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열’ 받은 바다가 만든 슈퍼 태풍…기후변화의 습격인가?

입력 2022.09.05 (18:05) 수정 2022.09.05 (18:31)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제11호 태풍인 '힌남노'가 가까이 왔습니다.

역대급 위력이라고 해서 더욱 긴장되는데요,

가을에 유독 강한 태풍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글로벌 ET'에서 짚어보겠습니다.

홍석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태풍 '힌남노'의 위력, 먼저 지나간 일본에선 어느 정도였습니까?

[기자]

네, 태풍의 위성 사진 보면요,

태풍의 눈이 굉장히 또렷하죠,

소용돌이 규모도 어마어마합니다.

기상청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도의 태풍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힌남노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갔던 일본 오키나와의 모습인데요,

가로수가 뽑혀나갈 정도의 강풍이 불면서 노인들이 넘어져 병원에 이송되는 일이 잇따랐습니다.

6천3백여 가구가 정전됐고, 260여 항공편이 결항됐습니다.

태풍이 점차 제주 쪽으로 다가오면서 일본 규슈 지역엔 내일(6일)까지 180mm(밀리미터)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상태입니다.

타이완은 예상과 달리 힌남노가 살짝 비껴갔는데요,

그런데도 차가 뒤집히고 신호등이 쓰러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앵커]

과거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줬던 태풍 루사나 매미보다도 힌남노가 더 세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태풍의 강도는 중-강-매우 강-초강력의 4단계로 나뉩니다.

힌남노는 현재까지 '매우 강'을 유지한 채 북상 중인데요,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50m(미터)로, 사람이나 커다란 돌이 날아갈 정도의 세기고, 비구름대도 동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슈퍼 태풍이 된 이유, 일본 방송은 직접 손으로 태풍 모형을 움직여가며 설명했는데요,

'힌남노'가 인근의 열대성 저기압과 합쳐지면서 더욱 커진 모습 보이시죠?

이렇게 합쳐지지 않았더라면 '힌남노'는 한반도가 아닌 더 서쪽으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요, 유독 가을에 큰 태풍이 많이 오는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달리 말하면 가을 태풍이 유독 강력한 이유로도 설명할 수 있겠는데요,

바로 여름철에 뜨거워진 해수면이 태풍의 몸집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태풍은 수온이 28도 이상인 적도 부근 바다의 '웜풀' 지역에서 발생하는데요,

지금 '힌남노' 북상 경로의 바다 수온도 30도 안팎으로 매우 따뜻합니다.

즉, 태풍이 강해지기 매우 좋은 환경이란 뜻입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9~10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발생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발생 빈도뿐 아니라 강도도 더 세졌습니다.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 풍속의 태풍 5개 모두 2000년대 들어 발생했고요,

태풍 발생 시기도 계절상으로 조금씩 더 늦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필리핀에서만 2백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슈퍼 태풍 '라이'는 12월에 발생했는데요,

일본 나고야대 연구팀이 2019년에 경고하기를, 지구 온난화로 슈퍼 태풍이 해마다 일본을 덮칠 가능성이 크다고까지 했습니다.

[앵커]

태풍의 이동 경로도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힌남노도 곧장 북쪽으로 향하지 않고 며칠을 서진하면서 역주행해 타이완 동남쪽까지 내려갔었는데요,

그러다 급커브 하듯 방향을 틀어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요.

2016년에 발생한 태풍 라이언록, 일본 해상에서 발생해 유턴해서 일본으로 갔고요,

북한도 할퀴고 지나갔었습니다.

2018년 태풍 종다리는 우리나라로 오는 듯 했지만 다행히 안 왔고요,

대신 더운 바람만 잔뜩 불어넣고는 중국으로 갔습니다.

때문에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이 됐습니다.

이러한 '변칙 태풍'의 원인 역시도 해수면의 온도 상승과 관련이 깊은데요,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이른바 '라니냐' 현상으로 우리나라 수온도 덩달아 오르게 되면서 태풍이 변칙적 진로를 보이게 되는 겁니다.

[앵커]

기후 변화로 '열' 받은 바다가 예측하기조차 힘든 슈퍼 태풍을 발생시킨단 거군요?

[기자]

슈퍼 태풍의 발생은 기후변화 외에 다른 변수도 많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기상청장의 설명 들어보실까요?

[유희동/기상청장/지난 4일/KBS 9시 뉴스 : "지난 8월 초순에 수도권 중심으로 내린 비는 기후 변화가 아니고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시간당 140mm의 어마어마한 비가 내렸기 때문에요. 그렇지만 태풍은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태풍 등 열대성 저기압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데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관측 기록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적도 부근이 아니라 더 북쪽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2015년엔 태풍 할롤라가 원래 허리케인으로 발생했었는데, 무려 7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태풍으로 바뀐 적도 있습니다.

종합하면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가을 태풍은 앞으로 더 강력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네, 모쪼록 큰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요.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ET] ‘열’ 받은 바다가 만든 슈퍼 태풍…기후변화의 습격인가?
    • 입력 2022-09-05 18:05:58
    • 수정2022-09-05 18:31:50
    통합뉴스룸ET
[앵커]

제11호 태풍인 '힌남노'가 가까이 왔습니다.

