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용의자 “폭행에 허위자백…경찰, 사과해야”

입력 2022.09.02 (06:35) 수정 2022.09.0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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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1년 전 대전에서 일어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승만이 범행을 부인하다 자신이 권총을 쐈다며 자백했습니다.

이승만과 이정학 등 2명의 용의자가 잡힐 때까지 누명을 쓴 채 20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시 용의자로 지목됐던 한 명이 경찰의 폭행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KBS에 털어놨습니다.

백상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1년 대전 도심에서 일어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이후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20대 남성 3명, 사건 발생 8개월 만에 검거되자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증거는 없었습니다.

실제, 당시 용의자들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

영장 심사에서 용의자들이 경찰의 강압 수사를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나 이승만과 이정학 등 2명이 붙잡힌 뒤에야 경찰은 당시 부실 수사를 우회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성선/대전경찰청 강력계장/지난달 29일 : "그 당시 수사 환경이 진술에 의존하다 보니까 (열악했고)..."]

용의자로 지목됐던 당시 20살의 김 모 씨, 41살이 된 김 씨는 검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했습니다.

대전의 경찰 기동대로 무작정 끌려간 뒤 수갑을 찬 채 마구잡이로 폭행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당시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 : "(모포로) 말아놓은 그 부위를 (방망이로) 때리는데 몇 대 맞으니까 진짜 미칠 것 같더라고요."]

이런 폭행이 엿새 동안 이어졌고 거짓 진술서를 쓰도록 강요받았습니다.

[김○○/당시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 : "'너 거기에서 여기로 갔잖아. 다시 써.' 하고 나중에 와서 '네가 쓴 거에 대해서 보지 않고 얘기를 해봐.'"]

당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진범이 잡히지 않아 20년간 누명을 쓴 채 살아야 했습니다.

[김○○/당시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 : "우리는 아니었다는 게 지금 결과가 나온 거잖아요. 지금이라도 당연히 나와서 사과해야 하는 게 맞는 거고..."]

대전경찰청은 폭행이나 강압수사와 관련된 당시 수사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며 공식 사과를 거부했습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 박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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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년 전 용의자 “폭행에 허위자백…경찰, 사과해야”
    • 입력 2022-09-02 06:35:09
    • 수정2022-09-02 08:12:04
    뉴스광장 1부
[앵커]

21년 전 대전에서 일어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승만이 범행을 부인하다 자신이 권총을 쐈다며 자백했습니다.

이승만과 이정학 등 2명의 용의자가 잡힐 때까지 누명을 쓴 채 20년을 살아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시 용의자로 지목됐던 한 명이 경찰의 폭행으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KBS에 털어놨습니다.

백상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1년 대전 도심에서 일어난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이후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는 20대 남성 3명, 사건 발생 8개월 만에 검거되자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증거는 없었습니다.

실제, 당시 용의자들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

영장 심사에서 용의자들이 경찰의 강압 수사를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나 이승만과 이정학 등 2명이 붙잡힌 뒤에야 경찰은 당시 부실 수사를 우회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성선/대전경찰청 강력계장/지난달 29일 : "그 당시 수사 환경이 진술에 의존하다 보니까 (열악했고)..."]

용의자로 지목됐던 당시 20살의 김 모 씨, 41살이 된 김 씨는 검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했습니다.

대전의 경찰 기동대로 무작정 끌려간 뒤 수갑을 찬 채 마구잡이로 폭행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당시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 : "(모포로) 말아놓은 그 부위를 (방망이로) 때리는데 몇 대 맞으니까 진짜 미칠 것 같더라고요."]

이런 폭행이 엿새 동안 이어졌고 거짓 진술서를 쓰도록 강요받았습니다.

[김○○/당시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 : "'너 거기에서 여기로 갔잖아. 다시 써.' 하고 나중에 와서 '네가 쓴 거에 대해서 보지 않고 얘기를 해봐.'"]

당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진범이 잡히지 않아 20년간 누명을 쓴 채 살아야 했습니다.

[김○○/당시 경찰이 지목한 용의자 : "우리는 아니었다는 게 지금 결과가 나온 거잖아요. 지금이라도 당연히 나와서 사과해야 하는 게 맞는 거고..."]

대전경찰청은 폭행이나 강압수사와 관련된 당시 수사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며 공식 사과를 거부했습니다.

KBS 뉴스 백상현입니다.

촬영기자:강수헌 박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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