겁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것들, 전부 다 미국산입니다."]

바이든 대통령,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상당히 여러번 언급했는데요.

법의 의도를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인플레 감축법은 결국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공급망 자체를 자신에게 유리한 판으로 짜겠다는 미국의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반도체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기자]

많이들 기억하실 겁니다.

바이든 대통령,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여러차례 중요성을 강조해왔죠.

그만큼 공들여 통과시킨 법이 반도체법인데요.

미국에서 반도체 관련 신규 투자를 하는 기업들은 올해부터 5년 동안 527억 달러, 우리 돈 약 70조 원을 나눠서 지원받게 됩니다.

여기에 25% 세액 공제도 지원돼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을 다시금 활성화하고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게 목푭니다.

그런데 법 통과 직전에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이 들어갔습니다.

반도체법에 따라 미국의 지원을 받은 기업은 앞으로 10년 동안 중국, 러시아 등 미국이 우려 대상으로 지정한 나라들에 투자를 일부 제한하겠다는 겁니다.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이미 미국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상탠데요.

중국 공장, 그대로 돌릴 순 있지만 10년 간은 장비나 설비의 고도화 같은 투자는 못한다는 건 중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에 제동을 걸겠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KBS 뉴스 김양순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