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피해자의 증언, “집으로 사람 보낸다 협박”

입력 2022.09.02 (06:25) 수정 2022.09.02 (06:3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디지털 성착취범 '엘'과 그에 동조한 일당들의 범죄 소식, 오늘도 이어가겠습니다.

이 연속 보도를 가능하게끔 제보해줬던 피해자는 당초 직접적인 인터뷰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보도 이후, 더 자세한 증언을 하고싶다며 KBS로 전화 인터뷰를 요청해 왔습니다.

신변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피해자는 '엘'의 집요하고 악랄한 범행 수법을 더 낱낱이 고발했습니다.

김혜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제일 먼저 접근해온 건 '추적단' 사칭범이었습니다.

"당신의 사진을 유포한 범인을 잡아주겠다. 텔레그램에서 그와 대화를 나눠달라" 범인은 곧 '엘'이었고, 그의 대화는 처음부터 '협박'이었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자기가 외국에 살고 잡힐 일이 전혀 없다. 그리고 네가 어떤 짓을 하든 한국에 있는 애들을 시켜서 너 하나쯤..."]

'엘'은 개인정보까지 훤히 꿰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누굴 보낼 수도 있다는 협박이 현실로 다가온 이유입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내가 아는 '남자 노예'가 있는데, 걔 시켜서 너네 집에 찾아가게 하겠다' 아니면 '네 신상 다 뿌려버리겠다' 이런 식의..."]

극도의 공포에 휘말려, 하룻밤 새 50개 넘는 영상과 사진들을 찍어 보내게 됐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는 상태여서 뭔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라는 심정이었던 것 같고..."]

지옥같은 밤이 지나고, 피해자는 그제야, '덫'에 걸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는, '엘'과 '추적단' 사칭범이 동일인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둘이 한 사람이구나 싶었고. 일단 이것저것 되게 매칭(일치)되는 게 많았어요, 둘이. (둘 다) 새벽 시간에 깨어 있었고 제가 말을 하면 바로 봐요."]

A 씨가 이 과정을 상세히 증언하고 싶었던 건,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혼자 감당하려 들지 말고, 반드시 신고하고 연대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같이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 연대만 열심히 해주셔도 충분히 (가해자가) 잡힐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피해자 잘못이 아님을, 당한 사람이 죄책감 느낄 일이 아님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일부러 당하려고 당한 게 아닌데, 고의가 아닌데' 이제 이런 것에서 오는 죄책감 같은 게 생길 수 있고. (부모님은) 많이 다독여 주시는 게 중요하고요. 본인의 잘못이 없다고..."]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엘’ 피해자의 증언, “집으로 사람 보낸다 협박”
    • 입력 2022-09-02 06:25:06
    • 수정2022-09-02 06:34:29
    뉴스광장 1부
[앵커]

디지털 성착취범 '엘'과 그에 동조한 일당들의 범죄 소식, 오늘도 이어가겠습니다.

이 연속 보도를 가능하게끔 제보해줬던 피해자는 당초 직접적인 인터뷰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보도 이후, 더 자세한 증언을 하고싶다며 KBS로 전화 인터뷰를 요청해 왔습니다.

신변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피해자는 '엘'의 집요하고 악랄한 범행 수법을 더 낱낱이 고발했습니다.

김혜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제일 먼저 접근해온 건 '추적단' 사칭범이었습니다.

"당신의 사진을 유포한 범인을 잡아주겠다. 텔레그램에서 그와 대화를 나눠달라" 범인은 곧 '엘'이었고, 그의 대화는 처음부터 '협박'이었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자기가 외국에 살고 잡힐 일이 전혀 없다. 그리고 네가 어떤 짓을 하든 한국에 있는 애들을 시켜서 너 하나쯤..."]

'엘'은 개인정보까지 훤히 꿰고 있었습니다.

집으로 누굴 보낼 수도 있다는 협박이 현실로 다가온 이유입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내가 아는 '남자 노예'가 있는데, 걔 시켜서 너네 집에 찾아가게 하겠다' 아니면 '네 신상 다 뿌려버리겠다' 이런 식의..."]

극도의 공포에 휘말려, 하룻밤 새 50개 넘는 영상과 사진들을 찍어 보내게 됐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는 상태여서 뭔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자라는 심정이었던 것 같고..."]

지옥같은 밤이 지나고, 피해자는 그제야, '덫'에 걸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는, '엘'과 '추적단' 사칭범이 동일인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둘이 한 사람이구나 싶었고. 일단 이것저것 되게 매칭(일치)되는 게 많았어요, 둘이. (둘 다) 새벽 시간에 깨어 있었고 제가 말을 하면 바로 봐요."]

A 씨가 이 과정을 상세히 증언하고 싶었던 건,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미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혼자 감당하려 들지 말고, 반드시 신고하고 연대해달라는 당부도 덧붙였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같이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 연대만 열심히 해주셔도 충분히 (가해자가) 잡힐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피해자 잘못이 아님을, 당한 사람이 죄책감 느낄 일이 아님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습니다.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일부러 당하려고 당한 게 아닌데, 고의가 아닌데' 이제 이런 것에서 오는 죄책감 같은 게 생길 수 있고. (부모님은) 많이 다독여 주시는 게 중요하고요. 본인의 잘못이 없다고..."]

KBS 뉴스 김혜주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