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도, 강사도…‘엘’은 어디에나 있었다
입력 2022.09.03 (06:42)
수정 2022.09.03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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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KBS는 이번 한주 동안 온라인 성착취 범죄와 피해 실태를 중점 보도해 왔습니다.
용기 있는 제보와 취재를 통해 '엘'이라는 범죄자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과 피해자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KBS가 이번에 입수한 판결문들을 봐도 '어떻게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까? 왜 우린 모르고 있었을까?' 하는 탄식이 우러날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교사, 인터넷 강사, 이런 사람들까지 아동을 상대로 성착취물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황다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누적 다운로드 천만 회가 넘는 인기 모바일 게임.
13살 A 양은 이 게임을 통해 손 모 씨를 알게 됐습니다.
인터넷 강사인데다 SNS에서 '청소년 공부 대화방'을 운영하는 사람이라 말이 잘 통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 친구'가 된 손 씨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호기심을 부추기며 음란물을 보내더니 그걸 미끼로 협박과 성착취가 이어졌습니다.
"음란물 본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 그게 싫으면 영상을 찍어 보내라".
15살 B 양도 같은 게임에서 손 씨를 만났습니다.
친밀감이 형성되자 손 씨를 믿고 말못할 고민을 털어놓는데, "다른 어른에게 성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고백은 추가 범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엘이 그랬던 것처럼 손 씨도 피해자에게 성착취물 협박으로부터 도와주겠다며 손길을 내민 겁니다.
이처럼 개방된 공간이었지만 손 씨는 피해자를 인근 건물 남자화장실로 데려가 직접적인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말 상대가 되어주고 도와주는 척하더니 성을 착취하는 이 수법.
석달 동안 미성년자 9명이 손 씨에게 당했습니다.
1심에서 그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임명호/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교수 : "(10대는) 자존감이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볼 때는 상식적인 그런 위협이나 협박인데도 불구하고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확인된 피해 학생만 124명에 이릅니다.
현직 교사인 김 모 씨는 아동 심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른처럼 대우해주는 척하면서 "몸매를 보고 싶다"고 하는 등 성적으로 유인하는 '그루밍' 수법을 썼습니다.
1900여 개의 성착취물이 그렇게 제작됐습니다.
김 씨는 2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습니다.
SNS로 접근하고 '심리'를 이용하는 성착취 수법.
범죄자 '엘'은 어디에나 있었던 겁니다.
[A 씨/피해자 : "(SNS) 안 하면 약간 소외가 되고, 현실에서의 사람보다는 이제 사이버에서 대화를 하고. 오히려 만날 일이 없으니까, 더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중 10대의 비중은 가장 빠르게 늘어 '최다' 연령대를 차지했습니다.
피해 유형으로는 '유포'와 '유포 협박' 등이 과반에 이릅니다.
사건이 터지면 따라잡는 식의 수사로는 성착취 범죄의 '뿌리'를 뽑기 어렵습니다.
수사 기관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라, 입법·사법·행정을 망라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 논의가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황다예입니다.
촬영기자:이제우 김경민/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채상우
KBS는 이번 한주 동안 온라인 성착취 범죄와 피해 실태를 중점 보도해 왔습니다.
용기 있는 제보와 취재를 통해 '엘'이라는 범죄자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과 피해자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KBS가 이번에 입수한 판결문들을 봐도 '어떻게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까? 왜 우린 모르고 있었을까?' 하는 탄식이 우러날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교사, 인터넷 강사, 이런 사람들까지 아동을 상대로 성착취물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황다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누적 다운로드 천만 회가 넘는 인기 모바일 게임.
13살 A 양은 이 게임을 통해 손 모 씨를 알게 됐습니다.
인터넷 강사인데다 SNS에서 '청소년 공부 대화방'을 운영하는 사람이라 말이 잘 통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 친구'가 된 손 씨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호기심을 부추기며 음란물을 보내더니 그걸 미끼로 협박과 성착취가 이어졌습니다.
"음란물 본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 그게 싫으면 영상을 찍어 보내라".