역대급 위력이라고 해서 더욱 긴장되는데요,

가을에 유독 강한 태풍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 '글로벌 ET'에서 짚어보겠습니다.

홍석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태풍 '힌남노'의 위력, 먼저 지나간 일본에선 어느 정도였습니까?

[기자]

네, 태풍의 위성 사진 보면요,

태풍의 눈이 굉장히 또렷하죠,

소용돌이 규모도 어마어마합니다.

기상청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도의 태풍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힌남노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갔던 일본 오키나와의 모습인데요,

가로수가 뽑혀나갈 정도의 강풍이 불면서 노인들이 넘어져 병원에 이송되는 일이 잇따랐습니다.

6천3백여 가구가 정전됐고, 260여 항공편이 결항됐습니다.

태풍이 점차 제주 쪽으로 다가오면서 일본 규슈 지역엔 내일(6일)까지 180mm(밀리미터)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상태입니다.

타이완은 예상과 달리 힌남노가 살짝 비껴갔는데요,

그런데도 차가 뒤집히고 신호등이 쓰러지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랐습니다.

[앵커]

과거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줬던 태풍 루사나 매미보다도 힌남노가 더 세다고 하던데요?

[기자]

네, 태풍의 강도는 중-강-매우 강-초강력의 4단계로 나뉩니다.

힌남노는 현재까지 '매우 강'을 유지한 채 북상 중인데요,

중심 최대 풍속이 초속 50m(미터)로, 사람이나 커다란 돌이 날아갈 정도의 세기고, 비구름대도 동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슈퍼 태풍이 된 이유, 일본 방송은 직접 손으로 태풍 모형을 움직여가며 설명했는데요,

'힌남노'가 인근의 열대성 저기압과 합쳐지면서 더욱 커진 모습 보이시죠?

이렇게 합쳐지지 않았더라면 '힌남노'는 한반도가 아닌 더 서쪽으로 갈 수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요, 유독 가을에 큰 태풍이 많이 오는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달리 말하면 가을 태풍이 유독 강력한 이유로도 설명할 수 있겠는데요,

바로 여름철에 뜨거워진 해수면이 태풍의 몸집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태풍은 수온이 28도 이상인 적도 부근 바다의 '웜풀' 지역에서 발생하는데요,

지금 '힌남노' 북상 경로의 바다 수온도 30도 안팎으로 매우 따뜻합니다.

즉, 태풍이 강해지기 매우 좋은 환경이란 뜻입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9~10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태풍의 발생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발생 빈도뿐 아니라 강도도 더 세졌습니다.

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 풍속의 태풍 5개 모두 2000년대 들어 발생했고요,

태풍 발생 시기도 계절상으로 조금씩 더 늦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필리핀에서만 2백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낸 슈퍼 태풍 '라이'는 12월에 발생했는데요,

일본 나고야대 연구팀이 2019년에 경고하기를, 지구 온난화로 슈퍼 태풍이 해마다 일본을 덮칠 가능성이 크다고까지 했습니다.

[앵커]

태풍의 이동 경로도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힌남노도 곧장 북쪽으로 향하지 않고 며칠을 서진하면서 역주행해 타이완 동남쪽까지 내려갔었는데요,

그러다 급커브 하듯 방향을 틀어 한반도로 북상하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요.

2016년에 발생한 태풍 라이언록, 일본 해상에서 발생해 유턴해서 일본으로 갔고요,

북한도 할퀴고 지나갔었습니다.

2018년 태풍 종다리는 우리나라로 오는 듯 했지만 다행히 안 왔고요,

대신 더운 바람만 잔뜩 불어넣고는 중국으로 갔습니다.

때문에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더웠던 해로 기록이 됐습니다.

이러한 '변칙 태풍'의 원인 역시도 해수면의 온도 상승과 관련이 깊은데요,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이른바 '라니냐' 현상으로 우리나라 수온도 덩달아 오르게 되면서 태풍이 변칙적 진로를 보이게 되는 겁니다.

[앵커]

기후 변화로 '열' 받은 바다가 예측하기조차 힘든 슈퍼 태풍을 발생시킨단 거군요?

[기자]

슈퍼 태풍의 발생은 기후변화 외에 다른 변수도 많다는 신중론도 있습니다.

기상청장의 설명 들어보실까요?

[유희동/기상청장/지난 4일/KBS 9시 뉴스 : "지난 8월 초순에 수도권 중심으로 내린 비는 기후 변화가 아니고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시간당 140mm의 어마어마한 비가 내렸기 때문에요. 그렇지만 태풍은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리라고 생각을 합니다."]

태풍 등 열대성 저기압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데에는 논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태풍이나 허리케인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는 관측 기록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적도 부근이 아니라 더 북쪽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2015년엔 태풍 할롤라가 원래 허리케인으로 발생했었는데, 무려 7천 킬로미터를 이동해 태풍으로 바뀐 적도 있습니다.

종합하면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가을 태풍은 앞으로 더 강력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앵커]

네, 모쪼록 큰 피해가 없어야 할 텐데요.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