15살 B 양도 같은 게임에서 손 씨를 만났습니다.
친밀감이 형성되자 손 씨를 믿고 말못할 고민을 털어놓는데, "다른 어른에게 성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고백은 추가 범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엘이 그랬던 것처럼 손 씨도 피해자에게 성착취물 협박으로부터 도와주겠다며 손길을 내민 겁니다.
이처럼 개방된 공간이었지만 손 씨는 피해자를 인근 건물 남자화장실로 데려가 직접적인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말 상대가 되어주고 도와주는 척하더니 성을 착취하는 이 수법.
석달 동안 미성년자 9명이 손 씨에게 당했습니다.
1심에서 그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임명호/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교수 : "(10대는) 자존감이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볼 때는 상식적인 그런 위협이나 협박인데도 불구하고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확인된 피해 학생만 124명에 이릅니다.
현직 교사인 김 모 씨는 아동 심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른처럼 대우해주는 척하면서 "몸매를 보고 싶다"고 하는 등 성적으로 유인하는 '그루밍' 수법을 썼습니다.
1900여 개의 성착취물이 그렇게 제작됐습니다.
김 씨는 2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습니다.
SNS로 접근하고 '심리'를 이용하는 성착취 수법.
범죄자 '엘'은 어디에나 있었던 겁니다.
[A 씨/피해자 : "(SNS) 안 하면 약간 소외가 되고, 현실에서의 사람보다는 이제 사이버에서 대화를 하고. 오히려 만날 일이 없으니까, 더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중 10대의 비중은 가장 빠르게 늘어 '최다' 연령대를 차지했습니다.
피해 유형으로는 '유포'와 '유포 협박' 등이 과반에 이릅니다.
사건이 터지면 따라잡는 식의 수사로는 성착취 범죄의 '뿌리'를 뽑기 어렵습니다.
수사 기관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라, 입법·사법·행정을 망라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 논의가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황다예입니다.
촬영기자:이제우 김경민/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채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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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2-09-03 08:03:43
[앵커]
KBS는 이번 한주 동안 온라인 성착취 범죄와 피해 실태를 중점 보도해 왔습니다.
용기 있는 제보와 취재를 통해 '엘'이라는 범죄자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과 피해자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KBS가 이번에 입수한 판결문들을 봐도 '어떻게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까? 왜 우린 모르고 있었을까?' 하는 탄식이 우러날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교사, 인터넷 강사, 이런 사람들까지 아동을 상대로 성착취물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황다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누적 다운로드 천만 회가 넘는 인기 모바일 게임.
13살 A 양은 이 게임을 통해 손 모 씨를 알게 됐습니다.
인터넷 강사인데다 SNS에서 '청소년 공부 대화방'을 운영하는 사람이라 말이 잘 통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 친구'가 된 손 씨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호기심을 부추기며 음란물을 보내더니 그걸 미끼로 협박과 성착취가 이어졌습니다.
"음란물 본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 그게 싫으면 영상을 찍어 보내라".
15살 B 양도 같은 게임에서 손 씨를 만났습니다.
친밀감이 형성되자 손 씨를 믿고 말못할 고민을 털어놓는데, "다른 어른에게 성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고백은 추가 범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엘이 그랬던 것처럼 손 씨도 피해자에게 성착취물 협박으로부터 도와주겠다며 손길을 내민 겁니다.
이처럼 개방된 공간이었지만 손 씨는 피해자를 인근 건물 남자화장실로 데려가 직접적인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말 상대가 되어주고 도와주는 척하더니 성을 착취하는 이 수법.
석달 동안 미성년자 9명이 손 씨에게 당했습니다.
1심에서 그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임명호/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교수 : "(10대는) 자존감이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볼 때는 상식적인 그런 위협이나 협박인데도 불구하고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확인된 피해 학생만 124명에 이릅니다.
현직 교사인 김 모 씨는 아동 심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른처럼 대우해주는 척하면서 "몸매를 보고 싶다"고 하는 등 성적으로 유인하는 '그루밍' 수법을 썼습니다.
1900여 개의 성착취물이 그렇게 제작됐습니다.
김 씨는 2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습니다.
SNS로 접근하고 '심리'를 이용하는 성착취 수법.
범죄자 '엘'은 어디에나 있었던 겁니다.
[A 씨/피해자 : "(SNS) 안 하면 약간 소외가 되고, 현실에서의 사람보다는 이제 사이버에서 대화를 하고. 오히려 만날 일이 없으니까, 더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중 10대의 비중은 가장 빠르게 늘어 '최다' 연령대를 차지했습니다.
피해 유형으로는 '유포'와 '유포 협박' 등이 과반에 이릅니다.
사건이 터지면 따라잡는 식의 수사로는 성착취 범죄의 '뿌리'를 뽑기 어렵습니다.
수사 기관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라, 입법·사법·행정을 망라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 논의가 시급해 보입니다.
KBS 뉴스 황다예입니다.
촬영기자:이제우 김경민/영상편집:서정혁/그래픽:채상우
KBS는 이번 한주 동안 온라인 성착취 범죄와 피해 실태를 중점 보도해 왔습니다.
용기 있는 제보와 취재를 통해 '엘'이라는 범죄자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긴 했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과 피해자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KBS가 이번에 입수한 판결문들을 봐도 '어떻게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까? 왜 우린 모르고 있었을까?' 하는 탄식이 우러날 정도입니다.
초등학교 교사, 인터넷 강사, 이런 사람들까지 아동을 상대로 성착취물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습니다.
황다예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누적 다운로드 천만 회가 넘는 인기 모바일 게임.
13살 A 양은 이 게임을 통해 손 모 씨를 알게 됐습니다.
인터넷 강사인데다 SNS에서 '청소년 공부 대화방'을 운영하는 사람이라 말이 잘 통했습니다.
그렇게 '온라인 친구'가 된 손 씨는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호기심을 부추기며 음란물을 보내더니 그걸 미끼로 협박과 성착취가 이어졌습니다.
"음란물 본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 그게 싫으면 영상을 찍어 보내라".
15살 B 양도 같은 게임에서 손 씨를 만났습니다.
친밀감이 형성되자 손 씨를 믿고 말못할 고민을 털어놓는데, "다른 어른에게 성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고백은 추가 범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엘이 그랬던 것처럼 손 씨도 피해자에게 성착취물 협박으로부터 도와주겠다며 손길을 내민 겁니다.
이처럼 개방된 공간이었지만 손 씨는 피해자를 인근 건물 남자화장실로 데려가 직접적인 성범죄를 저질렀습니다.
말 상대가 되어주고 도와주는 척하더니 성을 착취하는 이 수법.
석달 동안 미성년자 9명이 손 씨에게 당했습니다.
1심에서 그는 징역 1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임명호/단국대학교 심리치료학과 교수 : "(10대는) 자존감이 아직 만들어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볼 때는 상식적인 그런 위협이나 협박인데도 불구하고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현직 초등학교 교사가 초등학생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확인된 피해 학생만 124명에 이릅니다.
현직 교사인 김 모 씨는 아동 심리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른처럼 대우해주는 척하면서 "몸매를 보고 싶다"고 하는 등 성적으로 유인하는 '그루밍' 수법을 썼습니다.
1900여 개의 성착취물이 그렇게 제작됐습니다.
김 씨는 2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습니다.
SNS로 접근하고 '심리'를 이용하는 성착취 수법.
범죄자 '엘'은 어디에나 있었던 겁니다.
[A 씨/피해자 : "(SNS) 안 하면 약간 소외가 되고, 현실에서의 사람보다는 이제 사이버에서 대화를 하고. 오히려 만날 일이 없으니까, 더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중 10대의 비중은 가장 빠르게 늘어 '최다' 연령대를 차지했습니다.
피해 유형으로는 '유포'와 '유포 협박' 등이 과반에 이릅니다.
사건이 터지면 따라잡는 식의 수사로는 성착취 범죄의 '뿌리'를 뽑기 어렵습니다.
수사 기관에만 맡겨놓을 일이 아니라, 입법·사법·행정을 망라하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 논의가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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